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남반구의 한 군도.
낮은 울음소리가 울려퍼진다.
관악기 중 가장 낮은 음을 골라 그것을 몇천배로 증폭시키면 이 정도일까. 뿌연 안개 속에서 놀란 새들이 날아오른다. 축축한 해안의 안개가 하이퍼테크 디바이스의 내부 회로까지 적셔오는 듯 하다.
[A1 임시초소 보고.]
[보고. 24분간 유의미한 이동 없음.]
[현시간부로 통제부에 의해 당 상황을 에이펙스 급 시나리오로 격상.]
[입감 완료.]
한 요원이 멀리서 감시장비로 EDE를 감시한다. 그의 주위에서 감시용으로 안구가 개조된 맨 인 블랙Man in Black, 클론 요원이 그의 감시 업무를 보조하고 있었다.
“44번 필터로 교체. VE 궤도 감시팀과 연결.”
동시에 그의 감시 장비의 렌즈가 교체된다. 안개 내부의 공간 왜곡을 감지하는 필터. 동시에 VE의 궤도 감시팀이 연결된다. 고품질의 통신이 마치 옆에서 이야기하는 정도의 음질로 낭랑한 여성 오퍼레이터의 목소리를 전달한다.
[Orbital Observation Team. State mission authorization code.]
요원이 재빨리 손목 시계의 휠을 돌려 임무 승인용 코드를 띄우고는 침착하게 읊는다. NWO 내부 프로토콜이 아니라 군용 프로토콜을 사용한 그의 통신은 신속하고 건조했다.
[This is Stalker 1-1, stating authentication code Whisky Yankee 20 Tango, break, stating mission authorization code, Zulu Alpha 2-5, how copy? Over.]
그의 영어는 너무나 정석적이어서 그가 어느 나라 출신인지, 어느 지방 출신인지도 알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러나 그의 외모는 류, 라는 중국식 성이 어울리듯 분명 동양인이었다.
[Solid copy. Authentication validated, break, authorization code validated. Send your traffic. Over.]
[Requesting orbital observation report, 25 Bravo Tango Romeos, 525. How copy so far? Over.]
[Solid copy. Interrogative, is DS filter also requested? Over.]
[DS filter is also requested. Over.]
[Stand by for orbital transmission. Out.]
그가 감시 임무를 계속한다.
거대한 괴물. 웬만한 고층 빌딩만큼이나 크다. 마치 벌레의 것을 닮은 듯한 거대한 다리로 움직이고 있는데도 진동은 전혀 없다. 대신 위에서부터 점점 실체화되는 것이 센서로 확인되고 있었다. 그 부분부터 움브라에서 컨벤셔널 스페이스로 넘어오고 있는 것이다. 이 정도로 거대한 EDE가 실체화 되는 경우는 십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했다.
그의 시야가 괴물의 발 밑으로 향한다.
VE의 무인 탱크 몇대가 박살나 있었다. 현존 군용 무기로는 핵무기를 제외하고 흠집하나 낼 수 없는 전궤도 탱크임에도 마치 아이들의 장난감처럼 부숴져있는 모습. 그 뿐만이 아니다. 100m 두께의 철근 콘크리트를 관통할 수 있는 하이퍼테크 철갑탄을 장착했음에도 괴물에게 아무런 피해를 주지 못했던 것이다.
[This is OOT. Sending observation results. Over.]
즉시 깔끔한 위성 정찰 사진이 전달되어온다. 5년도 있지 않아 이 정도로 깔끔한 정찰 결과를 즉시 받아보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테크노크라틱 유니언은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그 누구도 디멘셔널 아노말리를 구체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자는 없다.
[Results received. Out.]
그의 선글라스 형태 VDAS에 즉시 상공에서의 영상이 띄워진다. 그가 필터를 조정하며 여러 이미지를 읽는다. 그의 예상대로다. 이차원 관측 계열의 필터에는 괴물의 상반신 밖에 나타나있지 않다. 아직 완전히 현실 세계로 넘어오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방법이 없다.
“류 요원.”
무감정한 목소리.
“오 국장님.”
요원도 전혀 동요하지 않은 목소리로 대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놀라고 있었다. 그의 옆에 선 남자. 오 국장, 이라고만 불리는 이너 서클의 요원. 감시 임무에 집중하고 있었지만 경계를 늦추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가 다가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크군.”
“네.”
“보고는 읽었네. 아무래도 지상에서 운용하는 병기로는 아무런 소용이 없겠군. 그런가?”
“네.”
