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펠/아스리엘 드리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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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맹이……."


마지막 통로. 이전까지는 굉장히 한적하고 웅장한 장소였던 곳이었으나, 지금은 흡사 전쟁이라도 벌어진듯 이곳 저곳이 부숴져 난장판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통로를 이 모양으로 만들어 놓은 장본인인 샌즈는 부들부들 떨면서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져 있는 프리스크를 내려다보았다.


"너… 넌… 나약해……. 이대로… 가면… 그자… 아스고어가… 너를 죽일거야……. 네 영혼을 빼앗을거야……."


샌즈는 그렇게 말하며 손을 뻗었으나, 그에게 중력을 다룰 수 있는 힘은 더 남지 않았다. 그의 주무기인 가스터 블래스터 역시 자기 자신의 공격에 휘말려 모두 박살난 뒤였다.

그는 아쉬운대로 손에 쥔 뼈라도 휘두르려 했으나, 체력이 고갈난 그의 공격은 너무나 느렸기에 뼈가 프리스크에게 닿기전에 프리스크는 일어나 그의 공격을 피하면서 후라이팬에 올려둔 고드름을 와작 씹었다.

고드름을 모두 섭취한 프리스크의 상처는 씻은듯이 나았고, 그 모습을 본 샌즈는 한숨을 내쉬었다.


* 당신은 그에게 지나가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꼬…꼬맹이… 네… 네가… 저…정… 그렇다면… 나… 날 죽여……. 네 LOVE……. 그 자… 아스고어를 상대하기엔… 턱없이 부족해……. 아니… 아니야… 나뿐만 아니라… 다른 괴물들도……."


힘겹게 말을 꺼낸 샌즈는 결국 체력의 한계가 온 듯 바닥에 쓰러졌고, 그 모습을 본 프리스크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네가 죽……."


샌즈는 말을 더 이으려 했으나, 지칠대로 지친 그는 더 말을 잇지 못하고 그대로 눈을 감고 잠에 빠져들었다.

샌즈가 잠들자 프리스크는 잠시 걱정스러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으나, 프리스크의 어깨에 올라타있는 플라위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괜찮을거야. 그저 지친거뿐이야."


플라위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샌즈의 위에 풀을 엮어 이불을 만들어 덮어주었고, 그 모습을 본 프리스크는 핫도그 하나를 꺼내 그의 옆에 가져다 놓고 앞으로 향했다.


"그자, 아스고어는 강하고 잔인해. 그리고 치밀하지. 그는 한 개의 인간 영혼을 얻었을때 충분히 밖에 나가 다른 영혼을 얻을 수 있었어. 하지만 그는 때를 기다렸지. 괴물들이 더 늘어나기를, 괴물들이 더 강해지기를, 그리고 인간들이 평화에 젖도록 내버려두면서 기회를 노렸어."


플라위의 말대로였다. 인간들은 더 이상 괴물들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괴물들을 경계하지 않는다.


"너도 그녀에게 들었다시피. 아스고어는 알피스 박사에게 인간의 영혼을 연구하게 시켰어. 주도권이 빼앗기는게 두려웠던거야. 그래서 그는 인간의 영혼을 그대로 흡수하는 대신, 그 영혼을 강력하게 만드는 '의지'만을 원했지. 그게 그가 여태껏 영혼을 흡수하지 않은 이유야. 그는 힘을 원하지만 그와 동시에 몸의 주도권이 자신에게 있기를 바래."


플라위의 말에 프리스크는 걸으면서 알피스와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연구소의 융합체들을 앞세워 자신을 공격했던 알피스는 자신의 설득 끝에 마음을 돌리고 자신을 도와주기로 했다.

그와 동시에 아스고어가 자신을 이용해 계획하고 있던 일들을 알려주었다.

융합체 그들을 봐서 알 수 있겠지만. 괴물들은 '의지'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즉, 아스고어가 영혼을 통째로 흡수하지 않고 의지만을 노린다면 그의 몸 역시 융합체와 마찬가지로 녹아내릴것이었다.


"그래. 너도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구나. 괴물의 몸은 의지를 받아들이기에 충분히 강하지 않아. 그래서 아스고어는 알피스에게 지속적으로 살아있는 괴물들을 보내 괴물들에 맞는 의지를 만들도록 했어."


