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방 안에 손전등들이 밝게 빛나고 있다. 방은 그리 좁지는 않았지만 사람 하나와 괴물 여럿이 들어오니 꽉 차 보였다. 알피스가 분주하게 눈앞에 있는 기계를 들여다보고 있고, 언다인은 중무장한 채로 방 다른 곳을 살피고 있다. 그 뒤에서 파피루스가 손전등으로 샌즈에게 장난을 치며 웃고 있었다. 곧 보라법사가 방 안에 불을 켜는 스위치를 발견하고 눌렀다. 다행히도 전기가 들어오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건... 엄청나! 대단한 기술이라고! 파랑과 초록 마법을 응용한 기계인데... 난 왜 이런 걸 생각 못 했지? 원리는 간단해! 잘 들어봐. 초고밀도로 압축한 파란 마법을 모아 중력한계점을 돌파시키면 그 자리에 공간이 붕괴되어 구 모양으로 3차원 구멍이 생기는데, 여기서 같은 매개체를 가지고 다른 장소에서도 같은 원리로... 바로 이 부분이지, 이 중앙에 파란 마법을 시전한다면 맨 처음 지정한 것과 같은 모양의 구멍이 생기게 되지만 구멍 안으로 들어간다면 그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양의 살인광선 때문에 괴물이든 인간이든 한 발자국만 들어가도 몸이 녹아내리게 될 텐데 이때 만약 초록 마법으로 몸을 둘러 보호하기만 한다면 첫 번째 구멍과 이어지는 일종의 통로로 나갈 수 있는데 그렇게 된다면..."

알피스가 혼자서 여러 제스처를 취하며 기계를 구석구석 살펴보더니 중얼거렸다. 하지만, 워낙 횡설수설해 알아듣는 이는 없어 보였다. 보라법사가 말을 도중에 끊고 더 쉬운 설명을 해 주었다.

"이건 순간이동기야. 엘리베이터라고 생각하면 돼."

"그러니까 이걸 작동시키고 들어가면, 다른 데로 나온다고?"

언다인이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보라법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샌즈가 살짝 끼어들었다.

"거기가 어딘데?"

"내 누나가 있는 곳이겠지."

보라법사가 숨을 한 번 들이마시고 나서 말을 이었다.

"그들이 프리스크를 납치한 자들일 거고."

"그럼 뭘 기다려? 어서 작동시켜."

언다인이 기계 쪽으로 다가가며 소리를 빽 질렀다.

"우선 들어봐. 마음 같았으면 나 혼자 들어가서 동태를 살피고 오고 싶었지만, 이걸 작동시키자마자 놈들이 알아챌 거야. 그래서 너희를 부른 거고."

"한 판 붙어야 한다 이거지? 좋아. 매번 지 혼자만 재미 보고. 그게 얼마나 눈꼴 시렸는지 알아? 당장 작동시켜!"

언다인이 갑옷을 두들기며 말했다.

"그래. 언제든 좋다고."

샌즈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서 들어가자!"

파피루스가 신나는 표정으로 말했다.

"나... 나도 도울 수 있는 만큼 도울게!"

알피스가 기계 사이로 얼굴을 빼꼼 내밀며 말했다. 보라법사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우선, 문제가 있어. 이걸 구동하려면 엄청난 양의 파랑 마법과 초록 마법이 필요하단 거야. 그걸 어디서..."

"나 초록 마법 쓸 수 있어."

언다인이 간단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뒤이어 파피루스가 손을 번쩍 들며 말한다.

"파-란색 공격을 말하는 거면 나도 할 수 있다고!"

"잘됐네. 그렇다면 잘 들어. 앞서 말했지만 엄청난 양의 마력이 필요해. 기계를 돌리고 나서는 제대로 걷지도 못할지도 몰라. 그러니 일단 무리하진 말고..."

"말도 안 되는 소리! 마력은 곧 체력!"

언다인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녜헤헤헤! 내 체력은 무한 곱하기 무한이라고!"

파피루스도 한껏 웃었다.

"좋아 그러면 다들 마지막으로 정비하고 있어. 10분 뒤에 시작하자."




"절대 안 돼!"

칼리가 자기보다 훨씬 커다란 '융융이'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융융이는 그럼 어쩌고? 이렇게 위험한 곳에 두고 간다고? 밖에 돌아다니다 길이라도 잃으면 어쩌려고! 선배 그렇게 무정한 인간이었어?"

칼리가 잔뜩 불쌍하단 표정으로 융융이의 얼굴에 자기 얼굴을 비빈다. 침이 잔뜩 묻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럼 어디 묶어놓던가. 암튼 걔는 뭐 키우고 자시고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보라법사가 질린다는 듯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칼리의 모습은 마치 아이들이 개를 주워와 키우게 해 달라고 조르는 딱 그 꼴이었다.

"아니 좀 너무하잖아...! 우리 융융이는 여태껏 혼자였는데. 또 혼자가 된다니. 어흑, 융융아... 어뜩하면 좋니."

"그러면 우리 집에서 묵게 하는 건 어떤가요?"

잔뜩 한숨을 내쉬는 보라법사의 뒤에서 토리엘이 걸어 나오며 말했다. 보라법사는 토리엘을 보며 놀란 듯 눈이 휘둥그레졌다.

"토리엘! 여긴 어떻게..."

"도저히 집에 있을 수 있어야 말이죠."

그녀가 땅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때, 파피루스가 건물 안쪽에서 큰소리로 외쳤다.

"준비 다 됐대!"




방 중앙에 거대한 기계가 굉음을 내며 돌아가고 있다. 푸른색으로 빛나는 마법이 구 형태를 취하고 있었으며, 그 위협적이게 웅웅거리는 소리는 심장까지 닿아 울렸다. 언다인이 그것을 앞에 두고 거대한 마법 창과 투구를 각각 한 손에 쥐고 사색에 잠겨 있었고, 그 옆에는 샌즈가 양손을 주머니에 넣고 눈을 살짝 감고 있었다. 그 뒤로 파피루스와 칼리가 평소와는 다르게 입을 굳게 다물고 집중하고 있었다. 언다인과 파피루스는 상당한 마력을 썼음에도 멀쩡해 보였다. 보라법사가 모두의 앞에 서서 조용히 입을 열었다.

"솔직히 말할게. 이 뒤엔 프리스크가 없을 수도 있어. 두 번 다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고. 뭐가 우릴 기다리고 있는지는 아무도 몰라. 들어가자마자 장전된 무기들이 우릴 겨눌 수도 있고, 곧장 떨어지는 절벽이 있을 수도 있어."

보라법사가 결의에 찬 표정으로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

"그럼에도, 우린 들어간다."

"당연하지!"

"가자고."

"기다려라 프리스크! 이 파피루스님이 구하러 간다!"

"나쁜 새끼들. 오늘 다 죽었어."

보라법사가 뒤를 돌아 파란색으로 웅웅대는 구 앞으로 다가갔다. 그는 서슴없이 그 안으로 발을 디뎠다. 그의 모습이 마치 빨려 들어가는 듯 조금씩 왜곡되더니 구체 안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이어 다른 넷도 보라법사의 뒤를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