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약속에 대한 이야기다.
이것은 의지에 대한 이야기다.
이것은 시작에 대한 이야기다.
STARTALE
조금 작고 조금 화려한 카페의 야외석에 해골과 아이가 앉아있었다. 웨이트리스는 환한 미소를 뿌리며 커피 두 잔을 들고왔다. 해골은 고마워, 아이는 감사합니다, 하고 말했다. 웨이트리스는 고개를 까딱이고는 영수증을 둔 채로 사라졌다.(역시 미소를 뿌리며.) 저 웨이트리스가 특별히 본업에 충실한 탓에 찢어지는 비명 대신 서빙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특별한 손님이 올 때마다 새된 비명을 지르기에는 목이 너무 아프고, 손님이 달라진다고 자신의 월급이 달라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도 길게 머물지 않았다. 말하자면 이 조합이 최근에 상식이 허물어진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해골은 주문한 카페오레를 한 모금 마셨다. 점잖은 맛이 났다. 카페오레가 마음에 든 해골은 빨대로 카페오레를 우아하게 즐기기로 했다. 점잖은 해골이라면 누구나 커피를 마실 때 빨대를 쓰기 때문이다.
즈즈즈즈.
빨대를 일곱 개 썼기 때문에 카페오레는 금새 바닥났다. 흡입이 지나쳐 컵이 공중에 딸려와도 해골은 빨대를 놓지 않았다. 조금은 무뚝뚝한 표정을 한 아이는 자신 앞에 있던 라떼를 내밀었다. 빈 컵이 떨어지며 테이블과 부딪쳐 마른 소리를 냈다. 해골은 웃었다.
방금 아이가 한 이야기는 재미가 없었다. 재미없는 이야기 중에서도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편이었다. 시시한 농담이 해골의 취향이나 시시하고 진지한 이야기는 이 해골을 시름시름 앓게 만든다. 그러나 형형색색의 빨대를 문 해골은 웃었다. 아무도 해골이 웃지 않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물론 내 동생이 끝내주긴 하지만... 말하나마나 말하는 해골 사이에서는 최고라고 할 수 있지. 그래도 결혼은 너무 성급한 것 같아... 내 말은...
해골은 곤란하다는듯이 말했다.
*걔는 아직 미성년이잖아.
해골이 윙크를 했다.
버스가 엔진 소리를 내며 지나갔다.
"...그런 이야기가 아니었던 것 같아.
아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앗, 다른 이야기였나. 이젠 누가 쥐를 기를거라고?
"..."
*아님 코끼리였나?
샌즈, 하며 아이가 말했다.
"나는 갈거야."
프리스크, 하며 해골은 웃었다.
*나는 잘 모르겠는데 친구. 사실은 '잘' 모르는게 아니라 하나도 모르겠어. 왜 그렇게 되는거야?
"설명해줄게. 하지만 어려울 것 같아. 내가 설명하는 것도. 샌즈가 이해하는 것도."
*그럼 그냥 나처럼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건?
"하지만... 가야하니까."
해골이 몰아붙이자 아이가 소극적으로 말했다.
*좋아, 인정할게. 이 변화에 문제가 없다고는 말하지 않겠어. 지하에서는 없었던 수많은 문제들... 일기예보 체크, 글램버거의 부진, 냅스터블룩의 빌보드 싹쓸이... 그렇지만 나는 참을만하다고 생각해. 괴물들이 최소한 해가 지고 별이 뜨는 것을 볼 수 있으니까. 나도 썩 마음에 들거든. 별이라는건 봐도봐도 질리지가 않아... 크고 작은 문제들이라면 차츰 해결될 거라고. 내 동생이 대사관에서 맹활약하는 한은 말이지. 가끔 들르는데 바빠서 머리카락이 다 빠질 지경이라더라.
*골머리 말이야.
해골이 윙크했다.
정적이 찾아왔다.
*정말로 잘해 주었어. 이게, 전부 네 덕 아니겠어? 시도 때도없이 흘러나오는 오싹튠즈에 대한 고민도, 햇살 아래에서 즐기는 커피도, 파스타가 뭔지 떠올리기엔 너무 바쁜 내 동생도. 그렇다고 하더라도, 친구야. 설령 결과를 이끌어냈다 할지라도 그게 결과에 대한 모.든.것.을.선.택.할.권.리가 있다는 뜻은 아니야. 선택에 대한 대가를 너 혼자서 질 필요가 없듯이 말이야.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 그래도 믿어줬으면 좋겠어.
