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저자 guiltyfanfic

원출처 http://archiveofourown.org/works/5340062


* 골친상간 주의
* 항마력은 있는데 긴 글 읽기 귀찮으면 #1만 읽어도 된다.

* #1~#4 :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174019


just bros being bros

1부


#5


  그 날 이후 파피루스 곁에 있으면 어색하다.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대와, 생겨선 안 된다는 불안이 공존한다. 그냥 내버려두고 생각을 하지 않으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다. 시간이 흘렀다. 좀 많이 흘렀다. 꼬마 프리스크가 나타나 드디어 처음으로 괴물을 단 한 명도 죽이지 않고 해방시켜 주었다.

  샌즈는 꼬마에게 이번에는 리셋을 하지 말아 달라고 진지하게 부탁했다. 프리스크는 진심으로 이번 결말을 유지하고 싶은 것 같다. 누군들 안 그럴까? 완벽한 결말인데. 차라에 대해 알게 되고는 폐기된 시간선에서 몇 번이고 칼에 찔린 게 떠올라서 가슴이 철렁한다. 프리스크는 자신이 차라를 통제하고 있으니 괜찮다며 안심시킨다. 샌즈는 이번에는 프리스크가 LV를 올리지 않았으니 위험에 처할 때 대처하기가 훨씬 힘들 거라고만 한다. 프리스크는 충분히 알아들은 것 같다. 이번에는 다르다.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

  인간 세상은 지하 세계와 정말 다르다. 예를 들어, 금이 정말 귀하다. 샌즈와 파피루스가 방구석 소파 틈에서 찾은 잔돈으로 몇 달치 방세를 낼 수도 있다. 지상에 오기로 마음먹은 괴물들은 대개 돈 걱정이 없고, 가난한 괴물들은 아스고어에게 신세를 진다. 아스고어는 평생 써도 다 못 쓸 만큼 금이 많다.

  어느 쪽이든 직업은 필요하다. 파피루스는 에봇 시 어느 대학교에서 요리를 배운다. 알피스는 지상에 새 연구소를 내어 예전의 ‘진실’과는 전혀 다른 인간 과학을 연구하고, 샌즈는 한참을 설득 당한 끝에 거기 들어갔다. 타임머신은 스노우딘에 놔두기로 한다. 일단 잡생각 대신 집중해 볼만한 일거리가 있는 건 괜찮다. 보람도 있다. 가끔은 토리엘의 학교에서 과학 수업을 하기도 한다. 수업 시간 실험은 잘 되면 엉망진창이고 잘못 되면 요란하게 폭발하는데 아이들은 둘 다 좋아한다.

  그러나 파피루스 곁에 있으면 어색하다.

  파피루스도 어색한진 모르겠지만 겉보기에 그런 기색은 없어서 샌즈도 최대한 숨기려고 한다. 동생이 어깨에 손을 얹을 땐 아무 반응도 하지 않는다. 긴장하지도 않고 그 쪽으로 뺨을 기대지도 않는다. 식탁 아래서 긴 다리가 샌즈의 의자에 닿을 땐 자기 발이 파피루스의 부츠에 닿지 않고 그 사이 떠 있게 조심한다. 뭐 때문이든 유달리 상태가 안 좋은 날 집에 들어왔는데 파피루스가 소파에 있으면, 귀찮다며 피식 웃고 바로 방에 틀어박혀서는 밤새 잠들지 못한다.

  파피루스가 형 괜찮냐고 물을 때는 이렇게 대답한다.

  “안 괜찮아. ‘골’이 아파서. 뭐 별 거 아니니까 걱정 마.”





#6


  알피스랑 언다인네 집에서 영화 보는 날이다. 사실 영화는 아니고 오글거리는 애니를 본다. 지상에는 애니가 수없이 많다는 걸 알아낸 뒤로 알피스가 수집하는 애니도 어마어마하게 불어났다.

