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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미국의 한 산기슭에 작은 마을이 있다.


밀과 포도와 소와 돼지들을 키우며 소박하게 살아가는 작은 마을.


그 마을의 외곽에 노인이 한명, 가족도 하인도 없이 혼자 살고 있었다.


그 노인은 그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이 아니라 외지인으로, 마을 외곽에 큰 집을 짓고 꽃을 가꾸며 조용히 살았다.


어떤 사람이 말하길 그 노인은 과거에 매우 높은 사람으로 주지사 바로 밑에서 일한 관료라고 한다.


또 어떤 사람이 말하길 그 노인은 반세기 전에 있던 종족전쟁에서 크게 이름을 떨친 전쟁 군주라고 한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큰집에서 편히 살아가는 것이 그런 까닭이라고, 마을의 어른들은 존경과 두려움과 시기를 담아 이야기했다.


노인이 마을에 정착한지는 꽤 시간이 지났지만, 마을 사람들은 가까이하려 하지 않았고 노인 역시 적극적으로 친해지려 하지 않았기에 그는 어디까지나 외지인이었다.


그러나 노인은 마을에서 친구를 몇명사귀었고, 9살난 남자아이 티미도 그 중 하나였다.



그날 티미는 노인의 집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벽돌이 아니라 꽃나무들로 자연스럽게 담이 형성되어있으며 정원의 한복판에 큰 나무와 황금빛 꽃밭이 펼쳐진 그곳은 티미의 눈에 너무 신기해보였다.


콧노래를 부르며 꽃밭에 물을 주던 노인을 티미가 바라보는 것을 깨닫고는 물뿌리개를 놓고 다가와 인사했다.


"안녕 꼬마야."


아이는 조금 놀랐는데, 모르는 어른이 가까이 오면 피하라고 교육 받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어른들은 교단의 살인자라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아는 아이가 아니면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 처럼 지나가는게 보통이니 이 노인은 역시 희귀한 부류였다.


그러나 티미는 어쩐지 이 노인이 그런 살인광이 아니란 확신이 들었다.


"꼬마 친구의 이름이....."


"티미! 티미에요!"


순간 노인의 눈썹이 살짝 떨렸다.


"테....아니 티미라고. 그래. 꼬마친구. 달달한 초콜렛과 꽃차 어떠니?"


꽃밭 옆에는 작은 테이블과 의자가 몇개 있었다.


티미가 테이블에 놓여져있는 초콜렛을 먹는 동안 노인은 김이 올라오는 찻주전자를 들고왔다.


차는 티미에게 좀 셨다.


노인은 무표정을 유지했지만 티미에게 친근하게 이것저것 말을 걸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티미의 말수가 늘었을때 물었다.


"그래. 뭔가 고민이라도 있니?"


티미에겐 고민이 있었다.


"난 내 동생의 베이비시터를 하고 싶지 않아요. 놀아주고 싶지 않아요. 내가 나가서 놀고 싶단 말이에요."


그렇게 티미가 말하자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부모님이 바라는 것과 티미가 바라는 것이 충돌하는 구나.


"다들 그럴땐 부모님이 시키는대로 해야 착한 아이라고 해요! 누구도 내 편이 없어요!"


티미는 소리를 쳤지만 노인은 여전히 표정변화없이 이야기했다.


"보통은 그렇지. 애야. 교단 사람들 이야기를 해주마."


갑작스런 화제전환이었지만 교단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다는 것에 남자아이의 호기심이 자극되었다.


티라노사우루스에 대한 열정에서도 알수 있듯이 어린 남자아이는 공포의 대상에게 끌리기 마련이다.


"그 사람들 말이야. 옛날이었으면 괴물왕을 끔찍한 괴물이라고, 당장 군대가 가서 쏴죽여야 된다고 주장했을 사람들이란다.


아니, 실제로 나이 많은 사람중엔 젊을땐 그러다가 나이들어서 숭배자가 된 경우가 적지 않지.


한때는 괴물, 흉물이라고 손가락질 하다가, 이제는 신이라고 부르며 영원히 살게해달라며 절하지.


결국 사람들은 자기가 욕하고 총 쏘기 위해 괴물이라 부른거고


자기가 숭배하고 그 이름아래 살인을 하기 위해 신이라 부른거란다.


자기가 바라는 것을 얻기 위해, 자기가 바라는 것을 줄 수 있는 존재로 부른거야.


그렇게 불리는 대상이 진정으로 어떤 사람인지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말이야. 어떻게 생각하니?


"사람들이 너무 제멋대로 인 것 같아요!"


노인은 아이의 대답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너 또한 다른 사람들이 시키는대로 할 필요없단다. 가장 중요한건 니가 어떻게 살고 싶은가 이고,


니가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가란다. 왜냐하면 말이지."


노인은 고개를 들고 말을 이어나갔다.


"그 어떤 일을 겪고서도 너는 결국 너 자신일수 밖에 없거든."


