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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시각 AM 11:42-]


여러모로 떠들썩한 아침을 끝낸 세 명은 잠옷에서 평상복으로 갈아입고선 현관 앞에서 신발을 신고 있었다.
"얘들아, 너무 멀리 가진 말렴."
걱정 어린 토리엘의 말에 차라는 손사래를 쳤다.
"우리가 무슨 어린애도 아니고...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요."
"차라... 어린애는 맞잖... 히익!"
한순간이지만 차라가 노려보는 시선에 아스리엘은 얼어붙은 채 말을 잇지 못했다.
"아, 그리고 나가는 길이니까 심부름 좀 해주지 않겠니?"
토리엘은 덮개가 씌워진 넓적한 그릇을 프리스크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근처 샌즈 씨네 집에 파이 좀 가져다 드릴 수 있겠니?"
프리스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에 토리엘은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
"고맙구나. 그럼 꼭 부탁할게."
"네."
토리엘은 프리스크에게 파이가 담긴 접시를 건네받았다. 그런 뒤, 세 명을 향해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다녀오렴, 애들아. 조심해서 놀아야한다?"
"네~"
아이들은 한 목소리로 답하며 현관을 나선 뒤, 문을 닫았다.
쿵 소리와 함께 금속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면서부터, 그리고 태양빛이 더 따스하게 느껴지면서부터 밖으로 나온걸 실감한듯 프리스크와 차라, 아스리엘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따스한 햇살이 아스팔드 도로 위로 내리쬐고, 도로에는 몇 대의 차가 다니면서 슬슬 오후가 시작됨을 알려주고 있었다.
"아아, 싫다 싫어."
그런 와중에 차라는 뭔가 불만인듯 입을 삐죽 내밀고있었다.
"왜 그래, 차라?"
아스리엘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차라를 바라보았다.
"넌 몰라도 돼. 바보 염소."
"히잉."
아스리엘은 울상을 지으며 프리스크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표정을 한 채 프리스크는 조용히 걸을 뿐이었다.
"저기, 프리스크. 넌 혹시 차라가 왜 저러는지 알아?"
"잘 모르겠는걸?"
"그래..."
대충 그러려니하고 아스리엘은 납득하는 모양이었다.
"대체 이 화창한 날에 뭐하러 그 놈 면상을 봐야하는거야."
"응? 샌즈 말하는거야?"
순간, 차라는 으르렁 거리듯 화를 버럭냈다.
"그럼 그 놈 말고 누가 있겠냐!"
"그, 그래도 근처 이웃이고 파이 가져다 주는것 뿐이잖아아..."
"흥!"
아마도, 차라는 그 잠깐동안 보는 것 조차도 싫은 모양인듯 했다.
"야, 프리스크. 그냥 너 혼자 파이 가져다 주고 얼른 놀러가자."
차라는 프리스크에게 귓속말로 속삭이듯 말을 이었다.
"솔직히 샌즈인지 똥자루인지 혼자서 보고싶지?"
"......!"
어쩐지 살짝 동요하는 듯 했지만, 이내 프리스크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헤엥~ 거짓말 하기는~"
팔꿈치로 프리스크의 어깨를 톡톡 치면서 차라는 씨익 웃었다.
"그래도 차라... 프리스크만 혼자 보내면 나중에 엄마한테 혼날지도 몰라."
"상관없는데? 그 뼈다귀놈 얼굴 안보고 엄마한테 혼나는게 더 좋은데?"
이미 차라의 머릿속에선 프리스크만 혼자 샌즈에게 보내는걸로 결정난 모양인지 묘하게 미소가 밝다.
"어라? 너희들......"
그 때, 뒤에서 누군가가 말했고, 그 소리에 세 명은 뒤돌아보았다. 거기에는 키가 큰 해골괴물 하나가 싱글벙글 미소짓고있었다. 샌즈의 동생, 파피루스였다.
"녜-헤-헤! 안녕!"
"아... 그래."
"안녕."
"......"
꽤나 저기압인 인사와 평범한 인사, 그리고 말없이 손을 흔드는 인사를 받은 후 파피루스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방금 언다인네 집에서 요리하고 오는 길이야! 스파게티가 맛있게 잘 됐지."
"......"
즐겁다는 듯 웃는 파피루스였지만 아스리엘과 차라와 프리스크의 표정은 어딘가 미묘하게 어색한 느낌이었다.
"그렇지! 나중에 이 몸이 스파게티 만들어줄테니까 언제든지 오라구! 녜-헤-헤!"
"그, 그래......"
차마 거절은 못하겠던지, 아스리엘과 프리스크는 어색하게 웃었다.
"싫은데? 내가 왜... 읍읍!"
차라가 직설적으로 더 내뱉기 전에 입을 막는 프리스크와 아스리엘이었다.
"응? 왜 그래?"
"아무것도 아냐... 하하하..."
다행히도 못들은 모양인지 파피루스는 아무것도 모르는 듯 세 명을 빤히 쳐다보았다.
"아, 그래! 오늘 날도 좋은데 같이 내 집으로 놀러가자!"
"싫어."
차라는 어느새 입을 막은 손을 떨쳐내며 단호하게 말했다.
"오늘 우리는 따로 어디 가기로 했단말야."
"그래? 그럼 나중에 놀지 뭐. 녜헤헤헤."
별 신경쓰지 않는듯 파피루스는 웃어넘겼다.
"그러고보니 너, 샌즈랑 같이 살지?"
차라의 질문에 파피루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잘 됐네. 프리스크, 파이는 저 녀석한테 줘버려."
"응? 파이라니?"
파피루스는 이리저리 세 명을 살펴보더니, 곧 프리스크가 손에 들고있는 접시를 발견했다.
"우왓?! 이게 도대체 뭐야? 언제 저런게 있었지?"
"저걸 발견 못하는게 더 신기한데... 어쨌든 잘 됐네, 차라!"
차라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이 파이, 우리 엄마가 너희 집으로 가져가 달라고 부탁한 물건이거든? 대신 네가 가져갈래?"
"우... 우와! 파이라고? 엄청 맛있겠다!"
'수상쩍은 파이긴 하다만.'
굳이 입 밖으로 낼 필요 없는 말은 하지 않는 차라였다.
"그럼 프리스크, 빨리 파이 줘 버리고 우리도 놀러가자."
"으......"
뭔가 아쉬운 듯, 프리스크는 약간 주저하더니 곧 파이를 파피루스에게 건네줬다.
"고마워! 아주머니께도 잘 먹겠다고 전해줘! 녜헤헤헤헤헤헤헤!"
기분좋은듯 파피루스는 빠른 걸음으로 멀리 가버렸다. 점점 멀어져가는 파피루스를 보며 차라의 미소도 더 밝아져갔다.
"귀찮은 걸 두개나 한꺼번에 해결하다니, 오늘은 운이 좋아."
"차라... 그런 말 하면 나쁜거야..."
"시끄러워, 바보염소. 뭐~ 프리스크는 좀 아쉽게 됐나?"
차라는 슬쩍 프리스크를 곁눈질하면서 놀렸다. 여전히 차분한 무표정이었지만, 약간 시무룩해보이는 느낌이 드는 상태였다.
"차라, 그만해~ 빨리 놀러가기나 하자!"
"바보 아스리엘. 이럴 때 아니면 언제 프리스크를 놀려먹겠냐?"
"......"
투닥거리면서도 어쨌건, 세 명은 사이좋은 듯 붙어다닌 채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