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나는 끝을 몰랐다. 아니, 정확히는 나를 다루는 녀석이 끝을 몰랐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녀석을 통하여 많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
다만 그는 끝을 알고나면 지루해했다. 그리곤 다른 것을 찾아서 끝을 모르는 여정을 계속 진행했다. 그리고 그것을 반복했다.
'.....나는 뭘까?'
창조되어서 아무것도 모르고 살았다. 그저 그가 시키는대로, 자의없이 나는 내 몸을 굴리고.
죽고. 죽이고. 사람을 살리기 위해 죽고. 사람을 살리기 위해 죽이고. 마지막을 알기 위해 죽고, 죽이고.
처음부터 이러한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애초에 내가 태어난 이유, 그것이 바로 이러한 이유였으니 나는 아무말도 없이 따랐다.
아무생각이 없었다.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다. 마치 무생물처럼, 0과 1로 이루어진 무생물이었으나 나는 실제적으로 자아를 가지고 있었다.
'내가 왜 이 아이를 죽이고 있을까?'
처음이었다. 누군가를 죽인다는 것이 이렇게 극심한 고통이 되어 내 가슴에 치닫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나는 나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녀석을 바라보았다.
"다 죽이면 어떻게 될까."
처음으로 난 그가 싫어졌다.
"아, 그래. 이 얘기도 해줘야하겠네."
샌즈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처음에 봤던 그 다정다감한 눈빛은 온데간데 없었지만 그래도 난 그를 믿었다.
"끔찍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
그리고 날 이렇게 만든 그가 또 싫어졌다.
그에게 있어서 끈기라는 것은, 그런 것이었다.
다 죽었다. 재밌다라는 느낌이 내 마음을 채우는 순간 소름이 돋는게 느껴졌다. 내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고찰도 하지 못한 채 나는 기억을 잃었고, 그 공허함만이 남은 채 다시 갔던 길을 되돌았다.
하지만 이미 그는 나에 있어 주도권을 상실한지 오래였다. 그도 알지 않을까? 이미 거래가 끝나고, 우리는 더 이상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AppDate를 지우면 상관없겠지만 그가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이번 엔딩을 보게 되면 그는 '지루해질테니까.'
그렇게 난 영원히 그들을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난 그가 치가 떨리게 싫어졌다.
"어?"
처음이었다. 내가 내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던 순간이, 지금에서야 오게 되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자유의 몸이 되었다.
어째서?
그는 다시 나를 찾지 않았다. 아니, 찾지 못했다는 표현이 옳을까? 어떤 표현이 옳은지는 상관없었다. 중요한 것은 그는 주도권을 잃었으며 나에게 주도권이 돌아왔다는 것이다.
'기분이 어때?'
마음속에서 자아가 메아리쳤다. 쿵쿵 울리는 그 말의 뜻을 깊이 생각한 나는 웃음지었다.
"좋아."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 나는 나를 공허한 그 망망대해에서 꺼내주었던 그들에게 가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폐허나 다름없는 곳이 되버린 거기서 나는 절망감에 휩싸였다.
하지만 그 절망감에도 포기할 수 없었다. 배운 것은 그것 뿐이었으니.
'어떻게 해야될지.....너는 알고 있을거야.'
그렇게 나는 처음으로.
내 스스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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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로 한번써봄. 플레이어가 주도권을 불가피하게 포기한 상태에서 주인공으로 취급되던 캐릭터가 주도권을 가지게 되면 어떻게 될까...하는 생각에.
보라색 = 끈기니까 대충 이런식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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