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략한 소개: 에봇산 떨어지기 전 프리스크 이야기를 상상해서 써본 거임.


1편 링크: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120285&page=1&search_pos=&s_type=search_subject&s_keyword=떨어지기


발바닥이 아직도 얼얼해 걸을 때마다 고통이 흠칫흠칫 느껴졌기에 프리스크는 조금 더 느리게 걷는다.
학교는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빨리 걸어가도 50분 이상은 걸린다.
물론 집에서 학교까지 차로 데려다 준다든가 버스비를 준다든가 하는 일은 없기에, 프리스크는 주일마다 혼자 그 먼거리를 왕복해야 한다.
먼 거리에 있는 학교인데도 그가 일부러 새벽부터 일어나 빠지지 않고 등교하는 것은 순전히 집에 남아있기 싫기 때문이다.
술에 취해 잠들어 있던 아버지라는 인간은 눈을 뜨자마자 욕지거리를 하며 술을 찾는다.
그 인간이 일어났을 때 재수없게 눈앞에 있다가는 이유도 없이 발길에 걷어차이기 일쑤다.
그렇다고 마냥 그 인간의 눈을 피해 하루종일 옷장 속에 숨어있을 수도 없는 일이기에 프리스크는 새벽부터 집을 나서는 것이다.
그렇다고 학교가 프리스크에게 안식처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니다. 학교에서도 괴롭힘은 존재한다.
하지만 적어도 학교에서는 도를 넘는 괴롭힘을 제지하는 척이라도 하는 선생님이 있다. 그리고 맛은 없지만 점심도 먹을 수 있다.
프리스크에게 있어 학교는 그나마 집보다는 나은 임시 피난처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생각없이 터덜터덜 걷다보니 에봇 카운티 초등학교 앞에 도착한 프리스크.

학교 건물에 달린 시계를 보니 7시 20분을 가리키고 있다.
학교 밖 놀이터와 주차장에는 아무도 없다. 학교 건물은 아침 8시부터 문을 열기 때문에 프리스크는 놀이터로 향한다.
놀이터에 들어온 프리스크는 미끄럼틀 위로 올라가 원통형 플라스틱 통로 안에 기어들어가 주저앉는다.
조용하고, 찬바람도 들어오지 않고, 어둡기 때문에 프리스크가 마음에 들어하는 장소다. 옷장과 달리 퀴퀴한 냄새도 안 난다.
꼬르르륵. 어제 저녁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해 굶주린 배에서 요란한 소리가 난다.

'점심 시간까지 아직 많이 남아있는데... 자면 좀 나아질 거야.'

프리스크는 주린 배를 손으로 쓰다듬으며 눕는다. 수업 시간이 시작하기까지는 1시간이 넘게 남았다.
잠시 동안이나마 평온함을 느끼며 프리스크는 눈을 감는다.
얼마 뒤 주차장으로 몰려오는 자동차 소리와 시끌벅적한 아이들의 목소리에 프리스크의 눈이 뜨인다.
놀이터에서 나온 프리스크는 시계를 확인한다. 8시 30분. 가방을 매고 2학년 교실로 향한다.




프리스크는 시끌벅적한 복도를 걷는다. 복도에는 여러 아이들이 제각기 모여 떠들거나 뛰어다닌다.
몇 몇 아이들의 눈에 지나가는 프리스크가 잡히지만 이내 관심을 잃고 다시 저들끼리 장난 치거나 떠든다.
시끄럽고 정신없는 것은 교실 안도 마찬가지. 끼리끼리 모여 어제 티비에서 방영한 만화영화 이야기를 하거나,
부모님이 새로 사주신 장난감 자랑을 하거나, 어린이 소프트 볼 클럽에서 활약했던 이야기를 한다.
모두 프리스크에게는 관계없는 이야기 뿐이다. 아이들의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맨 뒤 구석에 있는 자기 자리에 가서 앉는다.
책상과 의자 위에는 초등학생 저학년이 구사할 수 있는 모든 욕과 놀림이 적혀 있다.

"멍충이" "냄새 나" "말 좀 해봐 바보야" "우리 반에서 나가" "더러워"

하지만 프리스크는 신경쓰지 않는다. 책상에 엎드려 선생님이 들어오기 전까지 좀 더 자려던 프리스크의 눈에 새 낙서가 보인다.
빨간 매직펜으로 "챵년(HOrE)"라고 크게 적혀 있다.

'그 인간이 자주 하는 욕인데.'

뜻은 모르지만 술에 취한 아버지가 집에 들어와 어머니와 다투고 어머니를 때릴 때마다 내뱉기에 기억에 남는 욕이다.
뜻은 알 필요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기에 다시 엎드려 자려는 순간 무언가가 프리스크의 머리에 날아와 세게 부딪친다.
부딪친 곳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주위를 살피니 농구공이 바닥에 통통 튀고 있다. 익숙한 농구공이다.

