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피루스는 언제나 바보 같았다. 그 어이없는 행동들과 허세를 부리려는 말투는 이 지하세계에서 유일하게 파피루스만 가진 특징이었다. 샌즈는 그런 파피루스, 자신의 동생을 항상 귀찮게 생각했고, 언제나 그런 동생의 행동들이 너무나 엉뚱하여 걱정스러울때도 있었다. 그러나 샌즈는 그런 동생을 절대 싫어한 적은 없었다. 동생은 언제나 허세를 부리고, 민폐나 끼치고, 엉뚱하지만, 그 성정만큼은 착했다. 파피루스를 아는 이들은 파피루스의 그러한 친절함을 좋아했고, 그 엉뚱함은 가끔씩 상식을 깨뜨렸지만 그래도 모두 자신의 동생을 좋아했다. 누구에게나 친절했고, 착했던 동생. 그 누구도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믿었고, 모두가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 동생. 샌즈는 그런 동생을 사랑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자신의 동생의 친절함은 보상 받을 수 없었다.



샌즈는 자신의 손안에서 모래처럼 흘러내리는 재를 바라보았다. 정신이 아득해지는 느낌이었다. 샌즈는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계속해서 눈과 이미 섞여버린 재를 계속해서 쥐었다. 이런 재가 자신의 동생일리가 없다. 샌즈는 그리 믿었다. 아니, 믿고 싶었다. 진부한 말이지만, 샌즈는 이 모든 사실이 꿈이기를 기도했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현실을 부정했다. 설마, 설마가 아니겠지. 그렇겠지? 그렇지? 파피루스? 하지만, 모를 리가 없었다. 이 모든 것들이 꿈이 아니라는 사실을. 자신의 동생이 죽어가는 광경을, 자신의 손안에서 흘러내리고 있는 재로 변하는 광경을 전부 지켜보았다. 이미 자신의 동생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동생의 붉은 목도리만이 이 자리에 남았다.



샌즈는 이 모든 것이 잘못됐다고 믿고 싶었다. 샌즈는 그래도 평정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아니, 노력하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그 작은 아이를 죽일지도 몰랐다. 샌즈는 일어섰다. 자신의 동생이 남긴 목도리를 쥐었다. 그제야 그는 지금 자신의 동생을 죽였던 아이가 지나왔던 흔적들이 생각났다. 그 아이는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모든 괴물들을 죽였다. 그것은 샌즈는 알고 있다. 그렇다면, 저 아이를 보호해달라고 했던 그 늙은 아가씨는 어떻게 됐는가? 샌즈는 머릿속에 번개가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저 아이가 떨어질 수 있는 장소는 폐허밖에 없었다. 그리고 저 아이가 처음 만날 괴물은 누구인가? 뻔했다.



그는 바로 폐허로 향했다. 폐허로 향하는 문은 열려있었다. 그는 자신의 예상이 틀리기를 바랐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현실은 잔혹했다. 그는 폐허의 모든 곳에 생명이 존재하지 않음을 알았다. 그저 몬스터가 죽어버리면 남기는 재만이 폐허의 곳곳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 지독함에, 샌즈는 증오를 느꼈다. 이런 행위를 한 그 아이를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리고 자신의 앞에 있는 이 재가 누구인지 샌즈는 알아차렸다. 자신의 늙은 아가씨라 부르던 그녀였다. 몰살이었다. 모두가, 몰살당했다. 단 한 마리의 괴물도 남지 않았다. 샌즈는 자신이 했던 약속을 기억했다. 샌즈는 깨달았다. 이 늙은 아가씨와의 약속은 지킬 수 없다는 사실을.

 


그 이후로 샌즈는 그 아이가 지하세계에서 저지르는 짓을 지켜보았다. 자신의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 그 아이는 모두를 죽였다. 수많은 몬스터가 그 아이의 EXPLOVE로 변환됐다. 여행을 하고 싶어 하던 눈사람은 그저 눈 뭉치가 되고, 영웅이라고 불리던 언다인은 결국 그 아이에게 패배했다. 모두에게 최고의 무대를 보여주고 싶어 하던 기계였던 메타톤도 그 아이의 일격에 부서져버렸고, 그 외에 많던 나머지 괴물들은 두 가지였다. 운이 좋아 대피하던가, 또는 완전히 죽던가. 그 모든 괴물의 원망이, 샌즈는 느껴졌다. 저 아이는 이제 이 곳으로 도달한다. 자신이 서 있는 이곳으로.

 


샌즈는 자신이 이길 수 있을까. 그렇게 스스로에게 의문을 던져보았다. 답은 알고 있다. 이길 수 없다. 저 아이는 계속해서 시간과 공간의 축을 뒤틀어 자신의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시도할 수 있었다. 처음이라면, 두 번이라면, 세 번이라면, 그 정도는 얼마든지 죽일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아무리 죽여도, 또 죽여도 열 번을 죽여도, 백번을 죽여도 소용없다. 결국 저 아이는 자신을 쓰러뜨리고 아스고르를 죽이고, 마지막에는 이 세상을 파괴하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까지처럼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파피루스는 마지막까지 저 아이를 막아섰다. 단순히 자신의 동생만이 아니라 여태까지 저 아이에게 죽어온 모든 괴물들은 희망을 믿었고, 죽으리라 의심치 않아도 저 아이를 막았다.



샌즈는 그 모든 괴물들에게 애도를 보냈다. 이제는 자신의 차례였다. 이제 남은 괴물도 자신밖에 없었다. 이제 자신의 할 일을 해야 했다. 샌즈는 저 멀리서 걸어오는 아이를 향해서 말했다.



"안녕. 참 바빠 보이네, ?"



마이너 갤 시절에 올렸던 글인데 지금 검색하니 삭제되어 있어서 다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