류는 오 국장의 부관직을 몇개월간 수행하고 있었다. 그는 신출귀몰하다고밖에 할 수 없었다. 분명 지구 반대편에서 회의를 하고 있던 그가, 어떻게 여기에 벌써 나타나있는 것인지, 그리고 현장 보고를 다 받은 것인지 알 수가 없을 노릇이다.
“위성 연결.”
오 국장의 오른쪽 의안이 파란색으로 빛난다.
[Orbital Fire Mission Team. State your mission authorization code.]
[Stating authentication code, November Hotel Echo 54. Over.]
류가 감시 임무를 계속하면서도 그의 통신을 경청한다. 그와는 달리, 오 국장은 승인 코드 대신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는 인증 코드만 전송하면 된다. 그 자신이 승인권자니까.
[Solid Copy. Over.]
[Stand by for fire mission. Over.]
[Standing by for fire mission. Over.]
오 국장의 오른쪽 눈이 희미하게 빛난다. 분명 그의 눈에 이 군도의 지도와 괴물의 위성 사진이 띄워져 있을 것이다. 그 정보를 통해 어디에 포격을 가해야 최대의 효과를 볼 수 있을지 계산하고 있으리라.
[Grid to suppress, 25 Bravo Tango Romeos, 5252, 5211, 5233. Three rounds, Lancer. Over.]
위성 포격 팀이 그대로 복창한다. 그들이 이 정도 파괴력을 투사하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다.
[Grid to suppress, 25 Bravo Tango Romeos, 5252, 5211, 5233. Three rounds, Lancer. Out.]
류가 하늘을 쳐다보고 싶은 욕망을 억누른다. 대기권 위에서 보이드 엔지니어의 군사 위성이 지상을 조준하고 있을 것이다.
“민간인 대피는?”
“완료됐습니다.”
칭찬은 없다. 수백명의 사람을 한시간만에 대피시킨다는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당연하다는 이야기다. 이너 서클의 요원의 부관은 그 정도 능력은 당연히 갖추고 있어야한다.
[Three rounds in effect. Out.]
동시에 짙은 안개를 뚫고 시퍼렇게 빛나는 물체 셋이 괴물을 강타한다. 작은 운석의 위력을 가진 탄. 그 질량으로 지상의 목표를 평탄화 시키는 것이 첫째요, 그 뒤를 따라오는 청정 핵무기로 잔해마저 청소해버리는 궤도 병기다. 그러면서도 그 효력 면적이 작게 설계되어 “정밀 대량 살상 병기” 라는 역설적인 이름마저 붙어있는 무기.
새하얗게 빛나는 하늘.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이어 밝은 빛이 하늘을 휘감고 사라져버린다. 먼지구름 같은 것은 피어오르지 않는다.
“대단하군.”
폭발이 사라지기도 전에 오 국장이 간결한 코멘트를 남긴다. 폭발로 인한 섬광이 사라지고 나서야 관측을 재개하는 류. 그의 말 그대로였다. 실체화되지 않은 부분이야 당연히 아무런 피해가 없다. 하지만 실체화된 상반신 부분마저도 표피가 조금 녹아내린 것을 빼고는 멀쩡하다. 반면 범위 안에 있던 모든 것들은, 박살난 VE의 무인 탱크까지 흔적도 없었다.
다시 한번 길고 낮은 울음소리가 울려퍼진다.
류가 오 국장의 눈에서 그의 뜻을 읽는다. 물론 그것마저도 부관에게 요구되는 능력이다. 당연하지만 오 국장이 그의 뜻을 숨기지 않았을때 뿐이다. 그가 자신의 의도를 숨기려하면 류는 읽어낼 수가 없다. 의도를 숨기기 위해 완벽한 무표정을 하는 그와는 달리 오 국장은 표정을 숨기지 않는다. 속마음과 상황에 따라 표정을 선택해 완벽히 그의 속마음을 숨길 수 있기에, 표정을 드러내는 것 마저 그의 무기가 된다. 그로 인해 그의 마음을 읽어내려고 하는 자는 더욱 혼란에 빠지게 된다.
“VE쪽 분석 결과는?”
즉시 분석 결과가 링크된다.
물리력을 통한 제압, 불가. 화력 부족의 사유.
차원과학 병기를 통한 차원 경계 분단, 불가. 시간 부족의 사유.
실체화 완료까지의 시간, 10분.
10분내에 에이펙스 급 시나리오가 시작된다. 국지적인 현실 파괴.
오 국장이 잠시 생각하더니 간결하게 결론내린다.
“군도 전체를 가라앉혀야겠군.”
