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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시각 PM 2:57-]
한참을 걸어서 도착한 곳은 다름아닌 에봇산이었다. 괴물과 인류간 통합 협정을 맺은 이후로는 그저 관광명소가 되버린, 하지만 모든 것이 시작되버린 장소.
차라와 프리스크, 아스리엘은 숨을 몰아쉬면서 돗자리 위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소풍이나 가자고 해서 따라왔는데 이런 등산이라니, 미친 거 아냐?"
"왜 그래, 차라? 난 좋은데. 헤헤."
"입다물어, 멍청아. 말 걸지 마."
"히엥..."
가차없는 차라의 폭언에 아스리엘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였다.
"......"
조용히, 프리스크는 그 둘을 바라볼 뿐이었다.
"아~ 됐고! 물이나 줘! 목말라!"
"여기있어, 차라!"
헤헤 웃으며 아스리엘은 차라에게 페트병을 건네줬다. 그걸 건네받은 차라는 뚜껑을 따더니, 벌컥벌컥 마셔대기 시작했다.
"차, 차라... 입대고 마시면 안 돼!"
하지만 아랑곳않고 차라는 물을 마셔댈 뿐이었다.
"퍄~ 좀 낫네."
씨익 웃으며 차라는 아스리엘과 프리스크를 보며 말했다.
"물 마실 사람 없어?"
"어, 없어."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아스리엘은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잠시 의아해하던 차라는 뭔가 생각난 듯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아스리엘~ 우리 귀여운 아기염소~"
"왜, 왜 그래?! 달라붙지 마!"
어느 새 아스리엘에게 달라붙어서는 턱부분을 그루밍하기 시작했다.
"아읏...♡"
"왜 그래, 아스리엘? 혹시, 내가 입댄 물은 마시기 싫은거야?"
"다, 당연하지! 이거 놔!"
말은 그렇게하지만, 아스리엘의 꼬리는 좌우로 흔들리며 살랑거리고있었다.
"정~말?"
"그, 그래!"
"흐음~ 어쩔 수 없네~"
차라는 페트병의 뚜껑을 닫은 뒤, 프리스크에게 던졌다. 그것을, 프리스크는 가볍게 받아내며 뚜껑을 열었다.
"그럼 프리스크가 마셔."
"응. 고마워."
프리스크는 페트병 안의 물을 조금 마신 뒤, 뚜껑을 닫아버렸다.
"에엣..."
아스리엘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표정으로 그것을 바라보더니 이내 시무룩해진 듯 입을 삐죽였다.
"응? 왜 그래, 아스리엘?"
"으으..."
그걸 즐기기라도 하듯 차라는 빙글빙글 웃으며 아스리엘을 바라보았다. 누가 봐도 꽤나 얄미운 미소였다.
"그나저나 프리스크, 굳이 여기로 온 이유가 있어?"
"그러고보니 그렇네?"
아스리엘을 놀리는게 재미없어졌는지 차라는 프리스크에게 질문했다. 아스리엘도 궁금했던 모양인지 프리스크를 쳐다보았다.
"그냥."
하지만 질문에 대한 프리스크가 내놓은 답은 꽤나 간단한 것이었다. 한순간 납득하기 힘들 정도로 간단하고, 단순한 그런 것.
"그냥 그런 이유로?"
"응."
프리스크는 차라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차분한 그 표정 속에 담긴 것은, 어쩐지 생각 자체를 읽어내기 어려운 감이 없잖아 있었다.
"뭐, 그럴수도 있겠네."
대충, 그런 식으로 납득하며 차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여기... 풍경이 좋아."
저 편을 가리키며 프리스크는 고개를 돌렸다. 산 중턱이라지만, 거기서 보이는 풍경은 상당히 멋진 것이었다.
내리쬐는 햇살, 조금씩이나마 새잎이 돋아나는 나무들. 그 느낌은 확실히 어딘가 기분좋아지는 그런 느낌이 있었다.
"난 그런건 잘 몰라."
픽 하고 쓰러지듯 차라는 돗자리에 누워버렸다. 그리고, 자동적으로 베개는 아스리엘의 허벅지로 낙찰된 듯 했다.
"흐엑..."
"아아, 푹신하다. 야, 아스리엘. 움직이면 죽여버린다?"
"너무해... 난 베개가 아니야!"
아스리엘은 울상을 지으며 항의했지만 정작 몸은 차라가 말한대로 움직이지 않은 채 가만히 있었다.
"......"
어딘가 불합리하면서도 사이좋아보이는 광경을 유심히 살피던 프리스크는 살짝 미소지으며 도시락을 꺼내어 뚜껑을 열었다.
도시락 안에는 가볍게 먹을만한 샌드위치가 가득 들어있었다.
"점심 먹고 눕자, 차라."
"뭐야, 프리스크. 배고파? 난 아직 배 안고픈..."
[-꼬르륵-]
"어? 무슨 소리야, 차라? 혹시 너도 배고픈..."
"입 다물어, 바보 염소."
살짝 빨개진 얼굴로 차라는 가방을 뒤적거리며 뭔가를 꺼냈다. 가게에 진열되어있을 유명 브랜드의 초콜릿 바였다.
"난 이거 먹을거니까 니들은 알아서 먹어."
프리스크는 초콜릿 바를 까득 씹어대는 차라를 보더니, 조용히 샌드위치 하나를 꺼내 우물거렸다.
"나도 하나 줘, 프리스크."
"응."
아스리엘의 요청에 프리스크는 선선히 샌드위치를 건네줬다.
"냠."
샌드위치를 받아든 아스리엘은 그것을 크게 베어물고는 우물거렸다. 표정을 봐선 꽤 맛있는 모양이었다.
"샌드위치는 또 언제 만들었대?"
"아침에 일어나서."
납득한 듯 차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프리스크는 7시에 일어났다고 하니까, 대충 샌드위치 정도는 토리엘과 같이 만들었다면 금방 만들고도 남았을 것이다.
"음... 그거 나도 하나만 줘 봐."
"안 먹는다고 하지 않았어?"
"그땐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야."
제멋대로인 말을 내뱉는 차라에게 프리스크는 선선히 샌드위치를 건네줬다.
"어디... 음?"
한입 크게 베어물고나서야 차라는 알 수 있었다. 어딘가 미묘하고 미끄러운 식감이 자기가 알던 '그것'과 비슷하다는 것을.
"이거, '그거'냐?"
"'그거'라는게 달팽이가 맞다면, 맞을거야."
"우리 엄마가 만든 샌드위치 너무 맛있어!"
"........."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맛있게 샌드위치를 먹는 두 명과는 다르게 차라는 굳은 표정으로 자신이 한입 베어먹은 샌드위치를 망연자실하게 내려다 볼 뿐이었다.
"달팽이 싫어..."
떨떠름한 그 혼잣말은 차라 외에는 아무도 듣지 못했다.
문학은 개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