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에 빠진 베가의 얼굴을 보자, 차를 홀짝이던 데네브의 이마에 옅은 주름살이 새겨졌다.
"그 남작이 부탁한 거라면……."
데네브는 찻잔을 내려놓으며 그 수면을 지그시 응시했다.
샤울라 남작,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별볼일없는 지방 귀족 중 하나에 불과했던 샤울라가의 세력을 크게 확장시키며 떠오른 신예. 원래 후계자였던 장자의 의문사 탓에 후계자가 되기 위해 그를 암살했다는 의혹을 받는 등 여러 흉흉한 소문이 돌 정도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수완가다. 아직까지 명확한 파벌을 밝히지 않은 채 중립을 유지하는 그는 여러 인물의 관심을 받고 있었고, 데네브가 증오해 마지않는 조부 역시 그 중 하나였다.
남작이 후원하는 기사가 공을 세우거나 이름을 알리는 것은 그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해주겠지만, 그것만이 목적은 아니겠지. 반대 세력들처럼 신진 기사에게 힘을 실어 대공의 파벌을 견제하려는 의도였다면 베가에게 부탁하진 않았을 거야. 그렇다면?
데네브는 고개를 들어 베가와 눈을 마주쳤다.
"괜찮지 않겠어? 아틱은 애송이지만 잠재력만큼은 충분해. 이번 탐색을 무사히 마친다면 크게 성장하겠지."
남작이 친히 부탁하기까지 했고, 라며 그가 덧붙였다.
나와 베가. 기사단의 두 우두머리가 대공의 세력임은 공공연한 사실이고, 남작이 그걸 모를 리가 없어. 그렇다면 이런 행동은 그가 대공에게 보내는 러브콜이라고 생각해도 문제없을 터. 베가가 다른 인물에게 이 얘기를 하진 않았을 테니 지금 이걸 알고 있는 건 남작과 우리 두 사람 뿐인 건가.
중립을 유지하던 유망주가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군. 이 행동이 과연 어떤 파문을 일으킬까- 때마침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이 찻잔의 수면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켰고, 데네브는 그 물결을 보며 싱긋 미소지었다.
"그리고 분명 그렇게 될 거야. 그게 우리의 역할이니까."
그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정말 아틱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지는 나도 확신할 수 없어. 설사 아틱이 폐허에서 영웅적인 죽음을 맞이한다고 해도 남작은 개의치않을 테고. 아니, 오히려 기뻐하며 그 죽음조차 이용하려 들겠지만─
순수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베가를 본 데네브는 그녀에게 걱정말라며 미소를 지었다. 문득 그녀의 찻잔이 비었음을 알아차리자 그가 손을 뻗어 찻주전자를 들어올린다.
─거기까지 베가에게 얘기할 필요는 없겠지. 그녀에게 이런 더러운 얘기는 어울리지 않아.
품위있는 동작으로 베가의 빈 찻잔을 채운 뒤에도, 데네브의 입가엔 여전히 미소가 감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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