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나는 이과생이고, 자료를 찾는 것 자체가 서투른 사람임.
근데 같이 소설 쓰는 친구가 나보다 더한 놈이라 어째 위기감이 없다.
덤으로 상식도 없다. 1차 세계대전 언제 끝났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턀갤 아재들이 헝가리어 논문을 살펴보면서 배경 조사를 할 때,
나는 나무위키를 긁어보고 관련 덕질하는 사람들 블로그 들어가보는 게 전부라는 이야기다.
뭐, 문제가 될 건 없었다. 장편 플레이를 해봐야 문제가 터지죠.(...)
턀갤발 광기 플레이밖에 안 해본 늅늅으로서는 이게 문제가 될 여지도 별로 없었던거야...
덤으로 고증하기 귀찮아서 소설은 더글러스 애덤스 풍의 광기넘치는 SF 단편이나 끼적이다 맘.
이번에 자작포터 테플의 경우, 나도 캐릭터성이 좀 확고하게 잡혔고,
덤으로 내 딸의 처녀ㄱ...아니, 플레이었기 때문에, 나도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은 했음.
머글 사회와 마법사 사회 양쪽에 적응 못 한 아웃사이더니까, 당대 머글 사회,
그니까 1980년대 초반의 영국 사회상을 드러내면 효과적이겠구나... 싶었거든.
생각만 했음.
그래서 조사한 게 이거. http://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trpg&no=9282&page=10
그리고 난 그냥 대충, '아 I am your father 드립 쳐도 되고, 삼단 조립 지팡이 드립 쳐도 되고,
부를 수 있는 노래는 대충 어나더 원 바이츠 더 더스트 앞까지, 섹피는 해체한 지 오래고... 롤링 스톤즈는 모르니까 패스,
얼웨이즈 룩 온 더 브라이트 사이드 오브 라이프 불러도 되겠군.' 정도로 생각하고 끝냈다.
그리고 플레이 시작 직전에, 대충 이 때면 4대 닥터 재생성하고 나서 5대 닥터 시기였다는 것도 알아냈고.
그래서 준비한 걸... 뭐 나름 써먹긴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이걸 '제대로' 써먹었냐면 그건 아닌 거 같았단 말이지.
보드카 마티니 드립이야, 사실 지금 쳐도 전혀 안 어색한 부분이고,
대처 정부가 우유 급식 지원 끊은 거에 대한 드립은 사실 마스터가 대처대처 거려서 호응해 준 거에 가깝고.
PC의 백그라운드로 깔아 놓았던 '리버풀 출신'이란 설정은,
Scouse를 부산 사투리로 표현하자는 야심찬 계획이 내가 부산 사투리 못 한다는 결정적 문제에 부딪혀 침몰,
그리고 축구장은 나오지도 않아서 밥 페이즐리 감독도 전혀 나오지 못했어...
그리고, 결정적으로 4대 닥터의 말버릇을 따서 'Jelly Baby'라는 단어를 써먹긴 했지만,
사실 이건... 문자 그대로 '단어' 잖아.
실제로 1980년대, 펑크족들도 슬슬 몰락하고, 디스코가 유행하기 시작하며,
몰락하던 대처 내각은 포클랜드 전쟁으로 부활하고, 탄광 노동자들이 데모를 벌이던...
그 시절에, 마법사 세계와 머글 세계를 오가던 한 젊은 남자가,
할 일이 없어 집에 처박혀 닥터후를 보고 있었을 때의 심정을 전혀 반영 못 한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사실 난 닥터후, 클래식은커녕 뉴 시즌도 안 봤다.)
그냥... 아무 의미없이, '난 이렇게 노력했어!'를 보여주고 소멸했을 뿐.
이건 좀 아닌 거 같아서 하는 말이다.
오히려, 정작 내가 생각했던 '아웃사이더적'인 부분은 다른 부분에서 더 잘 나왔거든.
굳이 지팡이를 두고 지포 라이터를 켜고 끄는 모습,
'멀린의 수염에 맹세코' 대신 무심결에 '성경에 맹세코'라고 말해버리는 모습,
같이 플레이한 PC에게 쿠바 리브레를 사 주면서 쿠바 미사일 위기에 대해 언급하는 모습...
그래서, 그냥 턀갤러들에게 묻고 싶은 부분.
어떻게 하면 배경을 RP에 자연스럽게 녹여 낼 수 있는 건지,
'과한 준비'라는 게 있을 수 있는 건지... 그런 걸 묻고 싶다.
목표를 정확하게 정하는 게 첫 번째겠죠. 배경을 RP에 "왜" 녹이나요?
ㄴ음... 뭐, 사실 여기서는 마스터가 '대처 빼애액'을 외친 것도 있겠고, 전술했다시피 '마법사 세계와의 이질성을 보여야지'에 집중한 것도 있겠죠. 하지만 그 이전에, 이런 건 그냥 그 자체가 목표 아니던가요? '완성도'를 위해서.
완성도가 목표가 아니라, 목표에 얼마나 도달했느냐가 완성도겠죠;
ㄴ음... 어쩌면 제가 RPG적으로 사고하는 게 아니라 소설적으로 사고하는 게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설에서는 디테일에 '목표'는 없거든요. 그냥 만족스럽다/아니다... 정도의 기준밖에는 없죠. RPG에서 RP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제가 진짜 초보라 몰라서 그럽니다.
