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눈앞에 있는 것이 실재하는 것인지 의문이 드는, 분명 서로 아는 사이지만 서로 모르는 사이인 무채색의 몬스터 키드가 프리스크에게 물었다.
"너만이 존재하지 않고, 모든 게 똑같이 돌아가는 세계에 대해서…생각해본 적 있니?"
그, 혹은 그녀의 말이 끝난 후에 무겁게 내려앉은 정적이 너무도 어두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프리스크는 원인 모를 오한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네가 없어도 모든 게 잘만 돌아가고 있는 세계 말이야."
그제야 무채색의 몬스터 키드는 뒤를 돌아 프리스크쪽을 바라보았다. 바라보았다, 라는 표현은 이상할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눈동자가 없었다.
"하하…. 생각만 해도 무섭다."
그렇게 말하지만 정작 '그것'의 말에는 아무런 감정도,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떠오르지 않은 채였다.
"그래도, 네 덕에 지금 상황에 대해서 기분이 좀 좋아지긴 하네."
감정이 없는, 기계가 말하는 듯한 목소리가 워터폴의 물 위로 떨어졌다.
"고마워. 이제 나에 대해선 잊어줘."
그렇게 말하곤, '그것'은 다시 뒤로 돌아 아무것도 없는 워터폴의 배경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프리스크가 다시 말을 걸어봐도, 그것의 앞에서 손을 흔들어 봐도 반응하지 않았다. 마치 그 말을 마지막으로 영혼이 빠져나간 것처럼.
프리스크는 이상하게도 그 말이 가슴 깊이 날아와 박히는 기분이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저, 생각지도 않은 말을 들어서 묘한 기분이 되었다고 믿었다.
●
프리스크는 지하를, 나아가 '죽음을 초월한 절대신'으로부터 세계를 구했다. 지하와 지상의 경계를 나누던 결계는 부서지고, 괴물과 인간 사이의 대사 역할을 하여 다시 두 종족 간의 평화의 시대의 문을 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프리스크는 어떤 이유에선지 지상에 남는 것보다 지하에서 사귄 친구들, 그리고 지하에서 생긴 가족을 선택하여 지하에서 지내게 되었다. 어머니 토리엘, 아버지 아스고어, 그리고 많은 친구들…샌즈, 파피루스, 언다인, 알피스…. 모두가 프리스크를 사랑했고, 프리스크 역시 모두를 사랑했다.
지상에 나가 각자 일을 하는 괴물들과 가끔 연락도 주고받고, 때때로 프리스크가 지상으로 놀러 나가 괴물들이 맞이해주기도, 때로는 괴물들이 지하로 놀러 와 프리스크가 그들을 맞이해주기도 하는 역전된 삶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프리스크가 죽었다.
아무런 징조 없이, 그저 장난감의 건전지가 떨어진 것처럼 세계를 구한 영웅은 너무도 허무하게 죽고 말았다.
모두 프리스크의 죽음을 믿지 않았다. 무언가 잘못된 일이라고, 아니면 겨울잠을 자는 게 아니냐고. 수많은 역경을 거쳐 가면서, 나아가 죽음마저 뛰어넘어서 자신들을 구해낸 '인간 꼬마아이'가 이렇게 간단히 죽을 리가 없다면서.
가장 극적인 변화를 보인 것은 샌즈였다. 그는 처음엔 어렴풋이 생각했다. 이건 단순히 프리스크의 질 나쁜 장난일 뿐이라고. 곧 '로드'해서 모두 없던 일로 만들 것이라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그럴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점차 샌즈는 여유를 잃어갔다. 그러던 중 돌연 하던 일을 그만두고 프리스크를 살리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 게으르던 그의 모습을 모두 버리고, 잠 한숨도 자지 않고 쉬는 시간마저 없이 지쳐 쓰러질 때까지 프리스크를 살릴 방법을 찾았다.
