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째일까. 잘 가늠하기조차 힘들었다. 몇 번이고 떨어져 몇 번이고 결계를 부쉈으며, 수백 개의 세계가 구원받고 또 파괴되었다. 내 손에 의해서. 솔직히 말하자면, 요란한 소리를 튕기며 입력되는 키보드를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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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에는 뭔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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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이스터 에그는 다 확인했을 텐데. 나는 생각하며 눈부실 정도의 빛이 번진 길을 따라 계속 걸어갔다. 회색의 긴 회랑을 지나고, 지금의 상황을 저장한다. 이내 맞이한 응접실이라 적힌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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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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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즈는 어디에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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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막아야 하잖아. 세계를 멸망시키고 말 미친 살인귀를 막아서는 게 네 역할일 텐데. 뭔가 다른 걸 하려는 건가? 모르겠다. 이 말을 하는 게 얼마만인지조차 모르겠다. 모른다는 사실이 이렇게 흥분될 줄은 몰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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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즈를 처음 죽였을 때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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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번을 세이브하고 로드한 끝에 맞이한 세계의 첫 종말을 떠올리며 나는 다시 한 번 아스고어의 응접실로 들어갔다. 이번에도 그는 이전과 같이 멍청하게 꽃이나 가꾸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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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잘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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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의 꽃은 흩날리는 재가 되어 방 안을 떠돌고 있었다. 그 중앙을 덧칠한 실루엣은. 드디어 만났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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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아름다운 날이야. 새들은 노래하고, 꽃은 피어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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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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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같은 날에, 여기 조금 특별한 손님을 모시기로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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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잿더미 가운데에 홀로 놓인 의자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뼈가 부딪쳐 울리는 소리가 응접실 안을 걸어다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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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접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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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앉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앉을 수 있는 오브젝트도 없었기에 계속해서 버튼을 누르며 대사를 읽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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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터는 미친놈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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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내뱉은 샌즈는 순식간에 내 뒤편으로 와 있었다. 한 가지 이상한 점은, 의자에 앉은 샌즈 또한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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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란 놈들이 죄다 인간에 미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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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하나는 알피스를 말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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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어, 집어치우자. 넌 인간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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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흥미로운 주제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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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육체, 영혼, 의지. 그것들을 억지로 만들어 낼 수 있냐는 말이야”
“헤헤, 넌 본 적 있겠지? 그 실험실 말이야”
“우린 죽은 괴물을 살리는 것조차 실패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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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즈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번쩍거리며 발광하는 눈을 뜨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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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우린’ 실패했지”
“그 녀석이 뭘 어떻게 했는지는 몰라. 정확히 말하자면, 몰랐지”
“불완전한 인간이 만들어졌어”
“반쪽 영혼에 찢겨진 의지, 해골만 남은 육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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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본다. 저 녀석이 저렇게 섬뜩하게 웃는 모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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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지 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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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았는데도 대사가 저절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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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런데도 그 미친 과학자는 실험을 멈추지 않았지”
“그러다가 결국… 손대면 안 되는 곳까지 가고 말았어”
“그 녀석의 일지를 좀 뒤져봤지. 음, 내가 이렇게 남의 연구 자료를 훔치는 도둑놈은 아니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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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왠지 저것 이상으로 처음 보는 게 많을 듯하다. 샌즈의 양쪽 눈이 모두 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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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게임이지?”
“만들어진 세계 말이야. 우리 팔다리를 실로 묶은 인형극”
“근데 가스터 그 정신 나간 놈은 실을 끊고 무대 밖으로 뛰쳐나갔지. 시스템을 건드린 거야”
“나에게 전화로 연락을 하더군. 네가 나를 죽이기 전까지만 해도 믿지 않았어”
“헤헤헤, 네가 거기서 그만 뒀더라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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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즈는 의자에서 일어나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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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를 조작하는 거야. 이 세계를 만든 녀석이 했던 것과 같이, 원래는 존재할 리가 없던 것들을 만드는 거지”
“이런 세계도 존재할 법 하잖아?”
“파피루스가 스파게티를 엄청 잘 만드는 세계라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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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슬 대왕님이 인간의 영혼 여섯 개를 모두 흡수한 세계라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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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즈가 말을 끝마침과 동시에 푸른 빛 섬광이 방 안을 뒤덮었다. 본능적으로 움직임을 멈추고, 빛이 걷힌 곳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아스고어 대왕이었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살기가 그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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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진짜로 화난 파피루스 본 적 있어? …난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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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게도 본능이 먼저 부정하기 시작했다. 그럴 리가, 저게 파피루스일 리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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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머니도 너 같은 꼬맹이한테는 더 이상 자비를 베풀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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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엘? 아니, 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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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은 굳이 변할 필요도 없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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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다인. 증오가 휘몰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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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이 방송은 18세 미만은 관람이 불가하니 보호자분의 지도가… 아, 넌 이미 네가 싸그리 죽여 버렸으니 상관없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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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톤. 지금까지 싸워 왔던 상대가 모두 한 자리에 모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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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장이라도 하고 오렴, 꼬맹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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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상대로, 최후의 전투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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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왜 이렇게 써졌지... 딴데서 쓴거 붙여넣기해서 그런가 ㅋㅋㅋㅋ;
시발 심지어 잘렸네... 너무 위아래로 길게 써서 그런거같은데...
개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