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들이 어떻게 전쟁하느냐는 얘기에서 꼭 빠질 수 없는 게 이 얘기인 거 같아요. "뱀파이어 졸라 쎈데 뭐하러 중세에도 닌겐들 눈치나 보고 살아야 함?"
음... 왜 그러냐면... 당연히 므두셀라도 함부로 나대다가는 인간들에게 뒈지기 때문이에요. 아래는 그 희생자 명단 중 극히 일부이에요.
1. 메돈(Medon): 앞으로 이 글에서 소개하는 모든 뱀파이어들은 벤트루 클랜의 제4세대에 속하며 제3세대 '벤트루' 베다르타(Veddartha)의 자식들입니다. 따라서 이 아래로 계보는 다시 설명하지 않습니다. 메돈은 고대에 에게해의 한 섬에서 공공연하게 자신의 뱀파이어 정체를 드러내고 인간들을 지배했습니다. 그는 제4세대의 막강한 힘을 휘둘러서 인간들을 굴복시키고 강제로 복종시켰으며, 아무런 대가 없이 인간들을 노예이자, 노리개이자, 먹이로 삼았습니다. 그 결과 수백명의 인간이 낮 동안 폭동을 일으켜서 그의 구울 하인들을 죽이고 잠들어 있는 메돈의 몸을 태양 아래 불태웠지요. 메돈의 죽음은 다른 모든 벤트루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으며, 그는 온전히 인간들만의 손으로 죽은 최초(그리고 아마도 최후)의 벤트루 제4세대로 기록됩니다. 오만함이 제4세대를 인간들의 손에 죽게 만든 셈입니다. 다른 클랜의 많은 이들은 중세 즈음이 되고서야 몽골의 침입, 이단재판 등의 사건을 통해 인간의 무서움을 서서히 깨달아 가지만, 벤트루들은 메돈의 죽음 덕에 이 진리를 남들보다 훨씬 일찍이 깨달았습니다.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다른 제4세대인 아르테미스(Artemis)는 스파르타에서 어느 인간 철학자로부터 '우연히(처음엔 잡아먹을 생각이었지만, 어쩌다 시작된 대화에서 흥미를 갖게 되어 끝까지 듣고 조언자로 삼았다고 전함)' 영감을 얻고는 고안해낸 자신의 새로운 사회지배 모델을 실험했습니다. 그건 바로 인간들의 힘(머릿수, 기술, 조직 등)이 시대가 지날수록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차라리 그 힘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돌릴 수 있는 체제를 만들자는 것이었지요. 이렇게 생겨난 전통이 바로 오늘날 카마릴라에까지 이르는 '배후에서의 지배'입니다. 바로 이러한 방식을 통해서 아르테미스는 스파르타의 수호신인 아르테미스로 군림하고 스파르타인들을 통해 펠로폰네소스 반도의 패권을 장악했습니다. 후일 아르테미스의 자식은 리산드로스(Lysander, Lysandros)는 대모(Sire)의 방식을 이어받아 로마로 영역을 넓히고 여러 유명한 자손들을 남겨 벤트루 클랜의 입지를 다집니다.
물론, 아이러니하게도 아르테미스는 자신의 자손들과 종복들에 대한 애정과 신의 때문에 목숨을 잃게 됐지만요. 로마가 카르타고를 칠 때 직접 전장에 나갔다가 찢겨서 죽었어요.