나오는 것을 막을 수 없고, 그 자체도 파괴 할 수 없다면 나올 곳을 없애버린다는 발상.
“정말이십니까?”
“그렇다.”
그가 행하고자 하는 일의 규모. 그에 비해 그의 목소리는 너무나 태연하다. 섬을 가라앉힌다는 것은 산을 무너뜨린다는 말과 같다. 해저에서 국지적인 지진을 일으켜 지반 그 자체를 흔들어놓고, 위성에서 지표-파쇄 탄을 투하해 땅 그 자체를 박살내버린다. 거기에 이차원 간섭 병기까지 사용해 그 파괴력을 다중차원에 연쇄적으로 전달한다. 그 수단이라면 어떤 EDE라도 확실하게 저지할 수 있었다.
물론, 그렇게 되면 주위의 해안이 해일로 인해 잠겨버리게 된다. 수백, 수천의 인명피해가 나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 국장은 확신하고 있었다. 이 괴물이 현실로 들어오게 놔두면 수만, 어쩌면 수십만이 죽는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인구 단위당 정치경제적 영향력 역시 그의 계산에 들어간다. 해일이 덮칠 곳의 사람들과 괴물이 공격할 인구 밀집 지역의 사람들을 비교해보면 부등식은 자명하다.
전자는 타임테이블을 별로 늦추지 않지만, 후자는 그럴 것이다.
“VE 심해 작전부에 연락을 취해야겠군.”
“알겠습니다.”
류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이미 그가 제기할 수 있는 모든 의문점을 고려하고 나서 내려진 결론일테니까.
“피해 산출 요청하겠습니다.”
“됐어.”
끄덕이는 류. 여기 오기전 이미 모든 시나리오를 계산해본 것이 틀림 없다.
“오 국장님.”
“뭐지?”
대답 대신 전술 데이터 링크에 감시 영상을 링크한다. 오 국장의 의안을 통해 전해지는 영상.
괴물 앞에 한 여성이 서있다.
짙은 안개속에서 민무늬의 흰색 드레스를 입고 있는 여성. 낡은 드레스가 약한 바람에 흔들린다.
다시 한번 괴물의 괴성이 울려퍼진다.
여성이 손을 뻗는다.
“흥미롭군.”
오 국장이 가볍게 코멘트를 남긴다. 그러나 그 것은 말 뿐. 그의 머리속에서는 수백 수천가지의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을 것이다. 또 다른 EDE인 것인지, EDE가 사용할 지성을 갖춘 단말인 것인지, EDE를 막으려는 현실교란자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움직임이 감지됩니다.”
류의 말 그대로다. 그녀가 서서히 손을 뻗고 있었다. 거대한 괴물이 고개를 숙인다. 어찌나 거대한지 마치 빌딩이 무너지는 것을 연상케 할 정도다. 이빨 하나 하나가 작은 배의 크기. 그 여성보다 수십만배는 거대한 비현실 그 자체가 소녀를 향한다. 뒤통수여야하는 부분에서 돋아난 전갈의 꼬리를 닮은 무엇인가가 그녀를 향한다.
“여성의 모습이 변합니다.”
말 그대로였다. 그녀는 서서히 어려지고 있었다. 그녀가 입고 있는 옷마저도. 괴물에게 손을 뻗는 그녀. 그녀의 손가락이 괴물에게 닿는다. 그녀가 입술을 달싹인다. 영상으로 지켜보는 류가 얼굴을 일그러트릴뻔 한다. 그녀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주문을 외우고 있는 것도 아니었고 소리를 내는 것도 아니었다.
돌아가라, 라는 말의 이데아.
그 개념을 이해할 수 있는 존재라면 언어를 몰라도, 심지어 눈이나 귀가 멀었어도 그 뜻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낮은 울음소리가 지표면을 울린다. 괴물이 서서히 몸을 돌려 안개 속으로 사라진다.
동시에 오 국장이 무기를 꺼내든다.
“국장님?’
감시장비를 눈에서 내리는 류. 그의 눈 앞에 낡은 흰 드레스를 입은 노파가 서있었다. 노파를 향해 있는 오 국장의 무기. 움푹 패인 그녀의 눈에서는 헤아릴 수 없는 세월이 느껴진다. 방금까지만 해도 괴물 앞에 서있던 그녀가 어떻게 여기 있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센서에는 그 어떤 현실교란적인 징후도 탐지되지 않았는데. 그녀가 천천히 입을 연다.
“날 데려가요.”
“...”