어느 때는 하루종일 비밀 연구실에 박혀있을 때도 있었고, 어느 때는 폐허 끝자락의 꽃밭에 미친 것처럼 하루종일 서 있기도 했고, 어느 때는 무언가를 찾아 세계 곳곳을 찾아다니다가 체력이 부족해 기절하듯 쓰러지길 반복했다. 그것을 보고 있는 파피루스는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 체력이 좋지 않은 형이 그렇게나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자신을 보고.
하지만 그건 파피루스만의 고통은 아니었다. 토리엘을 비롯한 대부분의 괴물들은 샌즈를 도와주지 못했다. 그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도 이해하지 못했다. 알피스는 나름대로의 기술력으로 어떻게든 노력을 해 보려고 했지만, 융합체의 일이 계속 떠올라 도저히 아무런 방법도 쓸 수가 없었다. 더욱이, 이미 죽어서 '의지'마저 사라져버린 지금의 프리스크는 더더욱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꽤나 긴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샌즈마저 이 이상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좌절해 버렸을 때, 지하 세계 출신의 괴물들에게 그 옛날 아스리엘과 차라를 잃었을 때와 같은, 일부에겐 그보다 더 큰 슬픔이 찾아왔다.
그들은 다시한번 큰 것을 잃고 말았다. 너무도 큰 것을.
●
프리스크는 낯선 곳에 서 있었다. 처음 보는 곳이었다. 아니, 어딘지 모르게 자신이 보았던 '로드 화면'과 비슷하게 보였다. 사방은 온통 검은색으로 점철되어 있었고, 어디가 앞이고 뒤인지, 어디가 왼쪽이고 오른쪽인지조차 인식할 수 없었다.
프리스크는 무표정하게 근처를 탐색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지만, 너무나 무서웠지만 그것을 꾹 참고 앞으로 나아갔다. 매 걸음마다 나아가는 발자국 소리가 어디에도 부딪히지 않고 끝없이 퍼지는 것 같았다.
그러던 중, 프리스크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TV 같았다.
어딘지 낯익다는 생각에 프리스크는 그것을 살펴보다가, 문득 깨달았다. 그 TV는 흉측하게 변한 플라위의 얼굴이 나오던 것과 같은 모습이었다.
* 프리스크는 TV를 조작했다.
서투른 손놀림으로 몸체 여기저기에 달린 버튼을 눌러보고 레버를 돌려보았지만, 역시 아무런 코드도 연결되어있지 않은 TV는 작동하지 않았다.
역시 그런가 생각하여 TV에서 손을 떼려던 순간, TV 뒤에서 무언가가 나타났다.
'그것'은 배경처럼 어두웠다. 검은 정장 같은 것을 입고, 샌즈와 파피루스와 비슷한 해골 같은 얼굴에 한쪽 눈은 위로 금이 가 있었고, 한쪽 눈은 아래로 금이 가 입과 이어져 있는 듯했다. 잘 보니, '그것'의 손엔 구멍이 뚫려 있었다. 이것은 어떤 괴물일까 생각하던 프리스크에게, '그것'은 말을 걸어왔다.
"────────."
처음엔 '그것'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프리스크가 모르는 언어로 얘기를 해 왔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프리스크는 그가 어떤 말을 하는 것인지 마음속으로 이해했다.
* 당신은 '가스터'에게 인사를 건넸다.
비록 가스터가 말한 것과 같은 언어는 아니었지만, 가스터는 이해했는지 방긋 웃으며 TV를 가리켰다. 프리스크는 이 TV는 켜지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가스터가 손짓하자 거짓말처럼 TV의 전원이 켜졌다.
하지만 모처럼 전원이 켜진 TV는 노이즈를 재생하고 있을 뿐이었다. 듣기 싫은 잡음이 검은 공간에 가득 차려고 하자, 가스터가 다시 TV의 레버를 가리켰다.
* 당신은 이것을 조작하라는 뜻이냐고 그에게 물었다.
