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에서 준비된 엔딩에 대해서 다들 욕한다고 하길래 든 걱정.
건독 리바이스드를 아무 생각없이 사 버렸는데, 이걸 ORPG로 하자니 사람 모을 능력도 실력도 배짱도 없고,
그래서 일단 곧 전역하는 친구놈(UDT 들어가겠답시고 렌즈삽입 수술까지 받아놓고 해병대 보급병이 된 기구한 인생)을 피실험체로 삼아서
얘 특수부대 뽕 좀 채워주면서 룰 연습한 다음, 팀을 찾던지 해야겠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얘한테 열어줄 플레이로 '대충 통일 한국 배경으로, 백두혈통을 자칭하는 반군 지도자 한 명 암살하는 시나리오' 정도를 생각했는데
내가 소설만 주구장창 읽어서 그런가, 아니면 밀덕력이 고작 5인 쓰레기라 그런가...
엔딩을 준비해 놓지 않고서는 대체 어떻게 이야기를 이어나가야 할지 감도 안 잡힌다;;
반군 지도자의 정체 밝히고, 이에 얽혀있는 국제적 음모를 파헤치고, 핵 테러를 막아내는 엔딩 말고는 생각이 안 남.
정확히는, 내 머릿속에서 이런 인물이 뭘 자유롭게 할 수 있을지가 가늠이 안 된다고 해야 하나.
주변의 상황(각 정보기관의 꿍꿍이, 해당 반군조직이 처한 상황 등)이 너무 꽉 조여져 있고, 일개 병사가 쓸 수 있는 수단은 제한되어 있으니
애초에 PC가 루니짓을 하지 않는 한 할 짓은 뻔하고, 결국 완벽한 레일로드가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되어서.
주인공이 뭔가 상황에 대한 통제력을 가지고 있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는 느낌임.
뭔가 현실적인 배경으로, 주인공에게 높은 자유도를 제공한 시나리오 같은 거 없어?
아, 그리고 덤으로, 건독은 맵 준비를 사전에 해야 하는 룰이라 갑자기 댐이나 평양시청 같은 데서 사건이 터져버리면 곤란한 것도 문제임...
서사룰이랑 데이터룰은 전개가 다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데, 맵은 필드가 아니라 실내로 만들면 돌려막기 가능 - dc App
사실 실외는 제너럴 맵이라고 '여긴 탄약고! 여긴 다리! 여긴 능선!' 식으로 대충 때울 수 있는 룰임. 건물 안이 문제지. 엄폐물 위치랑 문 위치, 복도 구조 같은 게 흥미로워야 총격전이 될 거 아냐.
아니 그럼 더더욱 방 하나 만들고 진입 방향만 휘저어도 새로운 맵 쉽건웅 아니냐 - dc App
음... 상가건물과 가정집과 버려진 인민군 막사와 진지화된 폐탄광은 왕창 다르잖아. 일단 이것들은 미리 만들어놓고 돌려막기 하면 될 텐데, 진짜로 엔딩을 풀어놨다간 평양시청(사실 있기나 한지도 모르겠다) 앞에서 인질극 벌어지는 참사가 걱정되서 그럼.
비슷한 분위기의 맵을 청크로 만들어서 스탬핑해다 쓰셈... 가정집이랑 상가건물 / 막사랑 폐탄광 정도는 각각 청크로 묶을만하지 싶은데 - dc App
엔딩을 준비해놓지 말라는 게 아님. 몇 가지 가능성을 준비해두고 플레이어의 행동에 가장 맞는 엔딩을 주라는 거지.
그 몇 가지가 생각이 심히 안 난다... 찾아가고 죽이기 위해 작전 짜는 과정은 몇 가지가 생각이 나는데, 대체 이놈을 죽이고 플레이어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될 방법이 생각이 안 나. 뭔가 유의미한 선택을 하고 유의미한 결과를 얻어야 할 거 아냐.