오 국장이 침착하게 분석결과를 기다린다. 이터레이션 X에서 징발한 인과 보정 차분기가 문장으로 된 컨텍스트를 수치로 바꾸어 전기신호로 전송한다. 프로제니터의 계몽과학자들이 심혈을 기울여 설계한 멀티레이어 바이오 컴퓨터가 그 신호를 분석한다. 그 사고력은 수만의 인간이 수백년 동안 토론을 거쳐 내놓을 수 있는 것 이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장비들을 제대로 이용할 수 있는 인간은 소수다.
이 세계가 정말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돌아가야하는지를 알지 못하면 제대로 된 입력값을 줄 수 없으니까. 그리고 오 국장은 그것이 가능한 소수의 사람 중 하나다.
대중들이 어떻게 행동하는가, 기업들의 진정한 의도는 무엇인가, 새로 입안된 법률이 어떻게 트래디션과 현실교란자들을 제약할 것인가, 현실교란자들 사이에 떠도는 소문의 진실, 그 중 어느 정도가 조작된 것인지, 현실교란자들의 전설 중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그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엄청난 계산 능력을 가진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거나, 극도로 발달된 예측 알고리즘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입력값, 수 많은 진실 중 어느 것이 노이즈이고 어느 것이 진짜 정보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수 많은 가짜 단서 중, 어느 것이 해답으로 이끌어줄 진짜인지.
그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
결과가 출력된다. 혹시나 했지만 이번의 결과도 똑같다. 이번 사태가 아무 피해 없이 마무리 된 것은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똑같은 결과다. 아무리 분석해도, 아무리 대책을 세워도 결론은 똑같다. 마지막 날이 다가오고 있다.
실체는 알 수 없지만, 현실 그 자체를 삼켜버릴 대 재앙이.
“지금 예측 모델을 정리해서 아카이빙 하도록.”
“네.”
중성적인 AI의 목소리가 대답한다.
대 재앙이 발생하는 것은 일차적인 문제다.
“제압 수단에 따른 부수 피해 데이터 불러와.”
“데이터 로딩 완료.”
인류가 발전할 수록 점점 재앙의 규모와 부가적인 피해도 커진다. 인류의 의식이 이차원에 드리우는 수학적 그림자도 점점 짙어지고, 대규모 질병이 퍼져나가는 속도도 빨라진다. 100년전에는 10년 후퇴한 사회를 복구하기 위해서 3년이 걸렸지만, 지금은 20년 이상 걸린다는 것이 유니언 내에서 정설이 되었다.
유니언이 바라는 미래가 도래할 수록, 그 미래가 무너지는 것을 멈추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궤도폭격 및 국지적 지반 폭파는 수천에서 수만의 인명피해, 수천만 달러 이상의 피해로 이어진다. 도시 봉쇄는 수십만의 인명피해, 몇백억 달러 이상의 피해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도시 하나로 끝나지 않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어떤 재앙이 발생하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막을 수 있느냐가 문제다.
그의 생각을 방해하듯 AI가 기계음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국장님, 면담 요청입니다. 억류개체 A-5의 격리를 담당하고 있는 담당관입니다.”
A-5. 자신을 데려가달라고 했던, 괴물을 되돌려 보낸 현실교란자의 임시 코드명이다.
“연결해.”
“안녕하십니까, 오 국장님. 억류개체 A-5에 대해 보고드립니다.”
그에게 연락한 사람은 극도로 위험한 현실교란자들을 격리, 감금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요원이다. 모든 현실교란종은 박멸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중요한 정보를 알고 있거나 차후 쓸모가 생길 개체, 또는 유니언의 기술로도 파괴할 수 없는 개체들은 격리하게 된다. 이 요원은 수십년동안 그런 업무를 수행해왔다.
“보고하게.”
오 국장이 그의 목소리에서 희미한 떨림을 감지한다.
“저희가 가지고 있는 어떤 수단으로도 격리가 불가능합니다.”
“어떤 수단으로도?”
NWO와 VE가 운영하는 시설에는 재앙 그 자체인 현실교란종들이 갇혀있다. 미사일 사일로만한 공간의 감옥에 갇혀있는 괴물부터 다중 사고 미로에 격리되어 있는 정신체까지. 유니언의 격리 기술은 그런 괴물들마저 감금할 수 있는 수준이다.
“네. 간단한 프리미움 구속수부터 현실격리장까지 그 어떤 수단도 소용이 없습니다.”
“테스트 결과는?”
요원의 목소리가 더욱 떨린다.
“단독으로 다수의 에이펙스급 시나리오를 일으킬 수 있는 수준입니다.”