프리스크가 묻자, 가스터는 이번엔 말을 하지 않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미심쩍은 표정으로 프리스크는 다시 한 번 TV의 레버를 돌려 보았다.
방금까지 노이즈를 뱉고 있던 TV의 화면이 다른 채널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 영상을 보고 프리스크는 깜짝 놀랐다. 그 영상은 자신이 겪어온 '여정'의 모습이었다.
화면 너머의 프리스크는 필사적으로 토리엘을 설득하고 있었다. 그녀와 싸우기 싫다고 처절하게 외치며, 토리엘의 공격을 피하는 데 실패해 마법 공격을 받아 그 자리에 쓰러졌다. 프리스크는 TV를 흥미진진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구나, 다른 사람이 보면 이런 식이었겠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어쩐지 자신이 만화나 게임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아 어린 마음이 들떴다.
"마음에 드는 모양이구나."
프리스크의 무표정 수준은 아니지만, 그와 비슷하게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 건지 모르겠는 가스터가 말했다. 여전히 처음 들어보는 언어지만, 의미는 확실히 이해가 됐다.
흥미진진하게 TV를 보고 있으니, 금방 전투가 끝났다. 결국 토리엘은 공격을 포기하고 뭐라고 말하며 천천히 화면 속의 프리스크에게 다가가 살포시 안아줬다. 희미하지만 프리스크를 안고 있는 눈에선 눈물이 살짝 떨어진 것 같았다.
프리스크는 그 화면을 보고 있자 마음이 뭉클해졌다. 자기가 겪은 여정의 한 부분이었지만, 어쩐지 화면 안의 토리엘처럼 눈물을 흘릴 것 같았다.
비디오 재생이 끝난 것일까. 그 장면을 끝으로 화면은 다시 노이즈로 바뀌었다. 프리스크가 화면을 가리키며 다른 건 없냐고 순수하게 물어보자, 가스터는 다시 고개를 끄덕이며 이번엔 직접 레버를 돌려 다른 화면을 띄워 주었다.
이번엔, 익숙한 경치가 화면에 나왔다. '새로운 집'이었다. 하지만 무언가 이상했다. 프리스크가 보았던 '집'과 무언가 달랐다. 구체적으로는, 훨씬 더 활기차 보였다.
침대에선 프리스크가 자고 있었다. 그리고, 건너편의 침대에서도 누군가 자고 있었다. 희미하게 보이는 털을 보니, 아스리엘 인 것 같았다.
* 프리스크는 당황하여 가스터에게 물어보았다.
가스터는 여전히 이상한 표정을 지은 채로 프리스크를 빤히 내려다보았다.
"이것은 가능성일 수도, 다른 세계일 수도, 혹은 누군가의 상상일 수도 있는 영상이야."
프리스크는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며 되물었지만, 이번엔 가스터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저 TV 화면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찝찝했지만, 다른 곳은 온통 어둠밖에 없으니 할 수 없이 TV를 계속 보기로 했다.
TV에서 나온 것은 거의 홈 드라마 같았다. 자고 있는 두 사람을 토리엘이 와서 깨우고, 둘은 비몽사몽 일어나 기지개를 켜더니 이불을 대강 던져놓고 방 밖으로 나갔다. 화면이 전환되고, 그들은 아침을 먹고 있었다. 메뉴를 보고 '프리스크'가 어딘지 모르게 맘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그냥 보면 평소와 같은 무표정이었지만─식탁을 한 번 쓱 훑어보더니, 작게 한숨을 쉬었다. 옆에서 그 모습을 보던 아스리엘은 키득 웃고 '프리스크'에게 장난을 치다 토리엘에게 꿀밤을 맞고 얌전히 아침을 먹기 시작했다.
뒤이어 아스고어가 큰 입으로 하품하며 들어왔다. 평소와 같은 위엄있는 왕의 복장은 어디 갔는지 귀여운 스웨터를 입고서. 먼저 식사 중인 가족들을 보고 이런, 한번만 더 깨워주지 그랬소. 라고 말하며 넉살 좋게 웃곤 식탁에 앉아서 같이 식사를 했다.
