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홈이라 불리며 괴물들이 살아가던 땅이었으나, 이제는 폐허라 불리는 곳.

스노우딘의 한 구석, 그곳에서 폐허의 문을 바라보고 있던 한 소녀는 투구쓴 얼굴로 조용히 문을 바라보았다.

저 문이 다시 열릴날이 올까. 그가 듣기로는 아직 저 안에는 거미들을 포함한 다른 괴물들이 살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은 스노우딘의 추위를 이길 수 없는 괴물들이었기에, 이제는 살아가기 척박한 환경으로 변한 폐허에서 살아간다고.


'평화는 올까.'


물론, 지금 전쟁은 없었다. 인간들은 승리했고, 괴물들은 패배하여 지하에 갇혔다.

그러니 서로 싸울 일도 없다. 적어도 겉보기에는.

실제로는 괴물들은 여전히 싸우고 있었다. 이 가혹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것이 괴물들에겐 너무나 지루하고 끔찍한 싸움이었다.

하지만 아직 희망은 있다. 아스고어 대왕이 여섯 개의 인간의 영혼을 모았다. 아스고어가 영혼 일곱개를 모으는 순간, 괴물들은 풀려나리라. 자유의 몸이 될것이다.


그리고 평화를 위한 진짜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소녀의 생각에 괴물들의 행동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들은 아스고어가 일곱개의 영혼을 모으면 모든 것이 순조롭게 끝나리라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그보다 한 발 앞서 생각했다.

그들의 왕 아스고어는 인간을 죽였다. 그리고 그들의 왕은 인간들에게 전쟁은 선포했다. 당연히 결계 밖을 나가더라도 인간들과의 충돌은 불가피할 것이었다. 


"그래. 전쟁은 일어날거야. 그때를 대비해야 해."


폐허의 굳게 닫힌 문을 보며 혼자 중얼거리던 소녀는 발걸음을 돌려 스노우딘 마을로 향했다.

마을로 들어온 그녀는 언제나처럼 도서관에서 수업을 듣는다.


"이 글을 '이글루' 바꿔봐. 그럼 좀 나아질거야."


스노우 드레이크는 자신의 아버지를 따라하듯 농담을 던진다. 하지만 아버지에게 배운것은 개그에 대한 열정뿐인듯, 아버지와는 달리 그의 농담은 너무나 썰렁했다.


"야! 이게 안웃겨?"


그녀가 자신의 개그에 반응이 없자 스노우 드레이크는 펄펄 날뛰며 탄막을 쏟아내었다.

물론, 적의는 없는 단순히 장난식 탄막. 소녀는 그의 탄막을 불덩어리 모양 탄막 몇개로 대신 답했다.


"아뜨뜨뜨뜨뜨! 야! 아프잖아!"


소녀의 탄막에 얻어맞은 스노우 드레이크는 소녀의 탄막이 예상외로 아프자 화를 냈으나, 소녀는 그런 스노우 드레이크의 반응에 가볍게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고작 그 정도에 아파하면 나중엔 어쩌려고?"


"나중? 무슨 나중?"


스노우 드레이크는 소녀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표정을 지었으나, 소녀는 대답해주는 대신 주위 괴물들의 표정을 바라봤다.

역시 누구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여기는 사람은 그녀뿐이었다.

수업을 마친 그녀는 잠시 친구들에게 이 문제를 상의해볼까 고민도 해봤으나, 어차피 괴물들은 평화같지 않은 평화에 푹 젖어 있었다.

자신이라도 준비해야했다.

그녀는 수업을 듣지 않을때면 봉을 휘두르고, 파괴적인 탄막을 연구하며 보냈다.


"얘야. 잠좀 자야하지 않겠니?"


소녀의 부모님은 잠도 제대로 자지 않고 전투 훈련을 하는 그녀를 걱정하여 여러번 되물으나, 소녀는 부모님의 말을 듣지 않고 훈련을 계속한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자 소녀는 여인이 되었다.

예전에는 다른 괴물과 비슷한 덩치였던 그녀였으나, 오랜 훈련을 마치자 다른 괴물들은 난쟁이로 보일만큼 거대한 몸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훈련을 하던 그녀는 이곳에 왕실 근위대가 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뭐? 나랑 대련하자고?"


여인의 대련 신청에 도고는 껄껄 웃더니 자신의 칼을 들어올려 그것을 여인에게 휘두른다.

도고의 검과 여인의 봉은 맞부딫혀 금속이 비명을 내지르듯 마찰음을 내었고, 정신없이 움직이는 두사람의 움직임에 스노우딘의 눈은 흩어졌다.

도고는 움직이는 상대를 보지 못한다. 그걸알고 있는 여인은 고의적으로 몸을 움직이며 도고가 자신을 잘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고, 그 배려에 도고는 씩 웃으며 놀랍도록 빠른 속도로 여인에게 접근해 검을 휘두른다.

