사실 다른 글들에서 그랬던 것처럼 혼자 길게 떠들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오늘은 힘들어서 못그러겠네요. 그래도 같이 이야기를 해보면 재밌을 거 같은 주제라 한 번 얘기해봅니다.
오더 오브 헤르메스는 메이지 하시는 분들은 어떤 애들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마 q님처럼 이미지만 있고 다른 애들과는 차별화되지 않거나, 혹은 시대착오적 구-지배자일까요? 아니면 판타지아에 나오는 미키 마우스의 스승 정도 이미지일까요?
갑자기 궁금해져서 질문합니다.
사실 다른 글들에서 그랬던 것처럼 혼자 길게 떠들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오늘은 힘들어서 못그러겠네요. 그래도 같이 이야기를 해보면 재밌을 거 같은 주제라 한 번 얘기해봅니다.
오더 오브 헤르메스는 메이지 하시는 분들은 어떤 애들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마 q님처럼 이미지만 있고 다른 애들과는 차별화되지 않거나, 혹은 시대착오적 구-지배자일까요? 아니면 판타지아에 나오는 미키 마우스의 스승 정도 이미지일까요?
갑자기 궁금해져서 질문합니다.
맘같으면 토론을 하고 싶지만 조금있다 플레이를 해야하는지라 적어도 오늘은 끼질 못 하는게 아쉽군요
하우스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전형적인 D&D 위저드인 녀석들도 있고, 드레스덴 파일즈처럼 어느 정도 현대문물에 섞여 타협하는 애들도 있고, 아예 테크노맨서 같은 놈들도 있고.. 하지만 기본적으론 특별하게 설계된 마법적 학문을 지향한다는건 똑같음. 마인드로 치자면 어떤 하우스든 페이트의 마술사 가문들. 목적을 위해서 수단이 합리화되는 올드 패션 마구스.
qws2/ 좋은 플레이 되시길... 언제 시간날 때 같이 얘기해보면 재밌을 것 같습니다.
만약 D&D 소서러 같은 혈통빨이나 '지성적인 노오력' 없이 마법을 쓰는 애들은 전부 고깝게 보는 모양. 다른 트래디션들에 대한 시각을 보면 전부 '인정은 하는데 너무 야만적이야'라는 테이스트가 강함. 드림스피커쯤 되면 얘들이 가루우랑 무슨 차이냐고 디스도 있음. 그나마 괜찮게 보는게 아카식 브라더후드였던듯.
기본적인 아바타와 헤르메틱 전승의 상징적 지혜(고로 이로 인한 상당히 포뮬라익한 주문 구성)에 대한 이해의 공통 기반 하에, 각 하우스마다 다 조금씩 다르게 상징주의에 대한 관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하우스가 오더에 포괄된 것도 지지고 볶고 하면서 어떻게든 통합되면서 서구 마법 전통을 싸잡게 된 셈이니까요.
디시버/ 적어도 내일 오후엔 여유가 생길 것 같으니 그때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가이드 투 글로란사 색인 번역하면서 기운도 받을 겸...
하지만 저는 내일 음주 패스파인더 하러 가야한다능...
결국 오더 파라다임을 말하려면 헤르메틱 철학과 역사를 디벼야 하는데 언어, 상징, 지식을 도구로 완벽성을 추구해 혼(아바타)를 상승시켜 신성에 도달(어센션) 정도 외에는 뭐... 하우스마다 관점이나 방법론이 좀 다를텐데, 역사와 다른 트레디션 이적이라거나 쓸려나간 과거가 있다보니 저는 헤르메스 패러다임을 전체적으로 말하기는 오히려 지난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디시버/ 크윽, 그럼 아직 플레이어분들이 안 오시므로 후딱 할말만 하고 내빼야겠군요. 헤르메스가 다른 트래디션과 차별점이 있다면 헤르메스라는 정체성을 확고하고 간직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다른 트래디션은 여러 지역이 뒤섞인 경우가 많지만 기본적으로 문화적 색채를 짙게 띕니다. 신세대 트래디션인 에테르나 버추얼은 그 색채가 약하지만 대신 좀 더 미래지향적인 대안사회를 지향하고 있죠. 그런데 헤르메스는 조직으로서 정체성을 보이지 문화적 개체로서 정체성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조직을 유지하는데 있어서 최선이겠지만 어떤 사회를 지향해야한다는 요소는 전무하다고 봅니다. 그렇기에 헤르메스는 이미지일 뿐이고, 정체성은 이익단체라고 거듭해서 말할 수 밖에 없더군요.화
테크노크라시쪽이 이를 더 잘 계승하다 못 해 상위호환을 실현하기까지 했죠. 차후에 서플로든 뭐든 트래디션의 비전에 대한 내용을 다루지 않으면 총체적 난국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20 계열 서플은 그런 걸 다룰 가능성이 높으니 기대는 하고 있습니다만, 메이지에 많이 물린터라...
