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재하지도 않는 역사에 대한 사료를 왕창 만들어놓은 다음
다짜고짜 읽고 이해하라고 독자들에게 요구할 경우
대개 쌍욕을 먹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추정컨대, TRPG 하는 놈들이라고 다를 것은 없으리라 본다.
만약 현실적인 중세 판타지를 만들고자 한다면
지중해와 비슷하지만, 아무튼 지중해는 아닌 바다
이 바다를 바탕으로 권역을 성장시킨 로마 제국 비슷하지만, 아무튼 로마 제국은 아닌 고대의 보편 제국
이 제국을 바탕으로 널리 퍼진 기독교 같은 보편 종교지만, 아무튼 기독교는 아닌 종교
이 종교의 교리상 널리 퍼져 문화를 발전시킨 수도원 같은 은둔 단체이지만, 아무튼 수도원은 아닌 단체
이 종교를 퍼트리기 위해 선교사와 기사들이 계속 파견되는 북유럽/동유럽 같은 오지지만, 아무튼 북유럽/동유럽이 아닌 야만인들의 땅
이 종교와 대립하는 무슬림 같은 침략자지만, 아무튼 무슬림은 아닌 족속들
게르만법에 기반한 작위 계승과 비슷한 계승법이지만, 아무튼 살리카법 같은 거랑은 다른 관습법
고대 제국의 공화주의 전통을 이었으며 무역으로 크게 성장한 이탈리아 도시국가 같은 소국이지만, 아무튼 이탈리아 도시국가는 아닌 나라
신성하지도 로마도 제국도 아닌, 종교적 권위를 기반한 선거 군주제 국가지만, 애초에 로마가 아니기 때문에 신롬도 아닌 나라
눈알 뽑기와 거세가 횡횡하지만, 콘스탄티노플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동로마도 아닌 나라
팔레스타인 땅도 이스라엘 땅도 아니고 당연히 예루살렘도 아닌 성지....
대충 이딴 설정들을 짜 놔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이쯤 되면, 그냥 현실 역사를 그대로 따 온 다음
국가나 집단, 인물들의 이름을 전부 은근슬쩍 가리고, 중요 사실 한 두 가지를 판타지적으로 크게 바꾼 설정만 남기는 게
훨씬 더 쉽다는 이야기밖에 되지 않는다.
예전에 '로마 만신전이 힌두교처럼 발전하고, 이슬람교의 자리를 네스토리우스파가 차지하고 있으며,
카타리파는 극단적 예정론자고, 이종족이 존재하며, 하이엘프는 유태인인' 세계관으로 단편소설을 쓴 적이 있는데
(물론 본인은 역알못이기 때문에 실제 몽세귀르 요새 전투 관련 자료는 찾아 읽지도 않았읍니다)
내 생각에는, 이 정도가 마스터가 캠페인 세팅이랍시고 논문을 들이미는 사태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책이지 않을까 싶음.
아니면 얼불노 RPG를 만들던지....
얼불노 RPG는 이미 있는 데스웅?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