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생물학적으로 늑대다.



인간의 헛짓거리가 개의 진화과정에서 유전자 풀에 엄청난 대격변(이라고 하기도 모자라지)을 일으켰지만

어쨌거나 그 과정은 몇만년 되지도 않았으며,

지금도 어떤 곳에서는 개와 늑대의 붕가가 이루어지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개의 품종개량은 개들끼리는 물론 커다란 통혼의 장벽을 만들었는데

그건 바로 크기 차이다.



좀 노골적으로 말해서, 볼트랑 너트의 호수가 맞아야 그게 될 거 아냐.



근데 며칠 전에 인터넷에서 방송 캡처 모아둔 거 봤는데

소형견이 대형견 아기 낳은 거 동물농장 같은 데서 다루더라.

수의사도 안 되는 줄 알았는데, 새끼가 벌써 어미보다 커진데다 생긴 거 아무리 봐도 대형견 핏줄 맞다고...;;

그거 제목이 기억 안 나서 못 찾겠는데 누구 아는 사람 링크 좀 걸어줘.



이게 그 선배가 짜증나는 후배 이야기 그거구만요.



아무튼, 댄디 내의 종족이라는 건, 지적한 대로 어떻게든 간접적인 형태로든 유전자 풀이 이어져 있으면,

별개의 종이라고 부르는 건 엄밀히 말해 틀렸다고 할 수 있다.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이 현생 인류와 분명 다르긴 하지만, 그걸 다른 종이라고 하기에도 좀 거시기하긴 하다. 주로 인종주의적 측면에서.



근데 이건 호모 속의 유전적 다양성이 조오낸 작아서 간단해진 거고.

신이나 뭔가 해괴한 것들 때문에, 인류가 개마냥 품좀개량되어서 요크셔테리어 인간부터 시베리안 허스키 인간까지 있다고 생각해보자.


만약 어느 날 핵전쟁이 일어나, 지상에 개라고는 요크셔테리어와 시베리안 허스키밖에 남지 않았다면,

핵전쟁의 폐허에서 분자유전학 연구 시설 및 과거의 역사를 모조리 상실한 미래 인류는

시베리안 허스키와 늑대가 서로 아종이라는 건 파악할 수 있어도, 요크셔테리어는 별개 종으로 분류하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야, 유전적으로 단절되었으니까!


댄디 세계도 그거랑 비슷한 양상이라고 생각했다. 뭔가 걸치고 걸치면 유전적 교류가 있긴 한데,

그게 중간의 '미싱 링크'가 되는 인간 덕분에 유지가 되고 있는 거 같은 상황.

그리고, 현실의 ABO 혈액형만 가지고 이야기를 좀 해 보면...


인간과 엘프로 이루어져 있는 유전적 집단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여기에 있는 혈액형은 A형과 O형뿐이며, 

하디 바인베르크 방정식 딱히 쓰고 싶은 생각 없으니 그 유전자 비율은 반반이라고 딱 정해놓자.

생1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잘 알겠지만, 이렇게 하면 AA:AO:OO는 1:2:1비율로 나타나며, 표현형은 3대 1 비율로 나타나겠지.



그런데 여기서, 부족에서 추방당한 오크 남성 한 명이 이 인류집단에 들어왔다고 생각해 보자.

그리고 이 오크 남성은 에로동인지처럼(생략)해서, 멸종하지 않을 만큼 넉넉한 하프오크 후손들을 남겼으며

이 하프오크 후손들도 쿼터오크 후손들을 넉넉히 남겼고... 식으로, 오크 유전자가 (상당히 희석되었지만) 이 유전자 풀에 들어갔다고 가정하자고.



그리고 먼 미래, 성직자들의 집단 파업이 원인이 되어 어떤 의사가 출혈성 쇼크에 대한 새로운 해결법,

피를 다른 사람의 몸으로 전송하는 '수혈' 마법을 개발했다고 생각하자고.

뭔가 이게 효과가 오락가락하다 보니, 추가로 연구를 해 본 결과, 세상에는 A형과 O형이라는 게 있으며

같은 혈액형끼리 수혈해야 용혈반응이 안 일어난다는 걸 알게 되었겠지.


그리고 지금 여기, 고양이에게 당해 사경을 헤메고 있는 1레벨 커머너 한 명이 있다.

출혈이 심하기에 이 의사는 당장 수혈을 해야겠다고 결심한다.

A형 항체를 뿌려봤더니 응집반응이 없네. 좋아, O형이구나! 하고 O형 피를 왕창 수혈한 결과...


용혈반응이 일어나는뎁쇼???



아뿔사, 알고 봤더니 저 불꽃의 임신오크는 B형 유전자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었따.

그리고 이 오크 유전자들이 희석되고 희석되면서도, 하디 바인베르크의 법칙이라는 놈에 따라서 이 유전자 풀에 끈덕지게 비율을 유지하고 있었으며

따라서 10대 후손이건 20대 후손이건, B형과 AB형이 드물게 존재하게 된 것이었다.

Rh형 유전자라면 적아세포증으로 후손 수가 계속 줄어들기라도 했을 텐데, ABO식 유전자는 번식에 전혀 영향이 없으니까...


물론 이딴 법칙을 전혀 모르고 있던 이 세계 의사들에게는, 수혈했더니만 멀쩡한 사람이 송장 되어 나간 격이었으며

당연히 성직자들은 좋다고 유사의학 꺼져라며 의사들에게 돌팔매를 던지기 시작했다.



근데 그나마 이건 ABO식 혈액형 내에서만 일어나는 이야기고, 결국 Rh- 혈액형이 발견된 계기랑 크게 다를 것도 없다.

근데 댄디에서는 소서러면 드래곤 핏줄이거나 악마 핏줄이거나 할 수도 있잖아.



드래곤은 도마뱀 면역체계를 가지고 있을 것이며

악마들은 적혈구 위에 카와이하게 ★ 모양으로 된 당지질이라도 달고 있을 것이란 소리다.



그리고 이런 오만가지 유전자들이 다 섞여 들어간 개판 유전자풀에서, 아 제 고조부가 소서러였죠 참 ㅋㅋ(사망) 같은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면

이딴 위험한 치료법 써먹어보겠다고 드는 사람이 과연 나올까,

양의/한의 싸움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신성/비전 의학 싸움에서 과연 누가 이기게 될까... 생각해 보면, 답이 없다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