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로 묻자. 왜 게임이 굳이 예술이어야 하는가?

주장 1: 게임이 어떠한 예술 못지 않게 인간 정신에 의한 고도의 지적 활동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수학적 증명이나 자연법칙의 정립이야말로 인간이 지금껏 이룩한 지적 성취의 극치인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겠지. 오히려 "알마 타데마보다 이토 노이지가 좋다는...쿰척" 하고 취존의 관문을 넘지 못하는 예술보다는, 선험적 타당성을 지닌 수학적 증명이나 과학적 방법에 의하여 실증된 자연법칙의 정립이야말로 진리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음.  그러나 난 지금껏 수학적 증명이나 자연법칙의 정립에 있어서 기발하고 번개 같은 착상을 두고 예술적(artistic)이라거나 시적(poetic)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봤어도, 수학이나 과학을 두고 진지하게 이를 예술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보지 못했음. 즉, 인간 정신에 의한 고도의 지적 활동의 산물은 예술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얘기임.

주장 2: 게임이 어떠한 예술 못지 않게 향유자로 하여금 정서적 체험을 하게 하기 때문이다.

사람으로 하여금 강렬한 감정적 여기를 불러일으키는 건 예술만이 아님. 사람은 수식의 엄밀함, 하드 케이스(hard case)를 해결하는 명쾌한 법리, 메시의 놀라운 드리블링 스킬, 심지어는 맛있는 음식을 통해서도 그 어떠한 예술 못지 않게 강렬한 정서적 체험을 할 수 있음. 그리스 비극을 보면서 느끼는 카타르시스와 같은 강렬한 정서적 체험 역시 예술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임.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에서 시를 시인에 의한 모방으로 규정한 이래, 예술 이론은 정서적 체험을 야기하기 위한 지적 활동으로서의 예술가의 창작과 이를 감상하는 향유자라는 개념을 전제한 채 발전해 왔음. 예술작품을 접한 향유자의 정서적 체험으로서의 숭고가 무엇인지 분석하기 위해서 미학이 발전했고, 그러한 정서적 체험을 효과적으로 야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개연성 있게 사건을 배치하여 플롯을 짜야 하는지를 분석하기 위하여 시학이 발전했고, 급전이 필요해서 선인세 땡기고 얼렁뚱땅 휘갈긴 현실의 작가가 아니라, 텍스트로부터 재구되는 '화자'로서의 이상적인 작가가 제시하는 주제를 분석하기 위해서 해석 이론이 발전했고, 당대에 유행한 사상 등이 작가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쳤고, 또 작가는 작품을 통해 후대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석하기 위해서 예술사론이 발전했음. 오늘날의 예술이란 이러한 방법론을 같이 하는 장르들의 집합임. 과연 게임이 이러한 예술의 방법론을 같이 할 수 있는 걸까? 만약 그렇지 않다면, 게임을 예술에 포섭시키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딱히 예술이 인간의 지적 활동도, 정서적 체험도 전유하는 개념이 아닌데 말이야. 아예 기존 예술의 방법론을 버리고 새롭게 예술을 정의해서 게임도 이에 포섭시킨다고 해 보자. 그렇다면 어떠한 기준으로 예술과 예술이 아닌 것을 구분할 수 있을까? 게임은 예술이고 수학의 증명이나 요리법은 예술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 기준을 세울 수 있을까? 만약 수학의 증명이나 요리법도 예술로 포섭한다면, 과연 그렇게 '예술'을 정의하는 것에 의미가 있을까?

세 줄 요약

1. 예술은 그냥 인간의 지적 활동에 의한 산물 중 같은 방법론이 적용될 수 있는 특정한 부류의 집합을 일컫는 것에 불과하다. 딱히 예술이라고 다른 것보다 우월하다거나 윤리적인 것이 아니다.

2. 예술=좋은 것, 게임=좋은 것. 그러니 게임도 좋은 거=예술 시켜 줘 빼애애애액! 이런 논리가 아니고서야 굳이 게임을 예술에 포섭시키려 드는 이유를 모르겠다. 꼭 예술이 아니어도 니가 보기에 좋은 거면 좋은 거다.

3. 음 쎽쓰 쎽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