프리스크는 어쩐지 이 모습이 너무도 낯설고, 너무도 맘에 들지 않았다. 방금까지 느끼고 있던 '주인공' 같은 느낌이 모두 식어버렸다.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을 보고, 프리스크는 자기가 이상해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TV 화면은 어느덧 밤이 되었다. 밖에서 놀다 들어와 먼지투성이가 된 '프리스크'와 아스리엘을 보고, 토리엘은 못 말리는 아이들이라며 살짝 웃어 보이곤 씻으러 들어가라며 갈아입을 옷을 준비해 주었다. 아이들은 꺄꺄 웃고 장난치며 씻으러 들어가고, 토리엘은 그 뒷모습을 사랑스럽다는 듯이 푸근한 미소로 쳐다보았다.
아이들은 금방 씻고 나와 옷을 갈아입고, 침대로 가기 전에 토리엘이 준비한 파이를 먹고 굿나잇 키스라며 그녀의 품에 안겨 볼에 뽀뽀를 받았다. 프리스크는 여전한 표정이었지만, 아스리엘은 자기는 이제 다 컸다며 품에서 빠져나오려 발버둥 쳤지만, 그녀의 완력을 이길 수는 없었다.
거기까지만 보고 프리스크는 화면을 꺼 버렸다. 프리스크가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어쩐지 가슴이 너무 답답했다. 누군가가 심장을 잡고 그대로 사방으로 내팽개치고 있는 것 같은 고통이었다.
가스터는 그런 모습을 보고 천천히 다가와 프리스크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지금 겪고 있을 감정과 마음 상태가 어떨지 이해한다는 것처럼.
하지만 너는 아직 볼 것이 남아있다며 가스터는 이상한 소리와 함께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프리스크의 몸이 이상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프리스크가 반투명이 되는가 싶더니, 당황할 시간도 없이 몸이 조각나며 노이즈가 끼기 시작했다. 프리스크는 당황하여 비명을 지르며 팔다리를 마구잡이로 휘둘렀지만, 변화를 막을 수는 없었다. 눈 앞에서 가스터가 먼저 사라져 버렸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이해하기도 전에, 이번엔 프리스크가 노이즈 안으로 사라져 버렸다.
모두가 사라져 버린 곳에 홀로 남아있는 TV는 계속해서 노이즈를 울리고 있었다.
●
잠깐 정신을 잃었던 프리스크가 눈을 떴다.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사라져버린 몸을 보는 것이었다. 다행히도, 모든 것은 정상이었다. 그리고 근처를 둘러보니, 이곳은 폐허였다. 익숙한 분위기가 근처에 감도는 것을 보고 프리스크는 악몽이라도 꾼 것이겠지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슴 한켠이 여전히 불편했지만, 프리스크는 '돌아왔다'고 안심했다. 이제 모든 것이 괜찮을 것이라며.
일단 집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에 프리스크는 있는 힘껏 '집'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엄마'에게 가서 파이를 구워달라고 하자. 그리고 그걸 들고 '친구'들을 만나러 가서, 같이 파이를 먹으며 같이 별 것 아닌 얘기를 나누자. 그렇게 다짐하며 열심히 달렸다.
얼마나 달렸을까. 집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큰 나무를 넘으면 바로 집이다. 조금만 더 가면 토리엘을 볼 수 있다. 아이 같은 희망을 품으며 프리스크는 초조한 웃음을 띠며 끝없이 달려 집에 들어와, 크게 '다녀왔습니다!'라고 악을 지르듯 소리쳤다. 하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 당신은 고개를 갸웃이며 안쪽으로 들어갔다.
거실, 부엌, 방. 모두 찾아보았지만 토리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잔잔한 기계음만 집안 가득 울리고 있을 뿐이었다. 어디 외출이라도 한 걸까?