-Clanbook Revised: Ventrue
2. 미트라(Mithras): 우리 팀원들을 비롯해서 WoD를 하는 많은 분들은 미트라를 최고로 존엄한 반신적 존재로 생각하고 있겠지만, 사실 그도 인간의 손에 피를 흘린 역사가 있습니다. 로마 말기에 기나긴 수면에 들어간 미트라는 색슨족에 의해 잉글랜드가 정복된 11세기 중엽에야 깨어났습니다. 다시 일어난 그는 로마인들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고 영국인들은 (자신을 비롯한)로마 신들을 섬기는 대신 예수 그리스도라는 유대아 지역의 목수를 섬기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도했습니다. 어이를 잃은 미트라는 당장 태양과 용맹의 신인 '불굴의 태양(Sol Invictus)'을 섬기는 옛 로마식 신전을 짓고 옛날처럼 신자를 모아 종교의례를 집전하여서 다시 힘을 축적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벌인 '이교도적 신성모독'은 그 지역에 살던 다른 뱀파이어와 인간들의 공분을 샀습니다. 그의 신전은 낮 동안 불태워지고 신자들은 지역 영주에 의해 악마숭배자로 체포되었으며, 미트라와 그 심복들은 간신히 도주할 수 있었습니다.
체면이 말이 아니었지만, 일단 이 새로운 시대에 이방인으로 깨어난 이상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세를 낮추는 것 외에 도리가 없었습니다. 결국 미트라는 다른 뱀파이어 영주들로부터 모습을 감춘 채, 지방 인간 영주의 자제나 포옹된지 얼마 안된 어린 뱀파이어들 사이에서 숨을 죽인 채 조용히 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확실했습니다. 그는 좋은 출신과 부유한 재산, 그리고 무엇보다도 뛰어난 자질을 지닌 인간들과 어린 뱀파이어들에게 늘 적절한 조언과 도움을 제공해주었으며, 이들은 미트라를 인생(아니면 Unlife)의 스승이나 은인으로 섬기며 따르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약 한 세기가 지난 1154년이 되자 미트라는 자신이 키웠던, 이제는 막강한 영주들이나 안실라(Ancillae)로 성장한 뱀파이어 후배들의 도움으로 런던의 왕좌를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 이전에 잉글랜드를 지배하던 뱀파이어들은 색슨족 출신의 세 장로들이었습니다. 하지만 미트라는 그들을 직접 찾아가서 죽이지 않았으며, 실은 혼자서는 그들의 안식처(Haven)를 찾아내는 것도 불가능했지요. 놀랍게도 그 장로 뱀파이어들은 모두 미트라의 인간 끄나풀에 의해 비밀리에 암살되거나 무장해제됐습니다. 미트라가 죽였다는 증거가 없었으므로, 미트라가 모든 정적들을 제거하고 런던으로 돌아왔을 때 누구도 미트라에게 동족살해의 죄를 물을 수 없었지요. 세 장로 중 하나였던 뱀눈 로알드(Roald Snake Eyes)는 비밀리에 미트라와 손을 잡았던 글루체스터의 세렌(Seren)을 방문했다 행방불명됐고, 칼레의 조프리(Geoffrey of Calais)는 새벽 동이 트기 직전 그 지역을 순찰하던 일단의 병사들에게 살해됐습니다. 소문에 따르면 그 날 아침 해가 뜨기 직전에 인근 농장에서 황소 한 마리가 도난됐다고 합니다(미트라 교단에서는 신께 바치는 제물로 황소를 도살함).
미트라가 일어나는 과정은 아무리 강하고 오래된 메두셀라도 오만한 나머지 스스로를 위험으로 몰아넣는다면 패망할 수가 있으며, 반대로 스스로 싸울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면 그 힘을 온존하고 생존할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힘이 있다고 해서 그것을 늘 휘두를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지요.
-Vampire: Dark Ages, Ashen Priest, Dark Ages: British Isles
위 캐릭터들은 중세에도 뱀파이어가 함부로 설치면 피를 보게 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아, 물론 자기 피요. 그래서 과거나 지금이나 그들이 지닌 전통의 최우선 항목은 늘 "함부로 나대지 말라"지요. 몇 마리 더 있어서 쓸까 하다가 그냥 귀찮아서 생략합니다. 히히.
데에에에엣 닌겐상! 제발 살려주시는데스!
