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PG에는 굉장히 여러 종류의 PC 컨셉이 존재할 수 있음. 캠페인 배경에 따라서 같은 클래스도 180도 다른 캐릭터 컨셉을 수행할 수 있고, 팀의 분위기에 따라서도 천차만별의 컨셉이 나올 수도 있지. 그리고 플레이어 개인의 창의력과 사전지식에 따라서도 무궁무진한 바리에이션이 나올 수 있을거야. 하지만 이렇게 캐릭터 메이킹 옵션이 무궁무진하다보니 정말 멋진 컨셉의 PC도 나오지만, 보기만해도 눈살이 찌푸려지는 끔찍한 컨셉의 PC도 종종 볼 수 있어. 물론 끔찍한 컨셉의 PC라고 무조건 버려지는게 아니라, 그에 맞는 정말 그로테스크한 캠페인에 참가하기 위해 만들어진 컨셉일 수도 있으니 끔찍하다고 해서 바로 쌍욕을 박는건 올바른 TR인의 자세는 아닐거야. 식인을 하든 개고기를 뜯든 적의 눈알로 장조림을 만들든 캠페인 배경과 팀의 심상에 잘 맞으면 좋은 PC 컨셉인거지.
다만 내가 마스터링을 하면서 굉장히 피곤해 했던 것은 플레이 배경, 팀의 심상에 전혀 들어맞지 않는 개좆같은 컨셉의 PC를 들고 와서 플레이 시켜달라고 말하는 이들이 아니었음. 이들 중 대다수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좋은 PC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역량이 있거든. 그저 '혼자' '다른 팀원과 대화 없이' 캐릭터 시트를 작성하다보니 생기는 오류인 경우가 많거든. 그럼 가장 피곤한 타입의 플레이어는 어떤 플레이어냐, 바로 '자기 PC의 컨셉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플레이어'야.
이들이 들고오는 PC 컨셉은 앞서 언급한 개좆같은 컨셉이 아닌 경우도 많아. 겉으로 보기엔 평범하고 꽤 멀쩡한 컨셉인 경우도 왕왕 있거든. 하지만 들고온 캐릭터 시트를 보고 캐릭터에 대해 물어보는 순간 이들은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려.
(적의 눈알을 수집하는데 광적으로 집착하는 잔인한 광전사 시트를 들고온 플레이어 A)
'A님이 가져오신 이 캐릭터는 쓰러뜨린 적의 눈알을 뽑는데 광적으로 집착한다고 했는데, 왜 집착하나요?'
'음...'
'B님의 캐릭터는 로우풀 굿 팔라딘이잖아요? B님이랑 같이 파티 짜서 캠페인 진행할텐데, B님 PC가 전투 후 시체 훼손하는 A님 PC를 제지하면 어떻게 하나요?'
'음...일단 눈알을 뽑고 생각할것 같아요'
'A님 PC는 그정도로 눈알에 집착하는군요. B님 PC도 로우풀 굿이라 도덕적 딜레마 상황에서 전혀 물러서지 않는 캐릭터에요. A님이 눈알 뽑고 난 후엔 막 길길이 날뛸텐데, A님은 어떻게 하나요.'
'음... B랑 싸우겠죠? 아마 PK가 일어날지도 모르겠네요.'
'뭐 PK가 일어나는걸 원천봉쇄하고 싶지는 않은데, PK를 하면 파티 플레이는 붕괴할텐데요. 애초에 눈알을 뽑는 동기를 A님 PC에게 먼저 설명해주면 그런 극단적인 상황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음...그냥 잔혹할 것 같아서 넣은 설정인데 캠페인에 안맞을 것 같으면 눈알 뽑는건 설정에서 뺄게요'
-> 여기가 개빡치는 부분임. '집착 : 눈알 뽑기'같이 꽤 기괴하고 극단적인 컨셉에 대해 '그 컨셉이 캠페인 내에서 어떻게 작용하는가' '그 컨셉이 파티 플레이에 어떤 재미를 가져다 주는가' '그 컨셉이 다른 PC의 컨셉과 충돌할 경우 어떤 일이 발생할 것인가' 등등에 대해 전혀 생각해보지 않고 온 플레이어들은 앞서 언급한 몇 가지 간단한 질문에도 바로 본인이 시간을 들여 짜온 캐릭터를 바로 리셋해버림. 그냥 본인이 생각하기에 '걍 재밌어 보여서' 넣은 컨셉이기에 휘발성도 강한 것이겠지. 그러면 플레이 시작은 더 미뤄지고, 다른 플레이어들도 점점 지쳐가게 됨.
다시 한번 말하지만, '눈알 뽑기' 같은 극단적이고 다소 거북한 컨셉이라도 플레이어 본인이 자신의 PC 컨셉이 플레이 내에서 어떻게 작용할 지 확실하게 붙잡고 있으면 플레이 내에서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음. 아무리 역겹고 끔찍한 플레이라도 '팀 내의 합의'라는 TRPG 황금률이 있다면 어떻게든 재미있게 굴러가는 것처럼, PC의 컨셉도 '팀원과 마스터를 설득시킬 수만 있다면' 문제될 건 딱히 없음.
뒤에 글 다잘렸네; 여튼 고치기 귀찮으니 걍 냅둠
그 컨셉을 하고 싶으면 그 컨셉이 캐릭터와 잘 맞게 만들어야되는데 항상 그걸 못해서 문제가 생기는 거같더라 캐릭터가 매력적인 이유는 컨셉 뿐만 아니라 설득력에도 있건만....
자기 플레이가 어떤지 모르는 애들은 사실 플레이 많이 해본 애들보다는 초보에게서 많이 나타나는것 같음. 성향이라고 해야하나 성격 그런게 진짜 수동적이라 사실 뭐가 다른 사람들에게 힘든지 이야기를 해줘도 고치기 힘든 경우가 많음. 친한 친구가 아니라면 성격상 안맞는 놀이라고 말하고 보내는게 베스트긴 한데 그렇지 않으면 진짜 데리고 영화보고 밥먹고 인싸짓 하면서 드립 적극적으로 칠정도로 친해지지 않는 이상 안고 살아야지..
이 긴 글에 놀랍게도 내용이라고 할만한게 없네
ㄹㅇ 초보는 정석 캐릭터를 잡고 가야된다 짬이 좀 쌓이면 그 때 창의적으로 머리 굴려도 안 늦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