프리스크는 갑자기 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차오를 것 같았지만 어떻게든 눈물을 삼키며 폐허의 문 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밖에 나가보면 토리엘이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산책을 하러 나간 건지도 모른다. 아니, 적어도 스노우딘 까지 나간다면 다른 괴물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을 만나면 다시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다. 복잡한 머리속을 어떻게든 진정시키며 정신없이 뛰어나갔다.
폐허의 문은 열려있었다. 자신이 열어두었던 것을 떠올렸다. 그래. 그걸 떠올리자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이제 이 다리를 건너면─
"이런, 인간이 지하로 놀러 온 건가?"
그 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프리스크는 쥐고 있던 막대기에 힘이 실리는 것을 느끼며, 뒤로 돌아보았다. 역시나, 그곳에는 샌즈가 서 있었다.
"어서 와 인간. 지하는 처음이지?"
샌즈는 미소를 띠며 악수를 청해왔다.
* 당신은 샌즈에게 장난치지 말라고 말했다.
"헤, 이런. 방귀쿠션 악수를 눈치채다니. 너도 꽤나 악동이었던 모양이군, 꼬맹아?"
샌즈는 손에 묶여있던 방귀 쿠션을 벗기며 프리스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내 '본'명이 샌즈라는 건 어떻게 알았어?"
샌즈의 썰렁한 농담에 프리스크의 기대는 다시 한 번 처참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프리스크는 스노우딘의 여관 방에서 무릎을 끌어안고 침대에 기대앉아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일까. 모두가 자기를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괴물과 인간은 이미 평화롭게 지내고 있었다. 모든 것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었다. 마치 원래 세계에서 '프리스크'라는 존재만 잘려나간 것 같았다.
여관에는 이제 TV가 놓여있어, 그 TV에서 흐르는 방송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TV에는 괴물들에 관한 내용만 방송되는 채널이 만들어져 있었고, 그 방송에서 프리스크는 한때 친구였던 괴물들을 보고 있었다.
파피루스는 지상에서 어떤 쉐프의 조수로 파스타를 만드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언다인은 체육 교사로 인터뷰를 하고 있었고, 토리엘은 그 학교의 원장을 맡고 있는듯했다. 어렴풋이 아스고어의 모습도 그 뒤로 보인 것 같았다. 인터뷰엔 나오지 않았지만, 아래에 지나가는 헤드라인을 언뜻 보니 MTT 버라이어티라는 프로그램이 이 다음에 방영된다며 지나갔다. 메타톤은 자신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성황리에 방영 중인 것 같았다.
알피스는 꽤 유명한 과학실에서 연구를 돕고 있는 것 같았다. 보안 문제인지 뭔지 하며 자세한 인터뷰는 하지 않았지만, 이런 괴물도 있다면서 방송에서 자막으로 설명해 주었다.
다들 즐겁게 살아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세계에 '프리스크'라는 인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자신이 없어도 다들 행복하게 보내는 것 같았다. 어쩌면 자기가 겪은 모든 일들이 꿈이 아니었을까,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기엔 너무도 생생한 꿈이었다.
TV는 방송 준비 중이라며 광고 화면으로 바뀌었다. 프리스크는 더이상 그것을 볼 힘이 없기에 TV를 꺼버리곤 침대에 누웠다. 옆방에서 들리는 코골이 소리가 친숙했다.
* 당신은 어떻게 된 일인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애초에 자신이 없었어도 모든 게 제대로 풀리는 게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기 시작했을 때, 프리스크는 울적한 기분이 들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눈에는 물기가 고이더니 볼을 타고 떨어져 여관 침대의 이불을 적셨다.
프리스크는 지금 이 순간이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간절하게 바랐다. 여기서 잠깐 눈을 감았다 뜨면 '집'의 침대에서 일어나고, 꺼진 등의 옆엔 토리엘이 자는 동안 가져다 놓은 버터 스카치 파이가 놓여있고. 일어나 거실로 나가면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토리엘이 반갑게 맞이해 주며.
