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은 양대 관리주체인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 그리고 그 배후에 있는 대한민국 정부, 늑대인간과 뱀파이어를 비롯한 어둠의 세계의 주민들, 드래곤이나 고양이, 비둘기와 같은 초자연적 존재에서 친일파나 종북주의자, 수꼴, 빨갱이, 노점상 등 다양한 세력이 각축을 벌이는 열린 공간이자 사회이다. 하지만 이러한 외부 개입세력들이 지하철의 전부라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실상 지하철 내에서 가장 큰 수효를 차지하는 집단은 지하철의 양대 토착세력인 승객과 노숙자이다.
그중에서도 지하철 내에 독자적인 사회를 구축하고 있는 토착세력인 노숙자의 영향력은 은밀하지만 실로 막대하다. 이들이 지하철의 전면에 등장하는 사례는 거의 없지만, 반대로 지하철에서 벌어지는 어떤 사건도 이들의 눈과 손을 피할 수는 없다.
활동 장소
노숙자들은 지하철 시설 내에서 거주하며, 그 거주지 주변에서 활동한다. 이론상 노숙자들은 지하철의 모든 노선과 역사에서 거주할 수 있다. 하지만, 거주와 생활의 편리성 때문에 이들이 주로 거주하고 활동하는 곳은 역사, 그중에서도 교통의 요지에 위치한 환승역이다. 따라서 종로 3가의 꽈배기굴은 이들이 머무르기에 아주 유리한 환경이다.
사회와 생활
지하철 내부는 생존에 그다지 유리한 환경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이 때문에 (외부의 물자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승객과는 달리) 노숙자들의 삶은 빈곤하고 열악하다. 이런 환경으로 인하여 노숙자들의 사회는 자연스럽게 냉혹한 약육강식의 질서가 지배한다.
노숙자들이 많이 모여 사는 역에서 노숙자들은 강자를 중심으로 부족이나 무리와 유사한 위계적이고 억압적인 사회 구조를 구성하며 이 조직은 체계적이지는 않으나 강자와 약자간의 권력구조와 착취-피착취 관계가 명확히 드러난다. 이러한 구조적 억압을 혐오하는 노숙자들은 다른 노숙자가 없는 역에서 거주하기를 선호하기도 하나, 이러한 외로운 노숙자들은 외부의 위험에 취약하고 생존에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기도 어렵다.
지하철 분쟁과 노숙자
노숙자들의 사회적 조직은 분산적이다. 각 역 단위로 노숙자들이 구축한 사회는 그 역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으며 이러한 각개 노숙자 사회를 아우르는 상위 조직은 없다. 이 때문에 노숙자들은 지하철 사회의 분쟁에 독자적 세력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이며, 이는 지하철 사회에서 노숙자들이 약자의 입장을 벗어나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노숙자들이 지하철 사회의 분쟁과 무관한 것은 결코 아니다. 지하철의 주도권을 다투는 각 조직들에게 있어서 현지 사정에 익숙하고 자신들만의 독자적 생화학 무기 기술 및 적응-생존기술을 가진 노숙자들은 유능한 정보원이나 용병의 훌륭한 공급원이며, 노숙자를 전혀 고용하지 않는 조직은 사실상 없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예를 들어, 종로 3가와 같은 복잡한 꽈배기굴 구조의 역사에서 노숙자를 길잡이로 고용하지 않고 작전을 전개하는 것은 자살행위에 가까우며, 복잡한 시설 구조에 익숙한 노숙자들은 종종 게릴라로써 정규군 이상의 전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리고 노숙자들의 입장에서도 이런 외부세력에 고용되는 것은 노숙자 사회에서는 드물게 다양한 물자나 재화, 특히 노숙자들의 생존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지하철 시설 내부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술, 담배, 삼겹살 등의 희소필수자원을 얻을 기회로서 환영받고 있다.
-작성자 나익명-
-인용항목: 꽈배기굴, 승객, 지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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