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취미를 입문한지 7년이 지났습니다. 당시에는 이렇게 오래 이 취미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 했는데 사람 앞길은 알 수가 없네요. 그렇지만 슬슬 이 취미를 끝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지난 시간을 반추하며 이렇게 익명으로나마 글을 씁니다.

처음 입문은 던전 월드였습니다. 웹 공개, 무료, 비교적 간단한 룰이었기 때문에 당시에도 구인이 꽤나 잦았습니다. 판타지 소설을 여럿 읽어왔고, RPG에 관해 들려오는 소문 몇을 들었기에 한 번 해보자하고 구인에 참가했었습니다.

무엇이건 첫 경험이 중요하다는 말이 있지요. 그런 점에서 처음으로 하게 된 던전 월드 플레이는 제 RPG 인생에 많은 가치관을 세워줬습니다. 좋은 플레이였고, 좋은 팀원들이었습니다. 비록, 끝을 온전히 맺지 못하고 터졌음에도 불구하고 팀은 그대로 남았으니까요.

그렇게 형성된 팀으로 페이트 코어도 하고 밀크 스테이크라는 로그도 봐서 해당 로그의 룰로 플레이도 하고 그랬습니다. 서로 돌아가면서 마스터를 하면서요. 지금 보면 엉성하기 그지없지만 재밌었습니다.

서로 피드백을 하면서 점차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고 이게 반영이 되면서 플레이가 나아지고, 오래 같이하는만큼 서로의 플레이 가치관도 알게 되어서 이신전심으로 굳이 말하지 않고 서도 합을 맞추는건 정말 재밌었습니다. 가장 RPG를 즐겼을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지만 재미있는 때가 오래가지는 않았습니다. 저희 팀의 첫 마스터가 현실 사정상 RPG를 접게 되었거든요. 넷이었던 팀은 셋이 되었고, 저희 팀은 소강 상태가 되었습니다.

외부에서 중편을 같이 할 인원을 구해서 몇 번 플레이를 하고 룰도 이제는 겁스, 13시대와 같은 데이터 룰로 넘어가기 시작했지만 이상하게도 예전과 같은 재미는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 때부터 저는 원래 있던 팀과 더불어 새 팀을 만들었습니다. 새로운 만남이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믿으면서요.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반 정도는 맞았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만나는 것은 즐거웠습니다. 그렇지 못한 분들과 만나는 것은 솔직히 괴로웠습니다.

그렇게 새롭게 모인 분들과 따로 팀을 차린 이후에도 어느 순간부터 재미가 없어졌습니다. 그 때부터는 새로운 룰들을 구해오기 시작했습니다. 정발된 룰북들을 시작으로 드라이브쓰루에서 파는 룰들을 사서 직접 번역해서 플레이를 했었습니다.

그럴 때는 재미있었습니다. 잠시만이지만요. 시간이 지날수록 이 취미가 재미보다는 관성과 책임감으로 인해 하는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7년 동안 한 만큼 삶의 일부가 되어 익숙해진 것이지요. 그렇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도 없어졌습니다.

플레이가 끝나고 팀원 분들이 하나 둘씩 현실 사정으로 인해 휴식을 선언했기 때문이지요. 일말의 책임감이 사라진 지금. 더 이상 이 취미를 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느꼈습니다. 지난 7년 동안 즐거움도 고통도 여럿 느껴왔고 여러 분들을 만나뵈었습니다. 그동안 이 취미를 해서 즐거웠습니다.

여러분도 즐기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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