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플링의 꽃은 얀데레x역얀데레아닌가요?)
(그런뜻에서 샌즈프리 둘다 캐붕 매우 주의)


\"여기서 한 발짝이라도 나오면 끔찍한 시간을 보내게 될꺼야,꼬맹아\"

좋은 날이었다.
꽃은 피어나고 새들은 지저귀고,방안에는 햇빛을 듬뿍먹은 노란 이불이 깔린 침대와 지루함을 달랠 장난감 몇가지며 tv따위가 있었고,커튼이 달린 창문에선 햇빛이 쏟아졌다.창문을 통해 본 바깥은 까마득하게 높았고,그럴듯한 길도 없었다.게다가 놀랍게도 그리 크지도,작지도 않은 방에는 문이 없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에 쏙 드는 곳이었고,설레는 마음으로 발을 포슬포슬하게 감싸는 실내화를 신고서 조금 돌아다니다 침대에 털썩 앉았다.
끝내주게 마음에 드는 침대에 등을 보이며 엎드려 머리를 부비다 어디선가 본게 생각나 바로 누워 쇠사슬은 매어놓지 않냐고 물었다.

\"허!골때리는 농담이구만.\"

커튼을 내려 따갑게 내리쬐던 햇빛을 가리자 끌끌 웃는 샌즈의 눈이 파랗게 빛났다.평생 느껴본일 없는 짜릿함이 등골을 흘렀다.너무 기분이 좋았다.나는 샌즈에게 몇번인지 기억나지 않는 고백을 했다.

\"꼬맹이가 아주 뼈만 남은 해골을 두근거리게 하는 법을 잘 아는것같은데?\"

샌즈는 침대에 앉아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다 목에 머리를 묻고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마치 영혼이 빨려들어가는 기분에 발이 움찔거렸다.
소풍이 시작된 날이었다.아마 죽을때까지 끝나지 않을.


*


그날은 한뼘 이상 열리지 않는 창문사이로 햇빛이 내리쪼였다.빛속에서 춤추는 먼지가 꽤 예뻐서 그날은 오랜만에 침대에서 내려와 따뜻한 빛 속에 있었다.이 곳은 평화롭다.이 곳에서는 세는걸 포기할정도로 죽거나 죽이지 않아도 된다.애초에 그런 짓을 할 수 있을만할 물건도 없다.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오로지 샌즈를 기다리기만 하면 될 뿐.

이 곳에서 얌전히 시간을 죽이고 있으면 어김없이 샌즈가 돌아와 바깥냄새가 나는 외투를 벗고 조금 고소한 냄새와 흙냄새가 나는 몸으로 끌어안아준다.그리고 샌즈는 끼니를 제대로 챙기지 않은것을 조금 타박하고 무릎에 앉혀 음식을 먹여준다.샌즈는 기가막힐정도로 눈치가 빨라서 배가 부르거나 먹기가 싫어질때쯤 되면 귀신같이 알고 숟가락질을 멈춘다.다 먹고 난 다음에 우둘투툴한 갈비뼈에 볼을 부비적거린다.

아,결국 오늘도 샌즈 생각이다.햇빛은 쏟아지고 몸은 뜨끈한데 머리는 샌즈 생각에서 결국 벗어나질 못한다.
이 얼마나 행복한지.

\"헤이,나 왔어.뭐하면서 시간보냈어?\"

어디선가 갑작스레 나타나는 샌즈에게 달려들어 꼭 안고서 샌즈 생각을 하며 햇볕을 쬐었다고 솔직히 말한다.
샌즈는 어디서 그렇게 사람을 홀리는 말을 배워왔느냐며 가볍게 타박하고 눈꺼풀에 한번,양 볼에 한번,입에 한번 입술없는 입을 꾹 누른다.

\"오늘은 햇볕이 참 좋더라고.바람도 선선했고.꽃은 피어나고 새는 지저귀고.정말 좋은 날이지.\"

샌즈는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을 중얼거리며 뒷통수를 쓰다듬었고,어디서 많이 들어봤다고 이야기하자 샌즈는 껄껄 웃었다.

\"꼬맹아,소풍 나가고싶지 않아?\"

다소 어이없는 말을 하는 샌즈를 무시하고 가슴 속으로 파고들었다.이 안에 들어오면서부터 이곳이 내 세계의 전부니까.
텅 빈 갈비뼈에 귀를 기울이면 심장소리대신 바람소리가 난다.그 고요에 가슴 안 심장소리가 섞여 꼭 샌즈의 없는 심장이 두근거리는 듯한 착각이 든다.

\"넌 나의 죄악감이야.꼬맹아.\"

널 내 안에 가두고있어.난 네가 내게서 떨어진다는 생각만해도 눈앞이 아득해.그래서 너를 삼켰지.토리엘은 메타톤의 도움을 받아 아직도 널 찾고 파피루스는 널 기다리며 만드는 스파게티 실력이 꽤 늘었어.이젠 적당히 먹을 수도 있지.알피스는 너 없는 sns에 하루에 몇번씩 멘션하고 언다인은 일하는 짬짬이 널 찾길 포기하지 않아.정말 다들 뼛속까지 포기를 모른다니까.

샌즈는 친구들의 소식을 전했다.그렇구나.친구들이었지만 별로 감흥이 없었다.어차피 다들 몇 번씩이고 죽거나 죽인 이들.살기 위해 비위를 맞추고 친해지던 이들.죽이기 위해 칼을 휘둘렀던 이들.
결국 수백번,수천번이 지나도록 기억하지 못했던 이들.
살아움직이는 먼지덩어리 이상의 의미가 없다.

\"꼬맹이 넌 내 죄고 회피하던 책임이야.내가 씹어삼킨 의지고 절망이지.\"

단단한 손가락 뼈 사이사이 머리카락이 어지러이 얽혔고,단단하고 차가운 입이 맞닿는다.

\"네가 그 망할 능력으로 되돌아가서 빠져나가도 이 이후부터의 네 엔딩이 다르리라고 생각하지 않아.\"

분명 체온이 없을 차가운 뼈였지만 목소리엔 열기가 스며있었다.만족스러움에 누를 수 없는 웃음이 튀어나온다.

\"넌 영원히 집에 돌아가지 못할거야.넌 나와 함께 소풍 나왔다가 길을 잃었어.\"

샌즈는 이마를 가볍게 콩콩 부딪히고 몸을 꽉 안았다.숨이 막히는 이 느낌이 너무 좋다.

\"난 길을 찾을 책임감이 없고 넌 다리가 아프지.\"

체중을 실어 가볍게 누른 몸이 자연스럽게 침대 위에 누웠다.

\"샌즈.\"

손을 들어 목 위에 얹었다.꺼끌하고 체온없는 뼈가 움직여 목을 쓰다듬는 느낌이 머릿 속에 연속으로 터지는 폭죽을 켠듯해서 생각처럼 매끄러운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지만 말하기에는 충분했다.

\"언젠가 나를 네 손으로 목졸라 죽여줘.\"

열이 오른 손에 닿는 시원한 뼈의 느낌은 나쁘지 않았다.너와 손을 얽고싶은 욕망을 누르고 목 위에 올린 손을 살짝 눌러 가볍게 목을 졸랐다.호흡이 부자유스러운 바람에 머리에 조금 피가 몰렸다.단순하고 약한 움직임에도 욕망은 길이 막혀 머리에서만 맴돌고 밖으로 새어나오지 못한다.

\"그럼 너에게 질식해 죽은 나는 돌아올거야.지금 이 순간,지금 이 때로.\"

영원한 소풍을 즐기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