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례의 에봇 산.
언제나처럼 샌즈가 뼈개그를 지저귀고, 파피루스의 맛없는 스파게티가 피어나는,
그런 평범한 나날들 도중에, 어딘가에서 평소와는 약간은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프리스크으~빡빡하게 굴지 말고 하나만~"
"싫어."
"칫, 이것도 안 되나."
"차라, 애교 없으니까."
"시끄러워!"
애초에 방금 거 애교로 듣는 사람이 있을까...? 라고 거슬리는 말을 중얼거리는 프리스크를 째려보며, 차라는 쯧 하고 혀를 찼다.
오늘은, 정말이지 평소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모든 것은 저녁식사 후에 시작되었다.
평소라면 다른 건 몰라도 저녁식사는 식사 준비부터 정리까지 자기가 다 했을 집주인이,
그날따라 급한 일이 있었는지 설거지거리를 그냥 놔두고서는 휑하니 나가 버린 것이다.
당연히 차라가 설거지를 할 리가 없으니 그렇게 방치된 설거지거리는 프리스크가 전부 처리했고,
한 시간쯤 후에 기어들어온 집주인은 그 사실을 전해듣고 기특하다며 초콜릿 한 상자를 프리스크에게 통째로 선물했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평소라면 차라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선선히 초콜릿을 나눠 주었을 프리스크가, 오늘은 어쩐 일인지 차라가 초콜릿을 달라고 해도 상자를 꼭 안고 고개를 젓는 것이다.
그렇다고 빼앗으려 들면 피해버리고, 협박도 당장 협박할 거리가 없으니 할 수 있을 리가 없어서,
결국 최후의 수단으로 어떻게 말로 구슬려보려고 한 게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는 것이다.
...최후의 수단이 대화라는 건 좀 이상하긴 하지만.
"끄아아아악!! 초콜릿이 없다면 죽음뿐이다!!"
"차라, 밤이야, 조용히 해. 그리고 그런다고 안 줄 거야."
프리스크가 딱 잘라 말하자, 차라는 입술을 삐죽이며 쿠션에 얼굴을 묻었다.
다른 날의 프리스크라면 이렇게 애원할 것도 없이 그냥 달라고 하면 달라고 하는 대로 줬을 텐데,
평소에 초콜릿을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았으면서 무슨 바람이 불어서 오늘은 이렇게 딱딱하게 구는 걸까.
차라는 눈앞에서 또 한 알 사라지는 초콜릿을 보며 입 속으로 투덜거렸다.
"애초에 네 돈으로 산 것도 아니잖아. 좀 나눠주면 뭐가 어때서."
"차라 돈으로 산 것도 아니잖아."
"초콜릿 별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나도 단 거 싫어하지는 않아."
"아이 씨...진짜, 그냥 좀 주면 안 돼? 오늘따라 왜 이러는데."
"안 돼."
"...쪼잔한 년."
부루퉁하게 중얼거린 목소리에, 프리스크는 조용히 읽던 책을 덮었다.
그때까지 미동도 없이 초콜릿만 집어먹던 프리스크가 움직이자 차라의 눈에 순간 기대가 비쳤지만,
이윽고 프리스크의 입이 열리자마자 그 기대는 급속도로 허물어졌다.
"차라, 그러면 내가 설거지하고 있을 때 차라는 뭐 하고 있었어?"
"뭐? 그야..."
"대답해 봐. 중요한 일 하고 있었어?"
"으, 그, 그게."
"..."
"그, 이이익..."
프리스크의 무표정한 시선에, 차라는 눈을 돌리며 입을 꾹 다물었다.
물론, 당연하지만 프리스크가 그걸 몰라서 묻는 것은 아니다.
프리스크가 묵묵히 남은 음식을 치우고 접시를 닦는 동안, 차라는 아무것도 돕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기는커녕, 거실에서 TV나 보면서 소파 위에 굴러다니고나 있었다.
그리고, 매우 경악할 만한 사실이지만, 차라도 일단은 양심이 있다.
말하자면, 영악하지만 철면피는 아닌 것이다.
자신이 게으름 피우는 동안 자기가 먹은 접시를 열심히 설거지하고 있던 친구에게,
"나는 너 일할 때 놀았지만 주도권은 나에게 있으니 초콜릿은 내놔라"라는 뻔뻔한 말을 면전에서 할 수 있는 타입은 아니다.
결국, 한참 동안 불편한 침묵에 시달리고서야 차라는 간신히 입을 열 수 있었다.
