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했던 GURPS캠페인 이야기임

내 PC는 무슨 일을 하든 항상 먼저 생각해 보고 나서 움직이는, 굉장히 계산적이고 약아빠진 창잡이였다.

그리고 다른 PC 중에 자만심과 충동적과 불굴을 전부 가진 활잡이가 있었다.


GURPS는 몇몇 상황에서 사격 공격이 빗나가면 아군을 맞출 수도 있다. 그래서 그런 상황에서는 신중하게 사격해야 한다.

하지만 저 활잡이는 상황이 아무리 안 좋아도 '나님은 신궁이라 괜찮음' 하면서 시위를 당겼다.

이게 다른 룰이면 미친새끼야 작작해! 라고 할 수 있겠는데, GURPS라 그냥 단점 자제판정을 굴리고 터지면 닥치고 쐈다.

덕분에 나는 적이 육박전으로 치고 들어오면 항상 모골이 송연했다. 안 그래도 창이라 육박전이 힘든데 아군까지...


이것만이라면 참을 수 있는데, 이 활잡이는 상대방이 높으신 분이건 뭐건 충동적을 굴려서 터지면 하고 싶은 말 다 떠들어댔다.

나는 PL적으로도 솔직히 저 컨셉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PL보다도 내 PC가 대체 어떻게 저 활잡이를 참아주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언제 확 두들겨 패줄까 고민하던 중에 한가지 묘안이 떠올랐다


반하면 된다


그래서, 사실 내 PC는 활잡이에게 반해서 짝사랑한다는 설정을 넣었다.

반하는 설정 하나만으로 정말 많은 것이 해결되었다. 대체 왜 인접한 적에게 화살을 막 쏴대는데 그냥 넘어가죠? (반해서)믿으니까!

대체 왜 교섭중에 교섭인을 놀려대서 손해를 봤는데 핀잔 주는 정도로 넘어가죠? 반했으니까!

대체 왜 보수를 슬쩍 더 가져갔는데 밥 한 끼 거하게 사는 걸로 봐줘요? 반했잖아!


물론 활잡이 PL도 '다른 사람들 다 아는데 나만 몰라!' 의 클리셰로 저 설정을 잘 받아줬기에 만사가 잘 굴러가긴 했다.





한줄요약=도저히 PC끼리 아귀가 안 맞는다면 반해버리는 걸 진지하게 고려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