어쩌다 고세대가 별것도 아닌 인간들에게 털렸나... 메이지가 개입했을리는 없을텐데. 아니면 세대 높은거만 믿고 디시플린 개발을 소홀히했나 ㄷㄷ
털린단거지 인간들이 폭동일으키면. 몇백명이 구울 수십마리랑 싸워서 이기고 관짝 문 열어서 노릇노릇 태양에 구우면 되는데
원래 불지르거나 햇빛 아래 널어놓으면 잘 죽어요.
태양앞에는 디시플린이고 4세대고 답없는데스우. 3세대도 태양광 레이저 맞으면 죽는다데스...
낮에는 자기때문에 구울에게 의존해야 하고 구울은 인간한테도 질 수 있으니까 함부로 나대면 죽는다.. 이런건가요?
네. 그리고 굳이 낮이 아니더라도 뱀파이어가 인간에게 적대한다는 것은 곧 자기가 사는 세상 자체에게 적대한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뱀파이어가 사는 곳은 결국 사람들이 모여서, 사람들이 이룩한, 사람들의 세상이에요. 당장 뱀파이어 자신만 해도 인간의 육신과, 인간 시절 성립한 인식구조 및 사고관에 입각해서 생각하고 움직여요. 그런데 뱀파이어가 함부로 본성을 드러내고 날뛴다면 그는 더 이상은 발붙이고 살 곳이 없는 거에요. 혹시 발더스 게이트 같은 게임할 때 모든 마을에서 nPC 죽이고 평판이 극악까지 떨어진 적 있으세요? 그렇게 되면 그냥 계속 죽이고 부수고 파괴하는 거 말고는 할 게 없어지지요. 처음에는 그런 게 재밌을지 몰라도 금방 쉽게 질리게 될 거에요. 그런데 그게 실생활에서 벌어지면 어떨까요?
당장 우리만 해도 얼굴 맞대고 사는 사람들 심기를 거스리지 않기 위해 애를 써요. 굳이 상대가 내 밥줄 쥐고 있는 직장 상사나 대학 교수가 아니라고 해도 말이에요. 같이 살아가기 위해서에요. 비단 사는 데 필요한 물질적인 요소들 뿐 아니라, 사회적인 협동과, 감정적인 안정도 결국은 여럿이 함께 이룬 문화적 삶의 터전에서 느낄 수 있는 거니까요. 뭐... 물론 숲 속에서 혼자 살기를 선택한 야인들도 없는 건 아니지만, 비교적 소수지요. 견디기 힘든 고독한 삶이니까요.
뱀파이어는 인간피 못먹으면 뒤져요. 즉 인간사회에 빌붙어살 수밖에 없어요. 그럼 오또케 인간목에 빨대를 꽂느냐가 자기선택이 되겠져. 메돈의 사례는 대놓고 정체를 까발리면 결국 뒤진다는 교훈을 남긴 거예여. 4세대 몇천년짜리도 자기 피주머니였던 인간한테 뒤지는 거예여. 그래서 인간은 생존에 필수적 존재 + 내 정체를 드러내면 뒤짐 = 인간호구 ㄴㄴ 라는
사실 일방 의존적인 관계에서 약점까지 명확하다면, 자신의 정체 자체를 숨기고 포장하는 게 가장 현명한 선택이겠죠. 뱀파이어들은 인간과의 경쟁에서 승리한 느낌이지만, 그건 이렇게 효율적인 전술을 탐구한 결과물일것이고.
3번이 있을 줄 알았는데 없었다...
크으 오랜만에 보는데 설정글이네요. 개추드립니더. 근디 다크에이지시대 뱀프들은 현대에서 4세대로 취급하지 다크에이지 시대라면 그냥저냥 아닌가염?
나이가 얼마냐에 따라 다르지요. 미트라 같은 애들은 12세기 기준으로도 2400살쯤 쳐먹은 꼰대라...
2400살 먹은 꼰대도 털리는군. 중세닝겐한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