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우터테일 기반




아이는 산을 올랐다. 아무도 오르지 않는 산이었다. 오를 수 없는 산이었다. 산 꼭대기에는 버려진 기계가 있었다. 누군가는 그것을 보트 모양이라고 했고, 다른 누군가는 캡슐 모양이라고도 했으며, 또 다른 누군가는 작은 비행선 모양이라고 했다. 기계가 있는 정상은 허술한 노란 펜스로 둘러쳐져 있었다. 거기에는 귀신이 나온다고도 하고, 가까이 가면 폭발한다고도 하고, 혼자 가면 외계인이 잡아간다고도 했다. 소문의 벽은 점점 두터워져 산길을 막았다. 아무도 그 산에 오르지 않았었다.
동네 꼬마들이 아이에게 말했다. 가서 귀신이 있나 보고 와. 갔다 오면 증거를 가져와. 그럼 너도 노는 데 끼워줄게.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에게는 아무도 없었다. 그 산은 위험하다고, 꺼림칙하니까 가지 말라고 잡아줄 사람이 없었다. 흉흉한 산에는 산지기마저도 없었다. 불행히도.

아이는 거침없이 산을 올랐다. 소문의 다른 얼굴, 호기심이 아이를 밀고 이끌었다. 아이는 숨이 턱까지 차올라도, 발을 헛디뎌 넘어져도 계속 올라갔다. 아이가 산에 발을 딛었을 때만 해도 높게 떠 있던 해가 어느새 제 얼굴을 감추고 있었다. 그래도 아이는 계속해서 올라갔다.
아이는 낡은 노란 펜스를 들추고 몸을 숙여 들어갔다. 작은 아이에게 펜스는, 소문의 벽은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았다. 조금 걸어 들어가자 땅에 밑바닥이 살짝 들어가 있는 캡슐, 아니 로켓이 떠오르는 기계가 쓰러져 있었다. 아이는 주위를 둘러보며 귀신이나 외계인이 없나 살폈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뒤에는 멀리서 기계 쪽으로 돌을 던져 보았다. 폭발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이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증거로 가져갈 만한 것을 찾기 시작했다.
기계 몸통은 따진 통조림처럼 뚜껑이 열려 있었다. 그 안에는 아이의 작은 몸이 들어갈 만한 공간이 있었다. 미지와의 조우가 아이를 두근거리게 했다. 아이는 그 작은 공간에 몸을 눕혔다. 아이의 위로 저물어 가는 하늘이 펼쳐졌다. 누워서 보니 아이의 양 옆으로 많은 버튼들이 빽빽히 줄지어 있었다. 아이는 작은 손가락으로 자잘한 버튼들을 쓸어 보았지만 아무 반응도 없었다. 문득 이 버튼을 떼어가면 될 거라는 생각이 아이의 머리를 스쳤다. 아이는 손끝으로 버튼을 빼내려고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아이의 힘으로 기계에 단단히 박힌 것을 빼내기는 역부족이었다. 몇 번 시도하던 아이는 바깥에 떨어져 있던 잔해를 떠올렸다. 버튼보다는 그쪽이 훨씬 가져가기 쉬울 것이었다. 아이는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가려 했다. 아이는 일어나려다 작은 버튼들 옆의 빨간 버튼을 손으로 짚었다. 덜컹거리는 소리와 함께 모든 버튼에 일제히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놀란 아이가 머뭇거리는 사이에 입구는 자동으로 닫혀버렸다. 아이가 문을 두드리고 당겨도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쓰러져 있던 기계의 밑부분에 희미한 불꽃이 일더니 이내 크게 타올랐다. 불을 내뿜는 추진력으로 땅에 묻혔던 부분이 위로 떠올랐다. 알아들을 수 없는 기계음과 웅웅거리는 소리에 아이는 몸을 떨었다. 아이를 인도하던 호기심은 공포로 변해 아이를 통째로 집어삼켰다. 기계는 아이를 태운 채 천천히 공중으로 떠오르더니, 점점 속력을 더해 하늘로 치솟았다. 아이는 땅에서 더 이상 보이지 않을 만큼 멀어졌다. 한 차례 굉음이 지나간 후, 파인 흔적이 남은 땅에는 잔해만 뒹굴었다. 많은 이들의 호기심이자 두려움이었던 그것은 그렇게 사라졌다.

아이는 끝을 모르는 호기심이 초래한 이 상황에 눈물을 흘렸다. 진작 위험을 감지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의 눈물이기도 했다. 아이는 행선지도 정해지지 않은 이 여행이 두렵기만 했다. 저물던 하늘도, 창 밖을 가득 채우던 구름조차 사라져갔다. 아이는 로켓이라고 생각하기로 한 이 기계가 자신을 태우고 어디까지 갈지 가늠할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자 막연한 공포가 서서히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아이는 이제껏 본 적 없는 검은 풍경을 마주했다. 창 아래로 아이가 떠나온 푸른 별이 멀어져 갔다. 크고 작은 돌덩이들이 창에 부딪칠 듯 아슬아슬하게 스쳐갔다. 아이는 예전에 본 별 그림책을 떠올리려 애썼다. 수많은 빛이 아이의 눈앞을 지나쳐 검은 바탕과 함께 창을 수놓았다. 아이는 아까의 두려움도 잊고 풍경에 빠져들었다. 아이가 별 그림책을 통해 느꼈던 감흥을 가볍게 뛰어넘고도 남는 풍경이었다. 로켓은 더 이상 치솟지 않고 천천히 선회했다. 어린 왕자의 것처럼 작은 별, 아이가 떠나온 푸른 별을 너끈히 삼킬 듯한 거대한 별을 지나갔다. 별들의 향연을 지켜보던 아이의 눈이 스르르 감겼다. 아이는 조금씩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로켓은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듯 일정한 방향으로 비행할 뿐이었다.

아이가 잠이 들고도 한참 만에야 로켓은 어느 소행성에 안착했다. 땅에 내려앉은 로켓에서 쿨럭이는 소리, 덜컹거리는 소리가 났다. 닫혔던 문이 자동으로 열리더니, 마치 사명을 다했다는 듯 로켓의 전원이 꺼져버렸다. 잠든 로켓의 주위를 샛노란 꽃들이 감싸고 있었다.

* 그리고 당신은 눈을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