여인은 발을 굴러 불덩이를 만들어내 도고의 시야를 가리면서 그에게 접근, 더 육중한 자신의 체구를 이용해 도고를 들이받아 날려버리고 그가 있는 자리에 자신의 봉을 꽂았다.

하지만 도고는 날아간 순간 땅을 박차 하늘로 솟아올라 그녀의 공격을 피하고 두자루의 검을 교차시켜 그녀의 머리를 노린다.

그것을 확인한 여인은 봉을 회수해 자신의 얼굴을 막아 그의 검을 쳐내고, 공격이 막힌 도고는 날렵하게 착지해 다음 공격을 준비한다.

잠시의 대치 상황. 도고와 여인은 서로 먼저 공격하는 쪽이 반격당할 것이라는 것을 아는듯 눈치를 보고있었다.

결국 먼저 공격한 것은 여인쪽. 여인은 봉을 뻗어 도고를 노렸고, 그녀를 지켜보던 도고는 히죽 웃었다.


"아까부터 날 배려해준건 고마운데. 싸움이라는 건 허점을 이용할 줄도 알아야 하는거야."


여인의 봉이 바닥에 닿은 순간, 도고 역시 여인의 등 뒤에 착지했다. 이제 검을 뻗기만 하면 도고의 승리. 그는 웃는 얼굴을 유지한채 칼을 뻗었다.


"컥!"


하지만 여인의 봉이 바닥에 닿은 순간, 그녀의 뒤에는 새로운 봉이 솟아올라 도고의 복부를 가격한다. 그 일격에 도고는 검을 놓치고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고, 여인은 뒤돌아서서 주저앉은 도고에게 봉을 내밀었다.


"노렸어요."


"그… 그래……. 강하구나."


대련이 끝나자 도고는 개껌을 피우며 여인을 올려다보며 질문했다.


"그런데 이런 한적한 곳에서 그렇게 단련한 이유는 뭐야? 너도 왕실 근위대에 들어오려고? 뭐, 너 정도 실력이면 우리 근위대장에게 추천해줄 수 있어."


"아뇨. 왕실 근위대는 아니에요. "


그렇게 말한 여인은 워터폴쪽을 바라보며 가만히 생각에 빠졌다. 왕실 근위대라면 자신이 싸울 수는 있었다. 하지만 굳이 자신이 아니라도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괴물들이라면 자연히 왕실 근위대가 될터였다.

그러니 굳이 자신까지 왕실 근위대가 될 필요는 없었다.

잠시 생각하던 그녀는 이제 자신이 스노우딘을 떠나야할때가 왔음을 깨달았다. 이곳은 극한지대라는 것을 빼면 너무나 평화로운 환경이었다. 이런곳에서 자신의 뜻을 이루기란 쉽지 않을 것이었다.

하룻밤 집에서 머물던 그녀는 자신의 부모님에게 자신의 뜻을 밝혔다.


"…네가 정 그렇다면. 그러도록 해라. 잠도 잘 자두고."


"잠은… 아직 충분히 잘때가 아닌거 같아요."


여인은 그 말을 끝으로 짐을 챙기고 스노우딘을 떠났다. 그 와중에 그녀는 아론과 대련하고, 워슈아에게 탄막을 쏘는 법도 배우며, 몰드빅과 나란히 누워 세상을 이해했다.

그렇게 이동하던 그녀는 이동 중 근위대장의 집에 도착했다.


"느아? 대련? 그거 좋지!"


여인의 대련 신청에 근위대장은 신나게 웃으며 자신이 창을 만들어내 여인의 도전을 받아들인다.

결과는 여인의 참패였다. 근위대장은 그 어떤 괴물들과도 비교가 안될 정도로 강했고, 여인은 근위대장의 창을 여러차례 받아내기는 했으나, 그녀에게 제대로된 타격을 입히지도 못했다.


"괜찮은데? 근위대에 들어보는건 어때? 안그래도 핫랜드쪽을 지키던 근위대 숫자가 부족했는데."


그녀와 싸운 근위대장은 자신과 맹렬히 싸운 그녀가 마음에 든 듯 근위대에 영입을 제안했으나, 여인은 고개를 저었다.

눈앞의 근위대장은 강했다. 그녀가 근위대를 이끈다면 최소한 인간들과 전쟁이 일어나도 그녀가 이끄는 병력만큼은 패하지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만족하기에 근위대의 숫자는 너무 적었다.

더 많은 숫자가 필요했다.

근위대장과 헤어진 여인은 이번에는 핫랜드와 코어를 지나친 끝에 수도에 도착했다.


"외지인인가 보군 개골."


잠시 쉬기 위해 수도의 여관에 들어간 그녀를 맞이한 것은 프로깃과 흡사하게 생긴, 하지만 그보다는 사납게 생긴 개구리였다.


"넌?"


"나는 파이널 프로깃 개골. 그런데 외지인이 이런 술집에 찾아오면 환영식이 있다 개골."


파이널 프로깃은 그 말을 한 직후 입을 열어 파리모양의 탄막을 여인에게 날려보냈다.