나도 큐아재의 이익단체에 가깝다는 말에 동의. 타 존재에게 의지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신성에 준하는 힘을 얻는 게 목적인 놈들이 모인다면 그 이유는 보통 노하우 교환이나 합동 연구 정도고, 인류와 세계를 위한 이상 같은 것은 부차적인 문제일텐데, 실제로 얘네 하는 짓거리를 보면 그 쪽에 가까우니까.
대신 그런 정체성 때문에 초월에 대한 열망이 극도로 이기적인 수준까지 변질되고 그와 관련된 노력들이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주게 될 때, 이들이 갖게 될 윤리적 고뇌는 훌륭한 극적 소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함.
당장 BT 클라이막스에서 트레미어가 씨부리는 말이 그 단적인 예지.
제가 생각하는 오더의 추구하는 기본적인 방향성은 Apotheosis입니다. 지혜로 점점 자신의 존재를 순수하고 위대하게 탈바꿈하고자 하는 의지요. 오더에서 자주 신성을 몸으로 체현하는 첫 인간이라는 아담 콰드몬을 언급되거나, 피타고라스와 신-플라톤주의를 통해 우주의 위계적 체계질서 속에서 인간은 영육 양면으로 수행하여 상위의 단계로 올라갈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런 궤겠고요. 사실 트레디션이라는 같은 집단에 속해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더는 이러한 성향으로 말미암아 코러스나 에우타나토이 등과는 쉽게 친해지기 힘든 것이지요. 이들은 본질적으로 기술과 체제를 통해 인류 삶의 방식을 개선시키고자 하는 테크노크라틱 유니온과 너무 닮았습니다.
수천년 역사 자랑하고 Tower never fallen! The Order is eternal! 이러던 애들이 세기말에 그 삽질이라 결국 대마불사론 떠드는 대기업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더가 테크노크라시의 완전한 하위호환인 것은 아닙니다. 테크노크라틱 유니온의 슬로건은 쉽게 이야기해서 "One World, One Truth, One Order"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인류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보호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역사부터 농노를 미스트릿지의 꼰대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시작했고, 소서러즈 크루세이드 다시 벌인 많은 작전도 인류가 통제할 수 없는 위험요소를 배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었지요. 하지만 보호의 정도가 어느 순간부터인가 과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점차로 static해진다고 할까... 집단의 안정성을 위해서 불가해한 것들을 하나씩 배제합니다.
가브리엘라이트 중 신앙심을 버리기를 거부한 이들이 숙청된 사건이나, 선즈 오브 에테르 및 버츄얼 어뎁트의 배신은 테크노크라시가 인류를 보호하기 위해(그리고 통제된 환경 속에서 천천히 진보시키기 위해) 획일화 정책을 피는 데서 발생했었잖아요? 결국 이들 또한 (개별적인 컨벤션마다 차이는 있지만)집단을 지키기 위해, 집단에 이로울 수도 있는 많은 가능성을 의도적으로 봉쇄해나갑니다. 그리고 저는 이러한 집단우선 논리가 오더와 테크노크라틱 유니온이 갖는 가장 큰 대조점이 아닐까 합니다.
중세 서유럽 식 수비학과 점성술을 중점으로 연구하는, 가장 엘리트주의적이고 아카데믹한 마법사들. 마법을 통해 뭔가 이루겠다는 의식이 희박하고, 그 대신 순수한 마법적 기예 자체만을 극한까지 갈고 닦는데 더 관심이 많아 보임. 인간적인 도덕 관념이나 윤리 의식도 흐릿한 편. 그나마 목적의식이라고 할 만한 건 특유의 완고한 보수성에 기반해 '찬란했던 과거의 영광을 복구하자'는 의식 정도. 가장 '과학적인 방법론'에 충실한 트래디션 파벌이지만, 바로 그러한 과거 지향성 때문에 미래 지향적인 테크노크라시와는 역설적으로 상극.
