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스를 까는 놈이든 빠는 놈이든 높은 현실모사성이 겁스의 중요한 특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데, 내가 보기엔 착각임. 범용성과 모사성(꼭 현실 모사성이라기보다는 상세한 데이터와 판정 중심 시스템의 모사주의라고 해야겠지만...)이 겁스의 두 목표이긴 하지. 근데 추상주의 룰쪽으로 가면 페이트나 안방극장같이 겁스 이상으로 범용성이 높은 룰이 얼마든지 있고, 모사주의 룰 중에서도 장르 특화 룰 중에서는 겁스 이상으로 상세한 데이터와 충실한 판정 시스템을 갖춘 룰이 적지 않음.


그보다 겁스의 특징은 '모사주의 룰 중에서는 가장 범용적이다', 또는 '장르 범용 룰 중에서는 가장 모사주의적이다' 라고 봐야 할 거 같은데. 예를 들어, 합의 중심의 추상 룰을 하고 싶지는 않고 구체적인 결과를 즉각 던져주는 판정 중심 룰을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사람이 하고 싶은게 중세판타지면 댄디, 근현대 오컬트 스릴러면 CoC, 스페이스 오페라면 트래블러 같은 선택지가 있겠지? 그런데, 이런 적당한 선택지가 없을 때 빛을 발하는 선택지가 바로 겁스다. 즉 겁스의 최대 장점은 '겁스 외의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가장 높은 경쟁력을 보여주는 룰이라는 거. 예를 들어, 마법문명 세계의 촉수괴물이나 샌드웜 플레이를 하고 싶다거나, 시간여행물에서 돌도끼 원시전사와 발리스틱 장갑복+레이저 소총으로 무장한 미래 병사간의 대등한(캐릭터의 승리 가능성이 대등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양쪽 무기 성능의 우열이 대등하게 드러나는) 대결을 플레이 해 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겁스 외의 다른 선택지가 없고, 이런 경우에 한해 겁스는 최고의 룰이 된다는 것.


옵션 룰을 많이 사용하지 않으면 겁스도 어렵지 않다는 이야기도 마찬가지지. 옵션 룰을 사용하지 않을거면서 뭣하러 겁스를 하느냐고 하지만, 어쨌건 돌도끼 든 원시전사와 건담간의 결투를 구현할 수 있는 다른 룰이 마땅히 없는 이상 옵션 룰을 좀 덜 사용해서 비교적 간단하게라도 겁스를 돌려보고 싶어지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