이런 비유가 적절할지 모르겠는데, 보통 사람들은 빈 라덴을 무인기가 쏜 헬파이어로 사살했든, 데브그루가 5.56mm로 벌집을 냈든, 차량에 미리 설치해 둔 폭탄으로 죽였든, '와, 이런 내용이었군' 하고 감탄하는 포인트가 달라지지는 않을 거잖아.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일단 가장 조진 엔딩(전부 다 실패하고 캐도 불행해진 엔딩)이랑 가장 이상적인 엔딩(모든 걸 해결하고 카타르시스를 얻은 엔딩)을 구상하고 그 사이에 단계적으로 여러가지 엔딩을 구상해봐. 예를 들어 문제는 해결했는데 흑막은 도망갔다거나, 모든 걸 해결해서 카타르시스는 얻었는데 대외적으로는 없던 일로 취급되서 약간 덜 닦은 기분이라거나, 성공은 했는데 그 과정에서 건물이나 시민에 피해가 발생했다거나 하는 식으로. 아님 성공한 결과 얻은 보상(권력, 재력, 물건 등등)을 다르게 주는 걸로도 여러모로 느낌이 달라짐.
비슷한 느낌으로, 사건의 배경이 음모와 NPC 정체에 몰려 있으니 플레이어가 뭔 짓을 해도 역사책에는 똑같이 실릴 거 같다는 소리임. '사실 XX는 YY였고 이는 ZZ국 정보부의 음모였으며 특전사 소속 슬리퍼 요원이었던 PC가 이를 다 족쳐서 해결했다. 끝.' 식으로. 그런 의미에서 사실 자캐딸 쪽이 제일 걱정된다. '자캐'가 아닌 '자작 국제정세'겠지만.
그건 역사책같이 외부에서 봤을 때 얘기지. 플레이어는 자기가 당사자니까 조금만 달라져도 아 내가 이런 행동을 해서 이렇게 된 거구나 란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음. 엔딩 나고 (실제로 그런 생각을 미리 했건 아니건) 님이 여기서 이랬으면 이랬을 거라고 지금 게 잘 된 거라고 속삭여주면 플레이어 입장에선 만족감 얻을 수 있음. 결국엔 말빨이 중요함.
...? 아니 그러면 자캐딸을 실컷 쳐 놓고, '사실 여러분이 여기서 이렇게 했으면 이 자캐는 힘없이 죽었겠지요, 얘를 영웅으로 만든 건 여러분 덕분입니다 ㅎㅎ' 라고 미리 준비해 놓은 전개를 읊어주면서, 팀원들이 여기에 납득해 버리기만 하면 자캐딸이 아니게 되는겨???
까놓고 말하면 그렇지. 팀원들이 납득해버리면 뭘 해도 자캐딸이 아님. 대신 마스터가 작정하고 자캐딸 요소를 넣으면 넣을 수록 팀원들을 납득시키는 말빨 난이도가 올라갈 뿐. 의외로 적당한 수준의 NPC 자캐딸은 함께 자랐다고 생각해서 좋아하는 플레이어도 많음. 육성물이 인기 많은 것처럼.
너무 멀티엔딩에 집착할 필요는 없음 2가지로만 나눠둬도 전개만 멀쩡하면 땡임 - dc App
건독을 한다=밀덕이다=빈 라덴을 어떻게 사살했는지 찾아보고 거기에 감탄한다 아냐? -봄베이는 맛난 술이라니까
요즘은 네이비씰 전쟁범죄 폭로가 워낙 핫해서 욕하는 사람이 더 많더라. 사실 빈 라덴 사살 증거 사진이 전혀 안 나온 것도 두개골 쪼개기 한 거 때문이라는 썰도 있고 그려...
위에서 보통은 빈 라덴을 조진거만 생각하지 5.56미리로 구멍을 냈건 40mm 파편에 육편이 되었건 기타 등등이건 신경 안쓴다고 한게 생각나서. -봄베이는 맛난 술이라니까
건독을 하는 밀덕이면, 결과 말고 중간 과정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결정하는걸로도 즐거워하지 않는가? 하는거지 -봄베이는 맛난 술이라니까
나도 하고싶다 tr임 or임?
PC 행동 자유도가 너무 떨어진다는게 문제면... 좀더 권한이 많은 설정으로 하면 되지 않을까? CIA + 미군 소속 특수부대 팀으로 해서 불법을 따지지 않고 임무만 수행하면 OK 같은 팀을 만들거나... 그 팀에 소속된 한국계 캐릭터나 친한파 캐릭터는 좀 딜레마를 겪을 수도 있고. 외교 분쟁 같은 걸 소재로 활용할수도 있고. - dc App
미국이 개입한 게 너무 티나면 중국이나 러시아가 반발하니 겉으로는 한국군+주한미군 협력 작전 식으로 꾸며야 한다던가... 영화 시카리오도 생각나네 ㅎㅎ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