노인의 말을 아이에겐 매우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그 말에는 다른 어른들의 말처럼 가볍게 넘길수 없는 어떤 무게감이 있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이 아니라 너 자신에게 물어보렴. 니 동생을 떠올려보렴.


너는 무얼 하고 싶지? 니 동생에겐 어떤 형이 되고 싶지?" 


티미는 곰곰히 생각하고 답했다.


"음 역시 집에가서 동생을 돌봐줘야 겠어요. 아기인데 혼자 있으면 불쌍해요. 걔도 노는 법을 배우면 좀 나아질거같고요."


노인은 그 대답을 듣고 가볍게 미소지었다.


어쩐지 티미는 다른 어른이 크게 소리내서 웃는 것보다도, 그 가벼운 미소가 진정 기뻐한다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노인은 티미의 손을 잡고 집까지 바래다 주었고, 그 날 이후 티미는 가끔 노인을 찾아가 달달한 초콜렛과 신 꽃차를 먹었다.



티미와 노인이 친구가 된지 1년 정도 시간이 지난뒤에 노인은 평소 가꾸던 꽃밭앞에서 잠들듯 죽었다.


장례식은 국가의 주도로 그 집에서 치뤄졌다.


마을 사람이 평소에 볼일이 없던 고급차량들이 줄줄이 나타났고 심지어 주지사마저 몸소 참석했다.


식장의 경비를 선 것도 대대로 주지사를 섬기는 기사가문들의 군인들로 마을사람들은 멀리서 지켜볼수 밖에 없었다.


놀랍게도 장례식 참가자중엔 동미국 차량을 타고온 사람도 있었다.


마을 사람중에는 동미국사람을 처음보는 사람도 많아서 한동안 이야기꺼리가 되었다.


장례식이 끝나자 고급차량들은 왔을때부터 홀연히 떠나갔다.


노인의 시체를 부활방지법에 따라 화장된후, 노인의 유언에 따라 그가 가꾸던 꽃밭 옆에 묻혔다.


그후 노인의 집은 정적에 잠겼으며 가끔 노인의 친구들이 그를 그리워 찾아올 뿐이었다.


그리고 친구 중엔 멀리서 온 친구도 있었다.



"하우디! 내가 좀 늦었지?"


괴물왕은 묘석 앞으로 가볍게 내려섰다.


"미안해. 내가 지상으로 오는건 좀 어려워서 말이지. 어떤 사람들은 매우 싫어하고 어떤 사람들은..... 너무 좋아하지."


괴물왕은 몹시 피곤해보였는데 스스로 날아왔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는 몇백킬로미터 정도 날아왔다고 지치기엔 너무나 강했다.


"결국 나도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고 닮게 되나봐.


내 백성들에게 더 나은 삶과 그럴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싶지만, 내 능력을 넘어선 일이야.


낮에는 햇빛이 들고 밤에는 별빛이 들 공터 하나를 얻으려한들 내가 겪을 학살과 내가 저지를 학살이 기다리고 있겠지.


내 이름으로 인간들이 서로 죽고 죽이는 것을 막고 싶지만 역시 내 능력을 넘어선 일이야.


너무나 믿음이 강해서 죽어서도 스스로 부활하는 살인자에게 무슨 말이 통하겠어?


권력도 있고, 능력도 있지만. 내가 해야하는 일과 한다고 기대되는 일은 그것들을 훨씬 넘어서 있어.


난 꼭 산채로 썪어가는 것 같아.


정말로 그럴때마다 정말로 니가 그리워서.... 그리워서.....


하하. 난 정말 울보 라니깐. 내 얘기만 하러 온게 아닌데."


괴물왕은 지친 얼굴로 웃은 후에 소매로 눈가를 훔쳤다.


그리고 묘석을 바라보고 물었다.


"친구. 이제 넌 자유로워진거지?


차라도 그렇고?"


당연하게도,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괴물왕은 묘석옆에 앉아 가볍게 머리를 기댔다.


가만히 눈을 감자 그의 친구가 정성껏 돌본 황금꽃밭의 향기가 그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다.





/이 세계관에서 괴물들은 다시한번 전쟁의 피해자가 되어 다수가 살육당한후 지하로 숨었으며


승리한 인류 역시 죽음을 초월한 신의 교단이 사회에 널리 퍼져서 쇠퇴중이다.


이 숭배자들중엔 진짜로 죽은 후에 서서히 상처를 회복해서 부활하거나 날아다니거나하는 기적의 힘을 가진 자들이 있는데,


사실 이건 인간이 본래 갖고 있었으나 마법적 존재인 괴물을 묻어버리고 문명이 발전하면서 잠든 마법 잠재력이


괴물을 다시 접하고 깨어난 후 뒤틀려 발현된거지만 숭배자들은 다 아스리엘의 축복이라 믿고 더 열심히 살인을 저지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