여인은 직감적으로 그것이 인사를 위한 탄막이 아니라, 공격을 위한 탄막임을 알아채며 봉을 휘둘러 탄막을 쳐내고 하늘에 거대한 화염의 구체를 만들어내고 그곳에서 불꽃을 뿜어내어 파이널 프로깃을 노린다.


"감히 외지인이!"


조용히 탁자에서 술을 마시던 아스티그마티즘은 여인이 파이널 프로깃을 공격하자 분노하여 벌떡 일어났고, 그가 이 무리의 수장인듯 그가 분노한 기색을 보이자 다른 파이널 프로깃과 윔슬롯들이 여인을 둘러싸고 공격을 준비했다.

여인은 봉을 휘둘러 탄막을 쳐내는 동시에 화염의 구체에서 화염을 몰아치게 하여 다른 괴물들의 발을 잠시 붙잡아두고 아스티그마티즘을 향해 돌진했다.


"어딜!"


아스티마고즘은 탄막을 쏘며 반격했으나, 여인은 그의 탄막을 모두 튕겨내고 그에게 접근하여 봉을 앞으로 내밀었고, 그러자 주위를 둘러보던 아스티그마티즘은 다른 괴물들이 여인의 행동에 감명받은 모습을 보이자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내가 졌다."


"당신들은 다른 괴물들과 다르군. 왕실 근위대라도 들어갈 생각이야?"


여인은 파이널 프로깃과 윔슬롯의 공격이 다른 괴물들의 공격에 비해 공격적이고, 협동력 역시 뛰어난 모습을 보자 그들을 이끌던 아스티그마티즘에게 질문을 던졌으나, 그는 가볍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왕실 근위대는 무슨. 우린 그냥 이곳의 불한당일 뿐이야. 수도는 인구가 밀집되었잖아. 그래서 우리가 할일이 별로 없더라고. 그래서 일이 없는 우리는 먹고 살기 위해서 뭉쳤어. 그렇게 다른 가게들에 행패를 부려서 돈을 조금씩 받아내고 있었지. 딱 우리가 먹고살 수 있을 정도로만. 그나마 외지인이라면 털어도 죄책감이 덜하니까 오늘도 털려고 했다가 이렇게 된거고."


그의 말에 여인은 드디어 자신이 올바른 곳에 찾아왔음을 알아챘다.


"그보다 더 괜찮은 일이 있어. 내가 너희가 더 잘 싸울 수 있도록 훈련시켜줄게. 같이 싸우자고."


"싸워? 누구랑?"


"지금은 없지. 하지만 언젠가 우리가 필요한 날이 있을거야. 그때까지는… 용병으로 활동하면 되겠네."


"용병?"


아스티그마티즘은 여인의 제안에 잠시 고민하는듯 하더니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용병단은 조직되었다. 용병단은 이전 불한당들이 했던 짓과는 비슷하나, 이제는 왕실에 허가를 맡고 주위의 치안을 지키는 자경대 비슷한 조직이 되었다.

용병단의 세력이 커지자 용병단에 들어오려는 괴물들의 숫자는 많아졌고, 그 중에는 그녀와 같은 길을 걷고 있던 괴물들도 있었다.

그녀는 그 괴물들을 모두 환영하여 받아들이고는 앞으로 있을 싸움에 대비해 잠도 제대로 자지 않고 괴물들을 훈련시켰다.


"너 요새 피곤해보여."


그러던 어느날. 괴물들을 훈련시키고 있던 그녀의 앞에는 아스티그마티즘이 나타났고, 그의 걱정어린 말에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제대로 잠들때가 아니야."


"뭐, 네가 괜찮다면 어쩔 수 없긴 하지. 어쨌든 이건 중요한 소식이야. 메타톤이 우리에게 의뢰를 했어."


"의뢰?"


"그래. 이곳에 인간이 왔다고 하더라고. 그를 죽여달래. 어쩔까? 받아들일까?"


아스티그마티즘의 말에 여인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아스티그마티즘이 사라지자 그녀는 조용히 웃었다.

자신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마지막 인간이 이곳에 떨어졌다. 이제 그 인간을 아스고어에게 바친다면 전쟁은 시작될 것이었다.

그리고 그때는 지금 자신이 조직한 용병들이 큰 활약을 할 수 있을 것이었다.

생각을 끝마친 그녀는 인간을 죽이기 위해 무장했다. 인간의 공격을 막기 위해 제작한 육중한 갑옷을 입고 수도에서 새로이 제련한 자신의 무기 '굿모닝스타'를 집어들었다.


"굿 나이트."


그녀, 나이트나이트는 오랫동안 잠을 자지 못했으나, 피로를 느끼지 못하는 자신의 몸을 이끌고 코어를 향해 움직였다. 

인간과 싸우기 위해서.

그리고 이 모든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찾아온다면.

그때야말로 응당한 숙면을 취할 수 있으리라.




나이트나이트가 여자라고 칭해지는적이 있어서 본 문학에선 여자라고 설정! 어차피 단수인 몹도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