  “어, 나는 이 애니 완전, 완전 좋아. 주인공은, 어, 여자애긴 한데, 자기가 별로 여자 같지는 않다고 생각하는데, 근데 남자라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그, 그런데 엄청 비싼 거, 꽃병을 깨버려서 돈을, 비싼 꽃병 값을 물어내려고 호스트부에 들어가. 거긴 미소년이 엄청 많아.”

  알피스는 DVD 케이스를 들고 속사포처럼 설명한다.

  소파에 다 앉을 자리가 없어서 언다인과 샌즈가 양쪽 끝에 앉고 가운데에 알피스가 앉기로 한다. 파피루스와 프리스크는 바닥에 담요를 깔고 쿠션에 기대 앉았다. 파피루스의 머리가 샌즈의 무릎에 너무 가까운 것 같지만 샌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리를 바꾸지도 않는다.


  프리스크는 알피스를 보고 ‘기대돼요!’ 하듯 엄지를 세운다. 언다인은 여검사가 나오지 않는다고 툴툴거린다. 샌즈는 어깨를 으쓱하고, 파피루스는 호스트부가 뭔지 도통 알아듣지 못한다. 알피스는 DVD를 컴퓨터에 넣는다.


  “호스트만 들어가는 부서란 거야? 아니면 거기서 호스트 기술을 연습해? 이해가 안 가네.”


  “기생오라비 모임인가 보지.”


  언다인이 비웃고는 알피스가 소파에 앉자 연인의 허리에 팔을 두른다.


  “학교 부, 부서활동인데, 잘 생긴 남자애들이 어, 달달한 서비스를 해준달까?”


  알피스는 언다인에게 살짝 기대며 계속 설명한다.


  “녜헿! 나도 들어가야겠어!”


  파피루스가 고개를 젖히며 샌즈를 쳐다본다. 샌즈는 딴청을 피운다.


  “형 생각은 어때? 프리스크가 나한테 반할 정도면 당연히 다른 사람들도 다 반하겠지?”


  프리스크는 민망해 하며 고개를 돌리고 담요로 얼굴을 가린다.


  ‘나도 부끄럽다.’ 샌즈는 속으론 그렇게 생각하지만 말로는 어물쩡 넘긴다. “아마도.”


  “너흰, 너흰 같이 들어가도 돼! 이 애니에, 어, 쌍둥이 형제가 있는데, 걔네가 손님 더 모으려고 일부러, 서로, 음, 연애하는 척을 한다?”


  “세상에! 그런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프리스크가 해골 형제를 슬쩍 가리킨다. 언다인은 낄낄 웃는다.


  “그런 게 진짜 먹히면 너네 돈 좀 벌겠다.”


  샌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 행동 하지 않는다. 실수다. 파피루스가 대신 말해 버린다. 아니, 행동이 먼전가.


  파피루스가 손을 뻗더니 샌즈의 얼굴을 쓰다듬고 자기 쪽으로 살짝 당긴다. 샌즈가 눈이 휘둥그레지며 쳐다보자, 이번에는 엄지로 샌즈의 턱을 만지작거리며 음흉한 웃음을 짓는다. (녀석에게 ‘음흉한’ 구석이 있는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형, 기분이 어때?”


  목소리마저 은근하다. 동생이 이렇게 작은 소리로 말하는 건 들어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여서 소름 끼친다.


  멍하니 가만 있다가 어느새 다들 이 쪽을 쳐다보길래 파피루스의 손을 쳐내고 발버둥을 치다시피 빠져나왔다. 혈관도 없는 뺨이 화끈거린다니, 말도 안 된다.


  “싫어. 별로야. 미안한데 너어어어어무 어색해.”


  언다인은 알피스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프리스크는 입을 가린다. 셋 다 마구 웃고 있다. 그러나 파피루스의 얼굴은 딱딱히 굳는다. 샌즈도 미간을 찡그리며 왜 그러느냐고 물어보려는 차에, 언다인이 위풍당당하게 리모컨을 쳐들고 TV를 가리킨다.


  “관둬라, 관둬! 파티나 시작하자!”


  “오타쿠 파티, 출발.”


  알피스가 수줍게 끼어들지만 오프닝곡 소리에 묻혀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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