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제 말을 좀 들어주세요...!"


*그러나, 아무도 듣지 않았다.
*당신은 의지를 다졌다.


"이건 아니에요. 분명히 뭔가 다른 방법이 있을거에요."


*그러나, 아무도 듣지 않았다.
*당신은 아직 포기할 수 없다.


"그게 무슨 말이야...? 파피? 샌즈? 다들 어딨어...?"


*그러나, 아무도 듣지 않았다. 아무도 오지 않았다.
*당신은 의지를 다잡았다.


"괴물들도 다 같은 생명이에요. 그동안 인간들이 얼마나...!"


*그러나, 아무도 듣지 않았다.
*당신은 지쳐간다.


"아아...토리엘...아스고르...다들...왜..."


*그러나, 아무도 듣지 않았다.
*당신은 이번에도 실패했다.


"아니에요. 제발, 아스고르 내 말 들어요."


*그러나, 아무도 듣지 않았다.
*당신은 여전히 아무도 지키지 못했다.


"왜...왜 이렇게..."


*그러나, 아무도 듣지 않았다.
*아무도, 당신의 말을 듣지 않았다.
*당신은 또 다시 실패했다.


"......"


*당신은 의지를 잃었다.





"...그래서, 어땠어? 파트너. 너의 『해피엔딩』은?"

"......"


차라가 빙글거리며 말했다. 뒷짐을 지고선 가벼운 몸놀림으로 프리스크의 주위를 빙빙 돌며 입을 열었다. 프리스크는 그저 가만히 있었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고선, 바닥에 주저앉아 고개를 숙이고 흐느꼈다. 고요한 그곳에, 오직 그녀의 흐느낌 만이 울렸다.


"아아, 불쌍하기도 하지-. '어째서! 왜 다들 제 말을 듣지 않는거에요!' 푸...푸하하하! 넌 그런 표정도 지을 수 있는 거였구나, 프리스크."

"......"

"언제나 무표정하게, 망설임 없이 앞을 향하고. 그『의지』로, 온갖 고난과 역경을 헤쳐나가며 모두와 친구가 되고. 모두에게 자비를, 행복을 가져다 주던 우리 『성녀님』이, 어쩌다 이리 되셨을까..."

"시끄러워...듣고 싶지 않아, 차라."


프리스크는 여전히 흐느끼며 애원조로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말을 들은 차라는 오히려 배를 잡고 크게 소리내어 웃었다. 손등을 가져다 자신의 이마에 댄 차라는 여전히 입가에서 웃음기를 지우지 않은채 몸을 숙여 프리스크와 눈높이를 맞추었다.


"듣고싶지 않아? 으응...그래? 왜? 그 잘나신 성녀님이, 정작 밖에서는 아무것도 못한다는 사실이 분해? 그래서 나한테 화풀이하는거야? 그렇다면 프리스크는 나쁜애네-..."

"...제발, 차라. 그만해..."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그렇잖아-. 어느날 갑자기, 다 사라진줄로만 알았던 괴물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오지를 않나. 그 무리 가장 앞에, '꼬맹이' 하나가 서서 '괴물들과 인간은 사이좋게 지낼 수 있어요!' 라고 외치는데...푸...푸흐흡...푸하하! 아아, 너무나 훌륭한 '대사관' 님이야..."

"...제발...그만...그만...!"

"이게 몇 번째더라? 어디보자...아, 미안. 난 100번 이후로는 잘 기억이 안나네. 그래서, 몇 번째야? 프리스크. 친구들을 몽땅 잃은게, 이걸로 몇 번째?"

"입 닥쳐, 차라!"


빽, 하고 프리스크는 소리를 질렀다. 그 외침이 허공을 맴돌고, 흩어지다, 이내는 힘없이 사라졌다. 그곳은 다시 고요해졌다. 이젠 아무런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차라의 조롱도, 프리스크의 흐느낌도 이제는 들리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그렇게 있었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채,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으며 멈춰있었다. 멈춰있기를 택했다. 차라리 이대로 영원히 멈춘다면, 이 이후의 이야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프리스크는 속으로 그리 빌었다.

실패했다. 수 십번도 더.

시간이 지나면서, 실패를 반복하면서 『의지』는 서서히 무너져갔다. 토리엘의 품에 안겼다. 파피루스와 함께 웃었고, 언다인과 요리했다. 알피스와 데이트하고, 메타톤과 춤췄고. 머펫과 도넛을, 샌즈와 저녁을, 아스고어와 차를 마셨다. 플라위를, 아스리엘을 마주했다. 모두와 지하를 떠나 바깥세계로 나가겠다는 『의지』를 가졌다. 인간과 괴물의 '대사관' 으로써 모두를 설득하고 함께 버터스카치파이를 먹으며 웃고, 떠들고.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고, 생각해주고 배려하고, 가끔씩 실수해도 용서하기를, 간절히 바랬다.

'그게...그게 그렇게 어려운 부탁이야...?'