ㄴ아뇨, 소설에서도 목표는 있어요. 주제의식의 구현이죠. 그럼 질문을 바꿔봅시다. 배경을 RP에 녹여서 구현하고자 했던 테마 혹은 만들어내고자 했던 체험의 형태는 뭔가요?
ㄴ어... 아무래도 '디테일'을 보는 시각 자체가 다른 거 같습니다. 제가 말하는 디테일은, 극단적으로는 주제에 아무 영향도 못 미칠 정도로 사소한, 하지만 그만큼 작가/PL의 정성을 보여주고, 그걸로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그런 부류거든요. 예컨대, 각종 매체에서 총기 관련 고증이 대표적일 겁니다. 잘 되어 있을수록 고평가받지만, 훈련자료가 아닌 이상 총을
다루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주제의식을 실현시키는 경우는 극히 드물죠.
ㄴ그것 하나만으로는 당연히 안 될 겁니다. 하지만 여러 개가 모인다면 어떨까요? 그리고 그 여러 개의 사소한 개선이 일관성을 갖고 하나의 목표를 지지하고 있다면? 대개 어떤 작품이나 상품의 퀄리티는 혁신적인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퀀텀 점프를 하듯이 증가하는 게 아닙니다. 디테일이 쌓이고 쌓여서 전체적인 퀄리티 업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런 "사소한" 개선에도 목표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배경을 RP에 녹이는 목표가 뭔지 물어본 것이고요. 목표 없이 그냥 무작정 퀄리티를 올리면, 전 세계의 제일가는 미녀들의 얼굴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분만 모았더니 영 이상한 얼굴이 되었더라 하는 식의 결과가 될 겁니다.
ㄴ그러니까, 그 디테일 자체에 지향성이 있는 게 가능하냐는 이야기죠. 저는 같은 총기묘사를, 프로파간다 물과 반전 소설 양 쪽에 동일하게 쓸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건 같은 묘사가 전혀 다른 의도로 쓰였다고 봐야 하나요? 개인적으로는, 기껏해야 '현실감을 위해 쓰였다' 이상의 목적을 못 찾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총에 대한 묘사가
전쟁의 잔혹함을 묘사하기 위한 의도를 띨 수 있겠습니다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잖습니까.
ㄴ같은 총기묘사를 프로파간다/반전 소설 양 쪽에 "정말로" 동일하게 쓰나요? 절대 완벽하게 동일하지 않을 거라는 데 내 양쪽 손목도 걸 수 있습니다. 게다가 작품의 퀄리티 업을 위해서라면 더더욱 그런 짓을 하진 않을 겁니다. 두 소설을 쓰는 목적이 다르기에, 당연히 묘사도 달라질 수밖에 없어요. 같은 자료를 쓴다고 하면 차라리 이해하겠습니다만.
디테일 자체에 지향성이 있는 게 가능하냐고요? 당연하죠. 소설을 쓰거나 캐릭터를 만드는 것처럼 창조적인 작업을 할 때 목적 없이 무의미한 행동을 반복하나요? 오히려 그 반대 아닌가요? 내가 작업하는 것이 큰 틀을 잡는 것이든 혹은 세부를 채우는 것이든, 모든 것이 목적에 봉사하는 행동입니다.
무언가를 개선하려면, 왜 개선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목표도 없이 무작정 개선할 수는 없습니다. 그게 디테일이든 큰 틀이든 간에요.
ㄴ이 쪽의 경우에는 확실히 그렇다고 생각하네요. 같은 '단어'를 쓰는 건 충분히 가능하지만, 그건 행간에서 서로 다른 의미가 될 테니까요.
ㄴ방금 말한 것 자체가 이미 동일한 묘사가 아니라는 얘기네요. 행간에서 서로 다른 의미를 갖도록 배치했다는 거니까요. 그걸 동일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아무튼, 글쓴이가 어떻게 하면 배경을 RP에 자연스럽게 녹이는지 잘 모르겠는 이유는 명백합니다. 배경을 RP에 자연스럽게 녹여서 얻으려고 한 결과 자체가 모호하기 때문입니다. 즉, 목적이 모호합니다.
"머글 사회와 마법사 사회 양쪽에 적응 못 한 아웃사이더니까 1980년대 초반의 영국 사회상을 드러내면 효과적이지 않을까"라고 했는데, 그럼, 아웃사이더의 모습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방법이 1980년대 초반 영국 문화의 아이콘들을 산발적으로 삽입하는 걸까요? 그 아이콘들을 흩뿌려놓은 게 진정 사회로부터 벗어난 사람의 모습인가요? 아닐 겁니다. 자료를 조사하기 전에 좀 더 목표를 명확하게 규정했어야 합니다.
한글로 된 논문도 많솧. 국회도서관은 모두에게 열려있습니다. 나무위키는 신뢰할만한 정보창구가 아닙니다.
그리고 역시 해당 캐릭터에 대해 많이 많이 평소에 생각해두면 상황이 주어졌을 때 자기도 모르게 나오는 것 같다. 이걸 의식적으로 조절하는 수준이 되려면 님 프로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