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그건 뭐야?"
햄버거를 내오던 그릴비가 샌즈의 옆에 놓인 큰 봉투를 보며 물었다. 이곳의 그릴비 역시 프리스크가 아는 그 모습과는 상당히 달랐다. 그는 보랏빛이 섞인 푸른 불꽃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방금 난투극을 벌인 손님들을 친히 정리하고 온 참이었다.
"아, 아무것도......."
샌즈는 봉투 밖으로 살짝 삐져 나온 크레파스 귀퉁이를 집어넣었다.
"샌즈, 갑자기 애기가 된 거야? 샌즈 어린이 크레파스로 뭐 그릴 거에요? 응?"
그새 봤는지 그릴비가 빈정댔다. 그는 샌즈를 놀리며 봉투에 손을 뻗었다.
"손 대지 마."
어느새 그릴비의 손 바로 위에 파란 뼈가 떠올라 있었다. 샌즈는 말도 더듬지 않고 서늘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아, 알았어. 정색하기는."
그릴비는 손을 치우고는 유리컵을 닦기 시작했다. 샌즈는 햄버거를 한 입 베어 물며 프리스크를 생각했다.
* 당신은 무려 60색이나 되는 크레파스를 보며 그림을 그릴 의지가 충만해졌다!
"아, 색깔이 많을수록, 좋을 거 같아서......."
* 당신은 샌즈에게 고맙다고 했다. 샌즈의 얼굴이 붉어졌다. 당신은 샌즈가 감기에 걸린 게 아닐까 생각했다.
당신은 워터폴부터 시작해서 인상적이었던 풍경들을 그려나갔다. 하늘색과 청록색, 진한 파란색과 남색으로 아름다운 폭포를 그렸다. 물론 빛나는 천장도 잊지 않았다.
"와아, 지, 진짜 예쁘다. 잘 그렸어."
* 샌즈의 칭찬에 당신의 어깨가 으쓱해졌다.
"여기도...... 워터폴은 있지만...... 완전 쓰레기장이야, 너무 더러워. 벌금을 어, 엄청 물고는 있는데...... 나아지지를 않아."
* 당신은 샌즈도 벌금을 낸 적이 있냐고 물었다.
"어? 아, 그, 그게...... 전에 진짜 딱, 한 번, 한 번 그랬어......."
* 당신은 샌즈의 이런 반응이 재밌다고 생각했다. 당신이 웃자 샌즈는 얼굴을 또 붉혔다.
당신은 눈부시게 빛나는 스노우딘, 용암에 둘러싸인 코어, MTT 호텔, 그리고 황금꽃밭을 그려냈다.
"와, 너, 넌 정말, 그림을 잘 그리네....... 정말 다, 멋있고 아름다워......."
* 샌즈는 그림을 홀린 듯 바라보고 있다. 당신은 마음에 들면 가져도 됀다고 했다.
"아, 고, 고마워, 프리스크."
* 샌즈는 정말로 기뻐 보였다. 당신은 뿌듯함을 느꼈다.
샌즈는 그림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이곳과 달리 그림 속 프리스크의 세상은 밝고 따뜻한 색조로 가득했다. 그림을 감상할수록 그가 속한 세계는 더더욱 음울하고 추악하게만 느껴졌다. 그는 프리스크를 힐끗 보았다. 그의 세계가 밝은 것인지, 그가 밝은 것인지 샌즈는 알 수 없었다. 그저 문득 그 빛을 조금이라도, 어떤 식으로든 감각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툭.
프리스크는 종이에 고개를 떨구었다. 졸린 모양이었다. 잠결에 크레파스를 아무렇게나 주욱 그은 자국이 남았다.
"프, 프리스크, 졸립지? 잘까?"
프리스크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샌즈는 프리스크를 안아들어 침대로 옮겼다. 그를 천천히 내려놓다가 자세가 삐끗했는지 실수로 조금 떨어뜨리듯 놓았다. 그 바람에 프리스크는 깜짝 놀라 반사적으로 샌즈의 목을 끌어안았다.
"아, 아......!"
샌즈는 하마터면 큰 소리가 나올 뻔한 것을 참았다.
"괘, 괜찮아? 미안해, 아팠어......?"
프리스크는 괜찮다고 하며 팔을 풀었다. 샌즈의 얼굴은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심하게 붉어져 있었다.
"다, 다행이네, 잘 자, 프리스크."
샌즈는 황급히 이불을 덮어주고는 그대로 바닥에 누웠다. 프리스크는 그림을 그리느라 피곤했는지 이내 잠에 빠져들었다.
샌즈는 바닥에 누운 뒤에도 꽤 오랫동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한 번 열이 오른 얼굴은 찬 바닥에 누워도 도통 식지를 않았다. 적막 속에 프리스크의 작은 숨소리만이 들려왔다. 가슴 언저리를 맴돌던 뜨거운 것이 머리 끝까지 기어올라 온 듯했다. 샌즈는 그것이 진정되기를 기다리며 애써 눈을 감았다. 그는 아직도 알 수 없었다.
성녀님 커엽다.......
졸잼
개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