샌즈가 별로 웃기지도 농담을 하면, 나와 파피는 어이없어 하면서도 웃을 것이고, 토리엘은 최고의 농담을 들었다는 듯 기뻐할 것이다. 메타톤은 유명해지고, 그와 함께 노래하고, 춤출 것이다. 알피스와 언다인은 점점 더 가까워지겠지만, 그럼에도 내가 낄 자리는 남겨둘 것이다. 나는 머펫과 함께 거미를 위해 도넛을 구울것이고, 아스고어는 토리엘에게 용서를 구할 것이다. 우리는 그랬어야 했다. 그저, 그것뿐이었다. 손을 뻗으면 금방이라도 닿을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것들.

실패했다. 수 백번도 더.

그렇게 『의지』는 무너졌다. 이제는 너무나도 지쳤다. 모두를 구했던 『의지』가, 이번에는 아무도 구하지 못했다. 몇 번을 반복하던, 몇 번을 시도하던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차라의 말이 맞았다. 작은 어린아이의 말은, 그 누구의 귀에도 닿지 않았다. 지하의 영웅은, 지상에서는 그저 한낱 어린아이일 뿐이었다.


"...이젠 이해가 돼? 내가 왜 그렇게 모두를 죽이려고 했는지."

"...아냐. 아직...!"

"어, 그래. 아직 『의지』가 남았다고? 그럼 어디 한 번 해봐. 그 잘나신『의지』로 1000번 채우면, 성공할지도 모르잖아. 근데, 그러려면 999번이나 친구들을 죽이겠네?"

"......"


프리스크는 이를 바득 갈며 차라를 쏘아보았다. 그러나 차라는 오히려 이죽거리며 말을 이었다.


"이 더러운 살인자."

"...난 아무도 죽이지 않았어."

"하하, 진짜 그렇게 생각하는거야? 대단하네. 네 『의지』는 사실, 보기 싫은건 보지 않고, 듣기 싫은건 듣지 않으려는 의지야?"

"그게 무슨 소리야?"

"현실도피하지 말라고, 이 살인자야. 아무도 안죽였다고? 개소리하네. 그들을 지하에서 지상을 끌어낸건 누구야? 사람들을 설득시킬 수 있다고 자신한 건 누구고? 그리고 정작 자기는 『로드』로 돌아오면서 친구들이 죽는걸 지켜만 본건 또 누구?"

"...나는...아냐...나는...!"


프리스크는 어금니를 꽉 물었다. 차라가 속삭이듯 그녀에 귀에 말하자 그녀는 주먹을 쥐고선 땅을 내리쳤다. 아픔이 주먹을 통해 전해졌다. 그러나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미쳐버릴것만 같았다. 결국 그녀는 비명을 질렀다. 울음과 웃음이 섞인듯한 소리를 내면서 양 팔로 몸을 감쌌다. 프리스크가 울었다. 차라가 웃었다. 프리스크가 웃었고, 차라가 침묵했다.


"돌려봐. 되돌아가 보라고. 다시 해봐. 네 특기잖아. 안되는 걸 알면서,『의지』를 다잡는거."


꽃들이 만개했다. 금빛으로 빛나는 노란 꽃들이 사방에서 피어났다. 아니, 피어났다기 보다는 생겨나는듯 했다. 마치 그림을 그려내듯, 물감을 덧칠하듯 풍경이 바뀌어갔다. 빛이 사라져갔다. 이제 남은 빛이라고는 꽃밭의 한가운데서 웅크리고 앉아 미친듯이 울고, 웃고있는 그녀의 머리위를 비추는 빛 뿐이었다. 마치 폭풍이 몰아치는 것 같았다.


"아스리엘."


화악하고, 차라의 목소리가 울리자 주위가 고요해졌다. 몰아치던 폭풍도, 한순간에 잠잠해졌다. 소리가 멀어져만 갔다. 부들부들 떠는 프리스크의 등에 차라가 손을 살며시 얹었다. 프리스크의 귀에 입을 가져다 대고선 속삭이듯 그 이름을 불렀다.


"아스리엘이 널 보면, 무슨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지 않아? 널 믿어서, 모든 걸 포기했는데."


그리 말하고는 차라는 일어섰다. 언제나와 같은 미소를 띄우며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이번엔 실수하지마, 파트너."


폐허는 고요했다. 등을 통해 노란꽃의 푹신한 감촉이 전해졌다. 사방이 어두워서, 한치앞도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오직 눈앞에 보이는 거대한 문 뿐이었다. 프리스크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당신은 의지를 다잡았다.





"헤, 참 좋은날이지?"


샌즈는 점퍼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선 눈을 감았다. 이 시간을 만끽하려는 듯 느긋한 목소리였다. 길고 긴 그 복도는, 황혼으로 가득했다.


"꽃들은 피어나고, 새들은 지저귀고."


샌즈는 가만히 손을 들었다. 언제나 그래왔듯,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잔잔히 떠올라있었다. 그러나 이전에는 우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샌즈의 한쪽 눈이 푸르게 빛났다.


"이런 날에 너같은 꼬마들은."


프리스크가 웃었다.
차라가 웃었다.

프리스크가 칼을 쥐었다.
차라가 칼을 쥐었다.


"지옥에서 불타야 해-."


차라가 다시 웃었다.
프리스크가,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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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안...너무 짧은걸까....
이런 소재를 추천받자 마자 삘이 와서 끄적여봤어...
오....재미없었다면.....미안....
이렇게 시간을 많이 끌 생각은 아니었는데.......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