그래서 내가 테크노크라틱 유니온, 특히 뉴 월드 오더 설명할 때 항상 예시로 드는 게 엑스 파일의 담배 피는 남자임.
오더가 개인의 어센션을 우선적으로 추구하고 유니온은 인류 모두의 어센션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훌륭한 대척점이긴 한듯
오더의 조직성은 자신들의 힘을 합치기 위해 생겨났다기 보다는, 서로를 견제하기 위해 존재하는 건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자기네 무리 바깥의 타자들로부터 스스로를 구별해내기 위해서일지도 모르고요. 하우스 보니사구스가 오더를 세울 수 있었던 이유를 생각한다면, 오더는 강력한 공동체성과 목적의식을 공유한다기 보다는 그저 '비슷한 방향성을 가진 애들이 협업에서 올 효율성을 위해 뭉친' 자들일 수 있습니다. 이들의 역사가 배신과 분할로 점철된 점을 보면 더욱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기에 제가 볼 때 오더의 근본은 집단논리가 아니라 오히려 개인 내지는 소수집단에 있습니다.
개인의 어센션이 개인의 의지력과 지적 능력에 달려있다면, 그런 능력들은 신체 조건과 환경에 따라 결정되고, 따라서 의료 기술과 기계의 발달, 교통 및 정보, 교육 인프라의 발달 등으로 우수한 신체와 지적 능력, 교육 환경을 갖추게 된다면 인류 전체의 어센션도 꿈은 아닌데, 유니온이 하는 짓들이나 각 하위 조직들의 역할 스펙트럼을 보면 이래저래 과정에 있어 내적 모순과 딜레마는 많아도 최종 목표는 이 쪽에 가깝다고 보임.
뉴 월드 오더가 사회 체제 실험한 것들만 봐도, 뭐.
근데 목표가 저러다 보니까 인류 전체가 어센션이 가능한 수준에 도달하기 전까지 인류를 보호하고 육성하려면 개인의 어센션을 억제해야 한다는 모순적인 결론이 나오는데, 여기서 오더랑 재밌는 갈등 구도가 나온다고 생각함.
좀 비루한 표현이지만, 오더가 그렇게나 좋아하는 Perfection은 우선적으로 집단의 완전성이 아니라 개인의 완전성에 있고, 어느 정도 푸코의 파르헤지아와도 유사하게 느껴집니다(이 부분은 깊게 생각해본 적은 없어서 저도 생각이 더 필요한 부분). 그렇기에 오더 오브 헤르메스의 메이지들은 본질적으로 집단의 안정보다는 모험적 성취를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오더가 걷는 길은 다소의 위험을 감수합니다. 로드 티탈루스의 실종, 트레미어들의 뱀파이어화, 크래프트메이슨의 분리 등의 사건이 계속해서 발생하는 이유도 그러한 궤에서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서 정리하자면... 제가 볼 때 오더는 크래프트메이슨의 모태였던 만큼, 다른 트레디션들에 비한다면 놀랄 정도로 테크노크라시와 닮았습니다. (패러다임은 달라도)과학적 방법론으로 세상을 통제하고, 모든 인간이 지금의 많은 결함과 고통에서 벗어나 더욱 위대한 존재가 되게 한다는 것 말입니다. 하우스 솔리피카티가 집착하는 현자의 돌도 결국은 이 얘기지요. 그러나 차이는 그 수행 과정에 있어 집단의 안정성을 우선할 것인가, 혹은 소수 지도자들의 힘과 카리스마를 우선할 것인가에서 나옵니다. 공통의 목적을 지니고도 거기에 이르는 길에서 꽤 큰 차이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냥 『푸코의 진자』에 나오는 소위 "귀신 떨거지"에 초상능력을 더한 거 아님? 고대로부터 미지의 초인들 사이에서 전승되어 온 비의의 담지자 컨셉으로. 위대한 세계의 진리가 과거로부터 전승되어 온다는 상고(尙古)주의 관념에 돼지에게 진주를 던지지 말지니, 눈이 있어도 볼 수 없는 자들에게 비의를 전하지 말라는 식의 엘리트주의를 버무린.