해골은 눈을 감았다.
*지하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 깊은 아래에서 우리 모두의 시간은 아주 조밀하게 얽혀 있었어. 네가 만나는 한 명 한 명이, 선택해야 할 순간에 영향을 미쳤지. 그러니까 마치 네가 떨어지고부터, '무언가'가 우리를 연결해주고 있었던 것 같아... 그러니 우리는 책임 또한 공유했던 거야. 네가 잘못된 선택을 하려했다면 토리엘 아주머니가, 내 동생이, 언다인이, 혹은 누군가가 상냥하게, 필요하다면 목숨을 걸고서 너를 막았겠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 말이 틀리지 않다고 생각했다.
해골이 아이의 대답에 만족한듯이 웃었다.
*다만 세상에는 이쁜 선택도 미운 선택도 없어. 덜 아쉽거나 더 아쉬운 선택 중에서 골라나가는게 산다는 거지. 그럼에도 어두운 것 보다 어둡고, 여전히 어두운 아래에서 모두가 네게 옳은 선택을 권유했어. 그런게 실제로 있다는듯이. 그건 과연 누구에게 옳은 선택이었을까? 괴물이 말하는 옳은 선택이 인간의 영혼을 가진 너에게도 옳은 선택이었을까? 성가셨을지도 몰라. 나라면 그랬을거야. 포기했을지도 몰라. 나라면 그랬을걸.
아이는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 말이 틀리지 않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아이는, 아래에서 죽은 횟수를 일일이 세지 않았다.
다시 커피가 나오기 조금 전의 이야기를 하자면, 아이는 지하로 돌아갈 것이라고 해골에게 말했다. 공간적인 의미가 아니라 다시 괴물들이 지하에서 살던 시간으로 돌아가고자 했다. 해골에게는 별다른 설명은 필요가 없다. 해골은 아이의 비밀에 대해 알고 있다.
에봇 산의 지하, 그보다 더 아래에서 미래는 멈춰있었다. 마법사들이 세운 결계는 지상과 지하를 막는 경계가 아닌 미래와 현재를 가르는 경계였다. 세우다가 인간 중 가장 똑똑한 일곱 명이 죽어나갔을 만큼 튼튼하고 대단한 결계였다. 지상에서 인간의 시대가 한 번 저물고 다시 올 때 까지도 결계만은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괴물들의 미래가 닫힌 이상, 아이처럼 시간이 똑바로 흐르는 폭포가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해골에게 지하세계의 삶은 공전과 자전을 느끼며 살아가는 두더쥐가 되는 것이었다.
그러니 아무도 죽지 않고 결계를 부술 방법은 없었다. 그렇기는 커녕, 무.슨.수.를 써도 결계는 부서지지 않았다.
*그러니 얄밉게 들리겠지만, 나도 한 번 권유해보려고. 괴물들 사이에서 유행인가봐.
"...나를 막을 수 없을거야."
*그게 문제라는거야. 하지만 한 번, 혹은 여러 번 시도해볼 가치는 있지. 뭣보다 나보다 강한 상대에게 이런 말을 하는건 좋은 생각이 아니지만... 혹시 알아? 나랑 함께 끔찍한 시간을 보내게 될지?
-하늘을 보게, 샌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요?
-언젠가는, 모두에게 밤하늘을 보여줄 날이 오겠지...
코흘리개 시절.
약속을 한 적이 있었다.
시곗바늘이 돌아가지 않는 지하에서.
해골은 웃었다.
혁준 방송보다가 대충 마무리해서 올리게되네. 혁준이를 살...
역시 영어권 캐릭터의 대사는 담백? 해야해서 어려운 것 같다.
장편. 대사나 템포 관련 피드백 받음.
1이 있다면 2도 있지!
왕 잘 읽었어여
스타테일 스타2팀 이름인데
장편 나오나요?
베스트 노말 루트 본 다음에 리셋이나 로드를 안하고 성년이 된 프리스크가 리셋하는 이야기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