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생각난 김에 13단 빡침이 솟아 올라서 쓰는 푸념글이다.


벌써 몇 년 전 일인데 티알을 인터넷으로 한다는 발상 자체가 없던 새싹이던 시절의 얘기다.


당시 그 마스터는 몇 번 장기플을 끝낸 경험이 있었고 내게는 그저 눈부시게만 보였다.


그래서 나는 그 마스터의 구인글을 봤을 때 이 기회를 놓치면 두 번 다시 TRPG를 할 기회는 오지 않을 지도 몰라! 같은 생각으로 손을 들었고 플레이를 하게 됐지.


암튼 이 플은 OR이었는데 주말 시간을 이용해서 진행하게 되었어.


자세한 내용은 빼고, 암튼 이 탁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어.


던월인데 하우스 룰 섞어서 다양한 룰의 느낌을 즐길 수 있었고, 마스터링 자체도 괜찮았고, 나 빼고 다른 플레이어들의 활약도 괜찮았다.


다만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좀 우중충하고 난이도가 좀 높아서 튕겨나갈 뻔 했는데 마스터는 우리를 다독이며 괜찮다고 괜찮다고 하면서 플레이를 이끌었다.


그러다가 슬슬 엔딩을 봐야 할 때가 왔는데 여기서 문제가 터진다.


우리는 모종의 마법적인 이유로 이세계에 갔다가 원래 세계에 돌아오게 되었는데 갑자기 원래 세계에 괴물들이 득시글 거리는 지옥문이 열린 거다.


우리가 이세계에서 모험을 하는 동안 원래 세계에서는 다른 사건이 일어나고 있었고 그 결과 이렇게 되어 버린 거다.


이 때만 해도 우리가 배드엔딩을 본 줄 알았고 플레이어들은 나름 괜찮은 플레이를 했기 때문에 아쉬워 했지만 그 다음 마스터의 발언 때문에 탁은 뒤집어지게 된다.


마스터 왈"이거 배드 엔딩 아닌데"


마스터가 말하길 오히려 이 엔딩은 자신이 생각하길 트루 엔딩에 가깝고, 다른 준비된 엔딩은 스토리의 핵심에서 비껴나고 플레이어 자신들이 좆되는 진짜 배드 엔딩이 있단 얘기였다.


더 환장할 노릇은 이 엔딩 플래그는 다른 세계에서 모험을 하고 있는 동안 동시 진행이 되는 지라 일단 분기점을 지나면 우리는 그걸 조작할 방법이 없단 얘기다.


한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가 주말 황금 시간을 소비하며 진행한 장기플은 처음부터 개같은 엔딩과 좆같은 엔딩과 개좆같은 엔딩만이 준비되어 있었고, 이 외에 엔딩을 보기 위해선 분기점 전에 뒤지는 수 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가뜩이나 지랄맞은 난이도와 파멸적인 분위기를 마스터의 입발린 소리에 넘어가 온갖 고생과 트라우마를 겪으며 겨우 보물상자를 열었다니 거기엔 똥 밖에 없었단 얘기다.


진짜 엔딩 직전까지만 해도 나는 탁 분위기를 흐리는 건 죄악이라고 생각하는 새싹이었지만 이 순간 한마리 트롤 새끼가 빙의해서 마스터에게 요약하자면 "야 이 개새끼야"라고 할 수 있는 피드백을 팀원들과 15분 정도 하고 방을 뛰쳐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이게 내 첫 OR이자 첫 TR이었다 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