"...았어."
"?"
"아, 알았다고."
"뭐가."
순간, 프리스크는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날아오는 쿠션을 피했다.
시선을 돌린 프리스크의 눈에, 빨갛게 물들어 자신을 노려보는 차라의 얼굴이 잡혔다.
분함과 샘으로 얼룩져 눈물까지 찔끔 어린 얼굴은, 마치 금방이라도 마구 소리를 지를 것처럼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초콜릿 하나로 이렇게까지 될 수 있는 거야? 라고, 프리스크는 무심코 속으로 생각했다.
"알았어! 알았다고, 이 치사한 년아! 안 먹어, 안 먹으면 되잖아!"
그렇게 빽 소리를 지르고는 차라는 머리 끝까지 담요를 덮어쓰고는 홱 하고 프리스크로부터 돌아누웠다.
번데기처럼 돌돌 말린 담요 속에서는 처음에는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조금씩 불평인지 미련인지 모를 기어들어가는 소리가 들릴 듯 말 듯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휴우."
처음에는 그것을 무시하고 있던 프리스크도, 궁시렁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하자 못 말리겠다는 듯 손을 뻗어 담요를 살짝 열어젖혔다.
담요가 벗겨지며 볼을 잔뜩 부풀린 얼굴이 드러나자, 차라의 쏘아보는 듯한 시선이 프리스크에게 꽂혔다.
"..."
"차라."
"뭔데, 또."
"초콜릿, 그렇게 먹고 싶어?"
"아, 안 먹는다고! 놀릴 거 다 놀리고 이제 와서 무슨-"
불평을 쏟아부으려 몸을 일으킨 차라의 입가에, 무엇인가가 부드럽게 부딪쳤다.
그것이 프리스크의 입술이라는 것을 차라가 채 파악하기도 전에, 무방비하게 벌어진 입술 사이로 침투한 프리스크의 혀가 차라의 입안을 부드럽게 헤집었다.
혼란스러운 차라의 정신 너머로, 프리스크의 입에서 흘러들어온 희석된 초콜릿의 향취가 입 속에 퍼지는 것이 느껴졌다.
"푸하."
"너, 너너너너 지금 뭐 하는...응읍?!"
대답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그 사이 채 물음을 끝내기도 전에, 잠시 자유로워졌던 차라의 입술 사이로 다시 프리스크의 혀가 비집고 들어왔다.
서로 휘감는다기보다는, 한쪽이 헤집어지는 것처럼.
일방적인 프리스크의 주도로 질척하게 혀를 뒤섞으며, 문득 차라는 입 안에 타액이 아닌 뭔가가 흘러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초콜릿이었다.
입에 머금었나? 하지만 그 짧은 순간에? 어떻게?
의문을 제기할 새도 없이, 농후한 초콜릿의 풍미가 차라의 입 안을 또다시 가득 메웠다.
입 안을 통째로 유린당하는 듯한 감각에 초콜릿의 달콤하면서도 끈적끈적한 향기가 섞여, 차라의 머릿속이 아찔하게 암전했다.
두 소녀의 입 안을 초콜릿이 미끄러지듯 굴러다닐 때마다, 마치 그게 페로몬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 아찔한 감각은 더욱 강해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초콜릿이 모두 녹아버리고 나서야, 프리스크는 비로소 차라에게서 입을 뗐다.
끈끈한 실이 두 사람의 입에서 늘어지며, 미세한 다갈색의 마블링이 허공에서 흔들렸다.
타액으로 범벅이 된 입술을 닦아낼 생각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가쁜 숨을 고르던 차라는,
문득, 프리스크가 바로 위에서 자신의 얼굴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을 눈치챘다.
...언제나처럼 알기 어려운 실눈이었지만,
왠지 차라는 그 얼굴이 놀리는 듯한 미소를 짓고 있다고 생각했다.
"더 먹을래?"
"아, 아우우우..."
양손으로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가리며, 차라는 차마 말을 자아내지 못하고 신음을 흘렸다.
그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어느새 프리스크의 혀 위에는 마치 직전까지 그녀들이 뒤엉켜 있던 모습처럼,
서로 반쯤 녹아붙은 두 개의 초콜릿이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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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을 띄우는 게 오히려 나한테 안 맞는 것 같아서 떼고 좀 수정함
히히 인형에 카메라 숨겨놓고 이 장면 녹화해놓고 싶다
다갈색의 마블링이 인상깊어서 개추
ㄴ달빠의 운명이얌...
개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