테크노크라시는 안정성을 위해 불확적 요소들을 배제하는 과정에서 많은 창조성을 잃고, 목적 또한 본래 포부에서 집단존속으로 점차 변질되어갑니다. 자신들의 규격에 맞지 않는 것들은 부정하고 소거시키지요. 그에 반해 오더는 그러한 안정성이 테크노크라시에 비해 약합니다. 그래서 자신들의 오만과 독단에 따라 많은 부정과 실패를 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더는 신이나 집단이 아니라, 어느 인간이 시행착오를 통해서 얼마나 위대해질 수 있는지에 대한 가능성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테크노크라틱 유니온과 차별화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에코의 『해석의 한계』를 보면 연금술 분야에서의 불가시의 위대한 비의에 관한 텍스트들을 분석하면서, 위대한 비의가 볼 수 없도록 감추어져 있어 이를 얻기 지난하다는 것을 계속 강조하다 보니 마침내는 끝내 알 수 없는 미지의 비의이기에 가장 드높은 진리이다, 너는 영원히 그 비의에 닿을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게 된다고 분석한 바 있지. 일종의 선불교적 도착과 비슷한 느낌인데, 영원히 닿을 수 없는 위대한 비의를 추구하면서도 그에 닿을 수 없다는(가장 위대한 비의이기에 드러나지 않고, 반대로 드러난다면 위대하지 않기 때문에) 역설에 고통스러워 한다는 컨셉은 어떨까.
뷁빠//개인적으론 그건 컬트 오브 엑스터시나 아카식 브라더후드에 더 적당해 보이는 컨셉이라고 생각함
오더는 비의들을 테스트해보고 취사 선택하는 쪽에 가까우며 비의들을 수단으로 취급하고 목적 그 자체로 취급하지 않는 반면 그 둘은 비의 그 자체가 목적이니까.
오더가 바라보는 아카식 브라더후드가 그러한 컨셉과 비슷하지 않을까 합니다. 제가 보는 오더는 많은 경우 결과론적 불가능을 말하지 않는 자들이기에...
『푸코의 진자』에는 자칭 위대한 비의를 추구한다면서도 정작 그러한 비의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을까 봐, 비의의 추구자로서 구축한 자신의 존재의의를 상실할까 봐 오히려 이를 알게 되는 것을 거부하는 캐릭터도 나오는데 이를 타락한 네판디 컨셉으로 잡으면 어떨까 싶기도 하고.
아카식은 우주의 진리를 깨우치고 싶어하고, 컬트는 감각을 확장해 아직 감지하지 못한 미지의 것들을 체험하고 인식하고 싶어하지만, 그토록 밝혀내고자 했던 것들은 그냥 넌센스였거나 기대에 못 미치는 것들이었다면? 아카식은 니가 말한 선불교적 도착에 기반한 자기 기만에 빠지거나, 컬트는 지금까지 냉철하게 감각 확장의 수단으로만 취급했던 쾌락들로 도피하게 되는 비극을 맞게 될 수 있겠지.
그리고 저는 메이지 중 컬트 오브 엑스터시를 제일 좋아하는데. 제가 아는 컬트는 그런 애들은 아니었던 것으로...
네판디는 현존 우주의 파멸이 공통 목적인데 뷁빠가 방금 말한 동기가 그 목적으로 연결될지는 좀 의문임. 차라리 자발적 수면자행에 더 어울리겠지.
아, 그런가? 뭐 나보다 그쪽 룰북 많이 읽은 거 같으니 그 쪽이 맞겠지 뭐.
제가 위에서 이야기된 언급을 잘못 이해한 걸 수도 있습니다만. 제가 아는 컬트는 의례, 절차, 비의 등의 수단에 집착하다 매몰되는 걸 본질적으로 경계하는 애들이어서요.
아, 내가 비의라는 단어를 원 의미보다 지나치게 넓은 의미로 잘못 쓴 것 같네.
영원히 그 비의가 드러나지 않도록, 감추어진 상태로 두기 위하여 우주의 파멸을 꾀한다면? 좀 무리한 해석이려나.
숨겨두는 것이 인류나 우주의 상태에 있어서 더 나은 선택이라고 판단된다면, 바라비나 머라우더가 되어서 그렇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아카식 중에 비슷하게 변질된 Jade Demon이라는 애가 있던 거 같기도... 지금은 책을 딴 데 두고 와서 확인은 힘들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