"야, 프리스크! 새 낙서 마음에 드냐? 우리 형이 가르쳐 준 최신 욕인데."

거슬리는 웃음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니 학교에서 가장 만나고 싶지 않은 아이의 얼굴이 보인다.
키는 땅딸막하지만 초등학생답지 않은 덩치에 힘을 지닌 4학년생 포키다.
포키는 별명이고, 본명은 파커 한스로, 패거리와 함께 자기 보다 약한 괴롭힘 대상을 찾아다니는 녀석이다.
그리고 최근엔 프리스크를 자신의 희생양으로 점찍었기에 일부러 2학년 교실까지 찾아온 것이다.
포키 패거리가 교실 안으로 들어오자 그전까지 시끄러웠던 교실이 선생님이 들어올 때보다도 더 조용해진다.
모두 포키가 무서워 포키가 있는 쪽을 감히 보지도 못하고 곁눈짓으로만 상황을 살핀다.

"야, 찐따. 내가 물어보잖아. 마음에 드냐고."

어느새 프리스크의 책상 바로 앞까지 다가온 포키가 다시 말을 건다.
프리스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다. 약오른 듯한 표정도, 무서워하는 표정도, 울 것 같은 표정도 짓지 않는다.
그저 무표정으로 포키의 얼굴을 잠시 올려다봤다가 다시 고개를 내려 책상을 멍하니 바라본다.

"너 내 말 무시하냐? 주말 동안 내 얼굴 못 봐서 내가 얼마나 무서운지 까먹었어?"

포키의 패거리가 얺짢아진 포키의 비위를 맞춰주려 흐흐헤헤 웃는다. 프리스크는 다시 무시한다.
녀석이 엄청 싫기는 하지만 집에서 당하는 거에 비하면 녀석의 괴롭힘은 훨씬 견뎌낼 만하다.

"이게 말만 못하는 줄 알았더니 귀도 멀었나. 대답하라고 장애인아!"

포키의 손이 프리스크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어 세게 당겼다 밀었다 한다. 그래도 반응이 없자 마지막엔 머리를 세게 밀쳐 의자 채로 넘어뜨린다.
머리가 바닥에 부딪쳐 아프지만 프리스크는 이내 의자를 일으키고 다시 앉는다.

"이 새끼 진짜 짜증나네. 킁킁. 아, 냄새 졸라 지독해! 너 머리는 감고 다니냐! 아 토나와 큭큭큭큭"
"포키, 손 빨리 씻어. 썩을지도 몰라. 낄낄낄"
"야, 아까 니 농구공 쟤 머리 닿았잖아!? 으엑, 나 이제 저 공으로 농구 안 해. 킥킥킥"

포키와 패거리가 다시 거슬리는 웃음 소리로 교실 안을 가득 채울 때, 선생님이 교실로 들어온다.

"좋은 아침이에요 여러분, ...? 파커? 4학년인데 왜 2학년 교실에 들어와 있죠?"
"아 킨즈 선생님 안녕하세요. 같은 동네에 사는 친한 2학년 친구가 있어서 잠깐 놀러왔어요."
"일단 곧 수업 시간이니까 4학년 교실로 돌아갔다가 쉬는 시간에 다시 오세요."
"네~"

패거리부터 하나둘씩 교실을 나가기 시작한다. 포키도 따라 나가려는 듯하다 다시 프리스크 쪽으로 훽하고 돌더니 가까이 다가와 조용히 말한다.

"선생 때문에 산 줄 알아라. 이따 점심 시간에 놀이터로 와. 안 오면 알지?"

그 한 마디를 남기고 포키는 마침내 교실을 나간다. 동시에 교실 분위기도 다시 시끄러워지기 시작한다.

"자, 여러분 조용히 하고 영어책 꺼내세요!"

프리스크는 아무 말 없이 가방에서 영어책을 꺼낸다. 저 앞에 선생님이 있지만 도움을 요청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
보복이 무섭다거나 괴롭힘 당하는 것이 부끄러워서 못하는 것이 아니다. 프리스크는 오래 전부터 알고 있다.
아무도 자신을 도와줄 생각은 안 한다는 것을. 눈물을 흘리고 소리내어 울면서 호소해도, 아무도 와주지 않는다는 것을.

'그건 그렇고 점심 시간이면 점심밥 못 먹잖아...'

선생님의 말을 흘려들으며 프리스크는 포키가 차라리 다른 쉬는 시간에 불렀으면 하고 원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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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준 갤러들 고맙다.

1편은 쓰면서 나 자신이 읽었을 때는 마음에 들었는데 2편은 나 자신도 뭔가 좀 마음에 안 드네.

머릿속에 있던 걸 꺼내서 쓰려니까 처음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나와서 그런가.

분량도 2~3편이면 끝낼 줄 알았는데 4편까지 가야할 듯 하네;; 아무튼 재미없는 글 읽어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