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더 발걸음을 내나간다.
그리운 그곳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다만 버터스카치와 시나몬의 냄새가 존재하지 않는 집.
"이 앞에 있겠지.."
늘 그렇듯 심판을 내리기 위해서.
그들의 의지가 되어, 그들의 자비가 되어.
기억나지 않는 먼 시간선 속. 농담을 던지며 멋쩍게 웃던, 작은 해골.
몇번이고, 몇번이고, 이젠 돌아갈 수 없다는 나를 막아선 녀석.
발걸음을 옮겨 잠겨진 방문 앞에 섰다.
똑. 똑.
당연하게도 누구세요란 소리는 되돌아오지 않았다.
뭐가 하고 싶었던건지.
다시 열쇠를 구하러 되돌아가는 길. 거울 속에 자신이 비친다.
*그 모든 일이 있었음에도, 여전히 당신이다.
달라진 문구에 쓴 웃음 지었다.
"바친 영혼만큼의 값은 하는건가."
내 영혼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이걸로 된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열쇠를 챙기고 지하로 향한다.
찰칵 하고 앞을 막아섰던 자물쇠와 체인이 풀렸다.
"오랜만이야. 꽤나 바빴던 모양이구...."
늘상 뱉던 대사, 내가 그리워했던 말들을 샌즈는 담담히 이어갔다.
파란 불꽃을 빛내는 왼눈이 아닌. 애정이 담긴 양눈으로 나를 직시한다.
"....하지만 너는 LV를 얻지 않았어. 대신 사랑을 얻었지."
너무나도 덤덤한 말투다.
[이 더러운 살인마 녀석.]
팔벌려 미소짓던 멍청하고... 마냥 착하던 해골을 생각했다. 일말의 자비도 주지않고 가루로 만들어 버렸었지. 재로 변해버린 동생을 보며, 이 강하게만 보이는 녀석은 울었을까?
"....? 지, 지금 우는거야? 아까 내가 레스토랑에서 한 얘기 때문인가? 조금 무서운 표정을 짓기는 했지만. 말했잖아, 농담이라고 말이야."
덤덤히 심판을 받아들여야 했었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그러나 지금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너무나도 상냥하다. 이런 녀석에게 몇번이고, 몇번이고 절망을 맛보았다니.
"내 '본'성은 그렇게 사악하지 않다고."
늘 그렇듯 윙크를 한다. 그때의 나는 넌더리를 냈지만..
"..알아. 샌즈, 너는 좋은 녀석이지."
"...꼬마..야?"
"이젠 모든 걸 제자리로 되돌릴때가 온거야."
"..너..."
아무 말없이 지켜보던 샌즈는, 이윽고 고개를 숙이고 웃더니. 질문없이 기둥의 그림자속으로 뒷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털렸구나."
작은 목소리만이 따스한 햇빛과 새소리 속에 남았다.
... 그게 아닌데.
더이상 눈물이 흐르지 않게 소매로 눈을 훔친다.
가슴속에 의지가 가득 차올랐다.
"가볼까. 진정한 리셋을 하러."
다시 빠르게 걸음을 재촉했다.
그날, 괴물들은 지하를 벗어나게 되었다.
귀뚜라미 소리 아늑히 울려퍼지는 밤. 창밖에는 별이 가득하다. 떨어진 아이는 푹신한 침대위에서 곤히 잠들어 있는 듯 하다.
이윽고 덜컥 소리와 함께 방문이 열렸다. 아이의 염소 엄마는 푸근한 눈빛으로 자고 있는 아이를 바라봤다. 기껏 버터스카치 파이를 준비해왔는데 벌써 잠에 들어버린 모양이다.
'깨우지 않는 게 좋겠지요..?'
뒤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걸어 들어간다.
파이를 남겨두지 않으면 깨어났을 때 실망할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에서였다.
'그러고 보니 폐허에서도 똑같은 일이 있었네요.'
잠깐 산책을 하러 걸어다니고 있으니 뭔가가 떨어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혹시나 해서 향한 그곳엔 사악한 표정을 짓는 꽃 하나와(사실은 아들이였지만.) 곤란한듯 표정을 찡그린 아이가 있었다.
처음 보는 아이였지만. 왠지 친근감이 느껴지는 아이였다. 저도 모르게 도와주기 위해 뛰어갔다. 닥치는 대로 지하에 떨어지는 아이들의 영혼을 모으던 남편의 망가진 모습이 떠올라서였는지도 모른다.
이후로 여러가지 일이 있었지만. 그때 아이를 구한 걸 후회하지는 않는다. 이젠 가족이 되어버렸으니까. 계속 이 아이의 미소를 볼 수 있으면 족하다.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버터 스카치 파이를 남기고 잔걸음으로 서둘러 방에서 나왔다.
'내일은 피크닉이라도 갈까요..'
그녀는 태평하게 그런 생각을 했다.
이윽고
덜컥
하고 방문이 닫히자, 거짓말처럼 귀뚜라미 소리는 멈추고 방 안에 정적이 찾아왔다.
그리고 떨어진 아이는 그 소름끼치는 눈을 번쩍 떳다.
찢어지는 웃음 소리가 방 안에 가득찼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