* 하지만, 당신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 그리고 당신은 이미 다른 선택지를 알고 있다.
프리스크는 위화감에 휩싸였다. 자신은 분명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 하지만 이것은 당신의 생각이다.
그렇지 않아. 난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어. 누군가 가슴을 바늘로 찌르듯이 따끔한 느낌이 들었다. 프리스크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무언가를 찾듯이 근처를 다급하게 두리번거렸다.
* 당신은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로 했다.
아냐. 이런 게 내 마음의 소리일 리가 없어. 모두가 행복하게 지내고 있는데, 그걸 부술 순 없어. 하지만….
* 하지만 당신은 이 상황이 싫었다. 그렇지?
프리스크의 마음은 이제 노골적으로 질문을 해왔다. 프리스크는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 다음 순간, 프리스크를 감싸고 있던 세계는 산산이 깨지더니 무너져 내렸다. 그리곤 '가스터'와 서 있던 그 검은 세계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 가운데 누군가 서 있었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그 사람은 낯설지 않았다.
* 안녕.
그 사람의 말은 목소리가 아니라 프리스크의 안에 직접 울렸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너무도 익숙했다. 자신을 이끌어 주던 그 '생각'의 소리였다.
* 나야. 너의 인도자. 너의 파트너. 그리고 '너'.
프리스크의 앞에 서 있는 사람은 프리스크와 정말로 똑같이 생겼다. 다른 점이 있다면, 프리스크와는 다르게 줄무늬가 하나인 초록 옷을 입고 있었고 그─혹은 그녀─가 웃고 있다는 점일까.
* 꽤나 혼란스럽지. 걱정하지 마. 내가 도와줄 수 있으니까.
'차라' 라고 이름 밝힌 인간은 프리스크에게 친근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지만 프리스크는 그 표정에서 느껴지는 위화감에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질 쳐졌다.
* 우린 하나야. 너무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그런 프리스크에게 차라는 천천히 다가와 꼭 안아주었다. 하지만 차라의 몸에는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안긴 후에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한기가 올라오는 것 같았다.
* 우린 완벽해질 수 있어. 그리고, 여기에 남을 필요도 없지.
차라는 포옹을 풀더니, 허공에 손을 올려 무언가를 꺼냈다. 거기서 나온 것은 프리스크에게도 익숙한 것이었다. 검은 세계에 떠 있는 하얀 글자들.
Frisk LV1 000:00
???
- 트루리셋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트루 리셋이 생겼다는 점일까. 그리고 차라는 프리스크의 손을 잡아, 그쪽으로 잡아당겼다.
* 자. 이대로 있을 수 없잖아?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마저 하자구. 모든 걸 바꿀 수 있어.
처음과는 달리 너무나 달콤한 그 목소리에, 프리스크는 잠깐 생각을 해 보았다. 어떻게 걸어온 길인데, 이렇게 끝낼 순 없겠지. 힘을 내서 다시 처음부터 걸어가 보자, 힘들겠지만 다시 모두와 친구가 되어 보자. 그리고, 다시 함께 지내자. 모든 것을 끝내고, 다시 한 번 자신의 자리를 되찾자고.
* 그래, 너의 '영혼'과 나의 '의지'가 함께 한다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을 거야.
이를 악무는 프리스크의 뒤에 선 차라는 미소를 지으며 세계가 리셋되는 것을 지켜 보았다. 그리고 그 마지막에, 차라는 붉게 빛나는 눈으로 섬뜩하게 웃기 시작했다.
* 마침내.
차라의 마지막 목소리를 프리스크는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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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의 주제는 Goner Kid (회색 몬스터키드) + 차레이터
긴글읽느라 수고했어
잘보다가 가스터나와서 거름
다시보니 좆같은 동인설정은 없나보네 읽음
오...... 추천이야......
오 이런...
개추야....
* 찝찝
마지막때매 겁나 찝찝하다 - DCW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