동시에 테스트 영상들이 재생된다. 현대병기부터 하이퍼테크 디바이스까지 그 어떤 무기도 그녀에게 유효하지 않다. 총알이 증발하거나 독가스가 무해한 기체로 변하는 것은 보통이었다. 다중차원 병기의 차원 왜곡을 손짓 하나만으로 되돌리고 체내에 투입된 나노병기를 숨을 쉬는 것만으로 배출한다.
“...”
마치, 모든 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 섭리를 알고 있는 듯한 모습.
“신속한 제거를 권해드립-”
그 순간 방 안의 모든 통신이 끊긴다.
“안녕하세요.”
오 국장이 돌아선다. 그의 앞에는 20대 후반 정도 되는 나이로 돌아온 A-5 개체가 서있었다. 이 방이 지어질때부터 이곳에 서있었다는 듯이.
“무슨 일이지?”
그가 전혀 당황하지 않고 묻는다. 이 정도 거리에서 극도로 위험한 현실교란자들을 맞닥뜨리는 것은 수백번은 더 겪어본 그다. 그녀가 손짓한다. 방금 전 까지만 해도 오 국장이 보고 있던 시뮬레이션이 다시 재생된다.
“지나간 미래를 보고 있네요.”
지나간 미래. 시제가 맞지 않는 문장. 시간 감각이 완전히 사라진 정도가 아니라 시간을 넘나드는 극도로 위험한 현실교란자들에게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렇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놀라운 것이 있다. 그녀는 이 시뮬레이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왜 파멸이 찾아오는지도.
“온 세계가 붉은 파도로 뒤덮혔어요. 당신들은 땅 속에 숨었지만, 다시는 나올 수 없었죠. 당신들이 사냥하고 있는 자들도 마찬가지일거에요.”
그녀는 파멸 이후를 예언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 파멸 이후를 이미 보고 온 것일까. 동시에 그녀의 모습이 거의 시체에 가까운 노파로 변한다. 시간을 멋대로 휜 댓가, 패러독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현실에서 추방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그녀가 얼마나 강력한 현실교란자인지를 말해주고 있었다.
“당신이...”
그녀가 기침을 한다. 동시에 그녀가 초등학생 정도 되는 아이로 돌아온다.
“아저씨가 막을거에요!”
그리고 말투 역시 그렇게 변한다. 그녀의 어이없을 정도의 쾌활함에도 오 국장이 침착하게 되묻는다.
“내가 말인가?”
그녀의 모습이 다시 20대 정도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맞아요. 당신들이 막을 수 없는 이유를 알고 계시나요?”
그녀의 목소리가 점점 잦아든다. 목소리를 내는 대신, 섭리 그 자체를 뒤흔들어 뜻을 전한다. 괴물을 돌려보낼때 했던 일이다. 언어를 몰라도, 심지어 눈과 귀가 멀어도 그 뜻만은 전달된다.
“합의된 현실이 쌓아올려지는 속도가 빨라질 수록, 무너지는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이지.”
아니에요.
그녀가 말한다. 그녀의 형상이 흩어진다.
흰색 드레스 대신, 그 이데아가 들어선다.
창백한 외모 대신 아름다움의 개념이 그녀를 대신한다.
피와 살은 없어지고 생명이라는 섭리가 그 자리에 들어선다.
-괴물의 이유로는 막을 수 없기 때문이에요. 오직 인간의 이유만이 있어야해요.
그녀라는 관념이 다시 현실에 뭉쳐진다. 30대 초반 정도의 여성. 그녀가 오 국장에게 다가와 그의 얼굴에 손을 뻗는다. 그녀의 말이 강철 같은 그의 마음을 흔들어놓는다.
“우리 딸이 막아줄거에요, 내 사랑.”
오 국장의 의안이 시퍼렇게 빛난다. 그녀의 속삭임이 물결치며 퍼져나간다. 그녀가 미소 짓는다.
==
외전 쓰기로 했습니다.
아바타 스톰 이전, 하은이 부모님 이야기임... 파워밸런스도 오버식스고, 짧게 4화 정도 내로 끝낼 예정.
Confirme/d에서 me/d가 차단어네;; 왜지;;
다음편.
아싸 다음편
외전추
본편은 님 닉으로 검색하면 다 나오나요?
중간에 딴 사람닉으로 대신 올린 것도 있어서 여기서 보려면 NHE로 검색하셔서 뒤져보셔야되고 그게귀찮으시면 타입문넷가셔서 보시면되요.
답변 감삼다.
어썸
오랜만에 다시 읽는데 사회가 커질수록 질병이 퍼지는 속도도 빨라진다 여기서 코로나 떠올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