그리고 그 계획은 최근까지 진행중이었다, 이제는 진행 중지. 그리고 플라위의 말을 통해 프리스크는 그가 무얼 말하려는지 깨달았다.


"맞아. 아스고어는 영혼의 의지만을 원하고, 괴물들에게 맞는 의지는 없어. 그리고 그는 여섯 영혼이 가지고 있을 자의식을 두려워해. 그렇기에 그는 영혼을 바로 흡수하지는 않을거야."


아스고어가 영혼을 흡수하지 않는다면 여전히 의지는 프리스크가 가장 강하다. 프리스크의 세이브/로드 권한 역시 건재하다.

그렇게 생각하니 프리스크는 약간 안심이 되는것을 느끼며 의지를 다잡았다.

프리스크가 의지를 바로잡은 순간, 프리스크는 자신의 상태가 '세이브'되었음을 느꼈다.

그리고 자신이 의지를 바로잡아 '세이브'한 곳은 알현실의 바로 앞.


"들어가기 전에 준비를 좀 해두는게 좋을거 같아."


플라위의 조언에 프리스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의 차원상자를 이용. 자신의 가방을 쌍고드름으로 꽉꽉 채워넣었다.

그렇게 마지막 쌍고드름을 가방에 넣던 프리스크는 알현실의 옆에 길이 있는 것을 발견.

호기심을 느끼고 그곳으로 걸어갔다.


"프리스크… 그곳에 가는건 별로 좋은 선택 같아보이지는 않아."


플라위는 불안해하는 얼굴로 프리스크에게 속삭였지만 프리스크는 걱정말라는 듯, 플라위를 가볍게 쓰다듬고 마저 계단을 내려갔다.


* 무언가 썩는 냄새가 난다.


희안한 일이었다. 인간들의 세계와 달리 괴물들의 세계에서는 '썩는다'라는 개념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괴물들은 죽으면 먼지로 변해 흩어지고, 그 음식들은 방치된채 내버려둬도 쉽게 썩지 않는다.

그렇기에 프리스크는 지하에 내려온 이후 썩는 냄새를 맡는 것은 워터폴의 쓰레기장에서와 지금뿐.

잠시 의문을 품은 프리스크는 곧, 직접 확인해보면 된다는 생각에 좀 더 깊이 내려갔다.


* '차라'라고 쓰여져 있는 쇠꼬챙이다.


결국 계단을 끝까지 내려간 프리스크의 눈앞에 보인 것은 '차라'라는 글자가 새겨진 거대한 쇠꼬챙이.

그 쇠꼬챙이는 아래에 붕대 몇 조각이 떨어져 있는것만을 제외하면 이름 새겨진 쇠꼬챙이였으나, 방안에 아직 남아있는 다른 쇠꼬챙이들은 달랐다.

프리스크의 눈앞에 보인 것은 미라처럼 말라비틀어진 시체들과, 그 시체들을 꿰뚫고 있는 쇠꼬챙이들의 모습.

이 방은 이전에 죽은 인간들을 보관해놓는 장소였다. 그리고, 아스고어는 죽은 인간들을 장식품 삼아 이 방에 보관하고 있었다.


"거봐… 별로 보기 좋은 광경이 아니야."


그 끔찍한 광경에 프리스크는 마음속 깊이 공포감과 혐오감이 뒤섞인 감정이 치밀어오르는 것을 느끼며 방을 나갔다.

방을 나간 프리스크는 다시 올라가 더 고민 없이 알현실로 들어갔다.

그곳에 있는건 붉은 망토를 걸친 염소머리의 남자.

그는 토리엘과 비슷했으나, 얼굴에 검은 갈기가 있었고, 살짝 통통한 토리엘과 달리 마른듯한 모습이었다.


"반갑군 인간."


그는 꽃에 비료라도 주고 있었는지 양동이를 들고 있었으나, 그 안에 든 내용물을 본 프리스크와 플라위는 역겨움을 느꼈다.

그자, 아스고어가 꽃에게 뿌리고 있던 것은 녹아내린 살점. 즉, 의지를 강제로 주입해 녹아내린 괴물들의 시체였다.


"그리 좋지는 않은 날이야. 그렇지 않나?"


