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빌런의 존재 자체가 심각한 자캐딸처럼 보이기 시작함.
예전부터 하던 고민이긴 했는데, 이게 내가 읽어본 FPS 게임들 시나리오에선 보편적이길래 그냥 갈까 했었거든.
RPG에서는 이 정도로 금기시되는 건 줄은 몰라서 좀 겁먹은 거다.
간단하게 말해, 대체 빌런은 왜 이딴 짓을 하고 있는가? 에 대해 현실적인 설명을 붙이면 붙일수록
빌런이 사실 DMPC고, 나는 이 빌런에게 붙어 있는 설정놀음을 하기 위해 이걸 구상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어진다.
(아마 맞는 말일 거 같다는 게 더 심각한 문제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심지어 이 현실적인 설명이라는 것들이 현실적으로 PC의 행동을 제약하기까지 하니 문제.
플레이어는 어찌 됐던 저찌 됐던, 각국의 입장 사이에 선 한 명의 말판일 뿐이고(즉, 가장 지좆대로 해 봤자 한국의 이익 대변이 한계고)
그냥 상부 지시에 따라서, 눈앞에 있는 놈을 쏴죽이는 소위 '콜오브듀티 식 롤러코스터 액션'이 되어버릴 거 같다는 느낌.
무고한 민간인을 사살하거나, 테러로 인해 무수한 인명이 희생되면, 내가 어떻게 현실적인 처벌을 주기도 전에
PL 본인이 이 상황에 대해서 가장 큰 좌절감을 느낄 것이 뻔하다는 문제도 있고...
그리고 이런 자캐딸 빌런을 사살하면서, '자유롭게' 서브퀘스트를 전부 무시하고 목표를 사살하면
틀림없이 내 친구놈은 나한테 이럴 거란 말이지.
"??? 야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냐??? 대체 그 짱깨 공안 놈은 뭐 하는 놈이었던 건데???
그리고 대체 왜 조총련계 야쿠자 한 부대가 나랑 싸웠던 거야?????"
그러면 나는 여기다가, "아, 사실은 그게~" 하는 장황한 설명이나 해야 하고
(실상 그게 엄청 식상한데다 허무할 거 같지만 어쨌든)내가 시나리오에서 의도했던 감정적 효과는 전혀 못 주는 거고...
더 심각한 건
이 친구놈은 나랑 같이 소설 쓰고 하는 놈인지라
내 설정 설명에 재미있다고 박수 칠 거 같다는 점이다.
그걸 플레이 내적으로 녹여내야지 - dc App
야 그래서 이 새끼는 뭐하는 놈이었던 건데? 하면 그걸 설명을 할 게 아니라 뭐하는 놈인지 알기 위해 서브 퀘스트를 깨러 가게 해 - dc App
그러면 그게 또 레일로드가 되잖아. 그니까 논리 순환이 이루어져 버림. 자캐딸이 아니라 플레이어도 겪을 수 있는 '사건'으로 만들려니, 그 사건으로 끌고 가려는 레일로드가 되어버리고. 반대로 그런 사건을 겪지 않을 자유를 줘버리니, 왠 씹덕설정을 덕지덕지 달고 있는 빌런은 일이 끝나고서야 장황한 자기소개를 보고서 형식으로 하고 있으며, 플레이어는 진상 뒤에서 일어난 국제적 암투 사이에서 아무런 간섭도 못하고 놀아난 엔딩 강요가 되어버리고.
니가 이미 레일로드를 만들어놓고 그걸 역간 점프 한다고 레일로드가 아니게 되는 건 아닌데요 - dc App
흠... 그건 맞네;;; 그러면 뒷설정 상으로도 말이 되면서, 동시에 PC가 어떻게든 진상을 알아채고 결말에 영향을 줄 수 있도록 하는 전개를 애드립으로 짜내야 한다는 건가?
멀티엔딩을 하고 싶으면 아예 멀티엔딩 시나리오를 짜고, 레일로드를 할 거면 주변에서 뭐라하든 연출만 적절히 하면서 레일로드를 끌어가는게 맞음 - dc App
그러면 이거 정도면 엔딩 강요가 아닌 거야? '하나의 진상을 알아내기 위한 수단(장면)을 다양하게 준비', '각 장면들은 어떤 순서로 수행하더라도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준비', '엔딩은 서너 가지 정도로, 다들 나름대로는 여운이 남게', '예상 외의 행동은, 애드립으로 준비한 것 중 하나와 이어지게 처리'
엔딩 강요는 뭔 짓을 해도 배드엔딩 ㅅㄱ 이런거라고 보는데... 플레이를 잘하면 해피엔딩 볼 거 아녀 어차피 - dc App
아니면 어차피 너한테 맛보여주기 위한 단편이니까, 졸라리 빡빡한 레일로드식으로 간다고 해버려. 난 내 친구 댄디 맛 보여줄때 그랬음. -봄베이는 맛난 술이라니까
주변 가지를 다 쳐내 버리고, 핵심만 남겨서 -봄베이는 맛난 술이라니까
그러면 플레이어가 고민을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줘. 예전에 했던 플이 기업한테 하청받아서 일처리하는 일꾼이였는데. 중간에 기업이 통수치고 '미안하다 조금만 기다려달라'이러고 있고, 다른 기업 두곳이 우리를 유혹했음 우리는 상황판단하려고 정보를 마구 모으기 시작했고.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주어진 3개의 선택지에서 하나를 골랐다. 캐릭터가 한국을 대표하지말고 그 캐릭터로서 있게만들면 (위 처럼 한국이 플레이어 통수치게 만들던가) 그리고 빌런이 뭔가 있다는 암시를 주면 충분히 세션 과정에서 보일수 있게 만들수 있을거같음
사실 딴 건 몰라도 더 디비전 설정 베끼는 건 때려치울까 생각 중이긴 하다. 왜 돈에 눈 먼 PC가 제일 다루기 쉽다는 건지 알겠음... 근데 대체 뭐 하는 세기말이길래 참수작전을 PMC에게 의뢰하고, 그 PMC는 사람 한 명 파견해서 반군 두목을 암살하려 하는 건지, 친구놈을 납득시킬 방법이 영 생각이 안 나네.
This is No drill 부터 해보면 어떠신지...
뭐 그건 친구놈 룰 감 안 잡힌다고 하면(혹은 내가 끝까지 감이 안 잡히면) 하게 해 줘야지.
건독은 데이터도 많고 배경도 현실이라서 시나리오 짜려면 찾아봐야 될 정보들과 그 정보량을 감당해야되서 시나리오 짜기 진짜 힘들던데.. 일단 요리를 태어나서 처음해보는데 어케 갈비찜을 만듬... 일단 봉지 뒤에 레시피 적혀있는 라면부터 끓여보고 요리를 차근차근 해가는게 맞지 않나 싶음... 창작의 욕심보다는 일단 건독 뒷페이지에 준비된 시나리오로 플레이로 맛 부터 보시고 감을 잡는게 나을거같음..
테크노스릴러가 하고 싶읍니까? 델타 그린을 하십시오 Hu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