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억이다. 아들와 함께 퍼즐을 맞춘 적이 있다. 완성된 그림도 없고 비슷비슷한 조각이 많아 꽤 긴 시간이 필요했던 그 퍼즐에는, 숲과 들판이 그려져 있었다.
높은 곳에서 바라본 숲의 전경엔 붉은 황혼이 비치고 있었고, 들판에는 노란 꽃, 그 주변으로 나무들은 거대한 새로 변해 무리지어 날아가고 있었다.
지하에서만 시간을 보내 그런 광경을 한 번도 본 적 없었던 아들은 이 숲에 대해서 물었고 나는 결계 밖 서쪽 끝에 있는 숲이라 했다.
해가 뜰 무렵 옅은 안개 사이로 하나 둘 모여든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해질 무렵이 되면 노을빛을 받은 나무들이 새로 변해 지평선으로 날아가는 곳이라며,
그 이후 종종 아들이 그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할때마다 가본적도 없는 서쪽 숲에 얽힌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나의 이야기가 퍼즐의 그림보다 생생하고 신비로운지 아들은 내가 그곳에 갔다 온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듣는 아들보다 말하는 내가 더 이야기에 빠져있는 것 같았으니까.
서쪽 숲에는 언제 가보았냐는 아들의 질문에 나는 그저 고개를 저으며 서쪽 숲에 간 것은 오랜 과거이고 너무 멀어서 이제는 갈 수 없었다고 할 수 밖에 없었다.
아들이 그러면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고 남편에게 쪼르르 달려가 물어보자 앉아서 차를 마시던 남편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나에게도, 그리고 아직 어린 아들에게도
너무나 슬퍼보였기에 아들은 언젠가 커서 그곳에 우리를 모두 데리고 가겠다 했고. 남편과 나는 크게 웃으며 자랑스럽게 웃는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하지만 아들은 그 이후 서쪽 숲은커녕 결계 밖에서 여행 한 번 해보지 못하고 인간의 시체와 함께 결계를 나간 뒤 만신창이가 되어 어린 나이로 죽고 말았다.
좁은 지하에서 종횡무진하며 주민들의 우울한 기운을 날려주었던 두 개구쟁이가 한 순간에 죽었다는 사실에 지하세계의 국민들은 비탄에 빠지고
남편은 미소를 잃어 그 마음 속 빈 자리에는 분노가 자리잡게 되었다. 나는 왕을 보필하는 이로서 지하의 국민들을 통솔해야 할 의무가 있으나
그저 아들을 가슴에 묻은 뒤 삼일 가까이 잠만 잤다. 꿈속에서 나는 그 날과 같이 아들과 퍼즐을 맞추었다. 한참을 맞추다 거의 완성할 때쯤
난 조각이 부족하다는 걸 알았다. 결국 남은 조각을 모두 맞추고도 퍼즐은 완성되지 못한 채 군데군데 구멍이 뚫려있었다.
새의 날개가, 노란 꽃이, 황혼이 채워지지 못한 채 빈 공간으로 남았다. 혹시 어딘가에 퍼즐 조각이 떨어져 있는 건 아닐까 엉거주춤 퍼즐조각을 찾는
내 등 뒤로, 멍하니 퍼즐을 바라보던 아들의 슬픈 한마디가 들렸다. 결국 가지 못하는구나. 꿈은 거기서 끝났다.
나는 완성된 퍼즐을 방 한쪽에 옮기곤 몇 달이고 그대로 두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퍼즐을 보며 아들에게 해준 이야기와 아들의 약속을 떠올리곤 했다.
그러니까 그 퍼즐, 그리고 숲은 이를테면 우리 부부가 아들에게 가진 첫 번째 소망이었고 또한 아들이 우리에게 가진 첫 소망과 같은 것이었다.
다만 그 소망이 남편에게는 왕의 의무라는 강박과 맞물려 잔인한 집착이 되었기에 나는 그를 떠나버렸지만 말이다.
일곱 번째 인간. 아니, 나의 아이는 지금 침대에서 자고 있다. 파이가 식자 정성스레 잘라 아이의 방에 둔 후 홀로 낡은 퍼즐을 맞춰보았다.
허나 퍼즐은 완성할 수 없었다. 조각이 부족했다. 꿈에서처럼 새의 날개가, 노란 꽃이, 노을빛이 빈 공간으로 남았다. 결국 가지 못하는구나. 아들의 한 마디가 떠올랐다.
아들과 나는 한 번도 퍼즐을 완성한 적이 없었다. 조각은 처음부터 부족했다. 완성할 수 없는 퍼즐이었다.
다만 지금은 그걸로 족하다. 빈 퍼즐 조각은 이 폐허에서 사랑으로 채울 수 있다. 이 아이는 폐허를 나가면 다른 아이들과 같이 아스고어에게
잔인하게 살해당할 것이다. 나는 그것을 알면서도 매번 아이들을 나가게 할 수밖에 없었고. 매번 가슴이 쪼개지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후회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이다. 나의 별, 나의 희망인 아가야. 너는 꼭 이 지하에서 죽지도 죽이지도 말아야 한다.
마음속 의지가 가득 채워지기 시작했다.
전에 올린거 그대로 올리면 안 되고 리메이크 하라기에
덤디덤 시점이었던걸 토리로 바꿨는데 분위기가 확 달라지네
그냥 처음부터 이렇게 쓸걸 그랬나
좋네
크 잘읽고 간다
조금 사족을 달자면 오래전의->오래 전, 필요했던->들었던 식으로 단어를 간추리거나 가볍게 쓰는게 좋고, 수동이나 피동형태는 줄일수록 글이 매끄러워진다. 또 접속사인 그리고 같은건 많이 안쓰는게 좋아. 내경험상 없으면 없을수록 좋드라.
새벽에 감성돋는 재밌고 따닷한 글이었음 잘읽고 간다 개추머겅
ㄴ 조언 고마워! 땡큐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