아스고어는 안에 든 내용물이나, 바닥에 깔린 꽃은 그리 생각하지 않고 손에 든 양동이를 옆으로 내던지며 프리스크와 플라위를 바라보았다.


"새들은 침묵하고, 꽃들은 시들어가고."


말을 건넨 아스고어는 시선을 내리깔아 잠시 그 둘을 경멸하듯 쳐다보더니 살짝 코웃음쳤다.


"누군가를 죽이기 좋은 날이지."


경멸을 담은 어조로 말을 꺼낸 그는 등을 돌려 알현실 뒤쪽을 향하며 고압적인 어투로 말했다.


"따라와라."


말을 마친 아스고어가 앞으로 걸어가자 프리스크 역시 그를 따라걸어갔다.


"그 무능한 녀석들은 결국 성공 비슷한 것도 하지 못했나보지?"


알현실을 지나자 아스고어는 경멸이 가득담긴 어조로 자신의 부하들을 비웃으며 프리스크에게 말을 건네었고, 프리스크가 대답이 없자 말을이었다.


"그래. 상관없지. 의지를 추출할 수만 있게 된다면. 녀석들 역시 내게 의지를 제공할 융합체에 불과하니."


그 말을 끝으로 아스고어는 결계가 있을 최후의 방에 들어갔고, 그가 들어가자 프리스크 역시 묵묵히 그를 따라 들어갔다.

최후의 방. 그곳은 모든 괴물들을 가둔 결계가 존재하는 곳, 그와 동시에 아스고어가 여섯 개의 영혼을 보관해둔 곳이었다.

아스고어가 들어오자 그의 방 아래에서 영혼을 보관해둔 보관함 6개가 떠올랐고, 아스고어는 비열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대가 와줬으니, 이제 더 이상 의지만을 빼낼 필요는 없어. 7개의 영혼을 모두 흡수한다면 영혼들의 저항마저 완전히 짓누를 수 있는 힘을 지닌 신이 된다."


그렇게 말한 아스고어는 광기에 찬, 그러나 환희에 찬 미소를 지으며 아까보다 따뜻해진 어조로 말을 꺼내었다.


"인간이어. 만나서 즐거웠네. 잘가게."


아스고어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그는 자신의 붉은 창을 뽑아 그대로 날린다.


"위험……."


플라위도, 프리스크도 미처 알아채지 못했을 신속한 동작. 피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하지만, 아스고어의 창은 간발의 차이로 프리스크를 스치고 지나가 문을 후려친다.

그 영향으로 문은 무너져내리자 프리스크는 잠시 그쪽을 바라본 뒤, 아스고어를 바라보았다.

그의 여유로운 얼굴. 그의 창은 빗맞은게 아니었다. 그가 일부러 빗맞춘 것이었다.

지금 웃고있는 아스고어의 얼굴은 이미 쓰러트린 사냥감을 가지고 노는듯한 포식자의 모습.

그 기세에 프리스크는 티끌만한 적의마저 공포로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저자 대체……."


플라위도 여태까지의 괴물들과는 격이 다른 아스고어의 모습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스고어가 한 행위는 그저 간단한 무력 과시라 볼 수도 있었으나, 그 여유로움, 위력, 강인함은 적의를 품은 상대를 공포에 질린 상대로 만들 수 있는 힘이 있었다.

만약 프리스크가 이제와서 싸우리라 마음먹는다 해도, 프리스크의 공격은 아스고어에게 전혀 먹히지 않으리라.

아마, 프리스크가 적의를 품고 그와 맞섰다면 지금쯤 공포심에 짓눌려 서있지도 못했으리라.

아스고어는 프리스크의 '공격'을 파괴했다.



"자네는 나를 절대 공격할 수 없어. 하지만 나는 이야기가 다르지."


아스고어는 그렇게 말하며 망토를 펄럭인다. 그와 동시에 한줄기의 황혼만이 빛을 전달하던 어두운 방은 아스고어가 만들어낸 화염이 넘치도록 넘실대어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할 정도로 강렬하게 빛났다.

고요했던 방은 이제 지옥과 같은 풍경이 되었다.

그리고, 지옥으로 변한 공간에는 마왕이 창을 꺼내든채 프리스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