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폐허에 한 아이가 떨어졌다. 밝은 주황빛 머리카락에 파란 원피스를 입은 소녀는, 다행히도 폐허에 뚫린 구멍을 통해 들어오는 빛을 받아 자라난 꽃밭 위로 떨어져 다치지 않은 것 같았다. 같이 떨어진 인형을 안고, 아이는 멍하니 앞을 바라보았다. 동굴 속의 어두운 그늘이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침을 꿀꺽 삼키고, 아이는 동굴에 난 작은 길로 걸어갔다. 생각보다 길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이윽고 문 하나를 발견했다.
문을 여니 역시 어두운 텅 빈 복도가 나타났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계속 나아갔다. 뚜벅. 뚜벅. 하고 발소리가 벽에 메아리쳤다. 아이는 자기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렸다. 차가운 공기가 아이의 가느다란 팔을 스쳤다. 추위가 등을 타고 오르는 것을 느끼면서 계속 걸어가다, 갑자기 키 큰 무언가가 나타났다. 아이는 깜짝 놀라며, 자기를 내려다보고 있는 무언가를 향해 위로 올려다보았다.
“아, 무서워하지 마렴, 아가.”
날개 문양이 있는 로브를 입은, 귀가 크고 뿔 달린 생물이 웃으며 말했다.
“내 이름은 토리엘, 폐허를 관리하는 자란다. 떨어진 아이는 없나 매일 이곳을 둘러보고 있지."
그녀의 말투는 선생님처럼 친절했다. 그래서였을까, 로브에 수놓인 천사 같은 문양이 더욱 어울려 보였다. 그녀는 아이의 반응을 잠시 살피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네가 오랜만에 여기에 떨어진....... 아니야, 잠깐.”
토리엘이 멈칫했다. 아이는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토리엘의 표정이 당혹감으로 가득 찼다.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분명 그는 7명이면 충분하다고 했는데?”
헉 하는 소리를 내며, 토리엘은 두 손으로 자기 입을 막았다. 아이가 불안한 눈을 크게 뜨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고, 순간 토리엘은 방금 한 말을 아이가 듣지 못했기만을 바랐다. 그녀는 몸을 숙여 아이의 뺨을 어루만지며 아이를 안심시키려 했다. 그러나, 그녀의 눈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따라오너라 얘야....... 집으로 가자꾸나.”
토리엘은 아이의 손을 잡고 몇몇 가시투성이 함정을 건너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아이는 그녀의 집에 들어서자마자 동굴의 한기로 차가워진 몸이 조금씩 녹는 것을 느꼈다. 토리엘은 아이를 오른쪽 복도의 첫 번째 방으로 데려갔다.
“너의 방이란다. 맘에 들었으면 좋겠구나.”
방 안에는 세모난 무늬가 있는 예쁜 카펫과 푹신한 침대, 단순하지만 잘 짜여진 옷장이 있었다. 토리엘은 아이를 침대 위에 앉혔다. 통통 튀어오를 것처럼 푹신한 침대 위에 앉자, 산을 오르느라 지친 다리의 피로가 발끝으로 빠져나가는 듯했다.
“여기서 잠시 쉬고 있으렴. 배고프지? 잠깐만 기다리거라. 맛있는 파이를 만들어 줄게.......”
토리엘은 아이의 팔과 다리를 살피며 다친 곳은 없나 확인하고는, 방을 나갔다. 아이는 낯선 방에 홀로 남았다. 침대에 두 다리를 올리고는, 그대로 뒤에 놓인 베개 위로 풀썩 누웠다. 베개의 푹신한 느낌과 발을 받치는 솜이 꽉 찬 이불의 부드러운 감촉이 긴장을 누그러뜨렸다. 아이는 왼쪽으로 돌아누웠다. 눈앞에는 바닥에 놓인 커다란 인형 둘이 있었다. 자기를 바라보는 두 인형의 동그랗고 까만 눈이 아이는 무섭게 느껴졌다. 아이는 조금씩 울상이 되더니, 눈물을 흘렸다. 아이는 자기가 가져온 인형을 꽉 끌어안고는, 베개에 놓인 주황색 머리카락이 다 젖도록, 토리엘이 듣지 못하게 소리 죽여 울었다. 울다 지쳐서, 아이는 자기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버터스카치 파이 향이 부엌을 가득 채웠다.
* * *
얼마가 지났을까, 아이는 눈을 떴다. 자는 동안 뒤척였는지, 잠들 때와 달리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울다가 잔 탓에 코가 막힌 것이 느껴졌다. 아이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바닥에 발을 디뎠다. 바닥에는 접시에 세모난 모양의 버터스카치 파이가 놓여 있었다. 아이는 접시를 주워 와서 침대에서 오물오물 버터스카치 파이를 먹었다. 달콤한 맛이 파이의 바삭함과 버터의 부드러움 위로 느껴졌다. 너무나 맛있어서 아이는 눈을 감고 한입 한입을 입안에 머금었다. 온갖 멋진 미사어구를 붙여도 될 것 같은 파이였지만 아이의 생각으로는 정말 맛있다! 라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문 앞을 지나 거실에 가니, 토리엘이 편안해 보이는 의자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었다. 아이는 토리엘에게 다가가서 의자 팔걸이에 살며시 작은 손을 얹었다.
“벌써 일어났구나. 잘 잤니 아가?”
토리엘은 사랑스럽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뭔가 이상한 점을 바로 알아보았다. 토리엘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아이에게 물었다.
“아가....... 혹시 울었니?”
아이는 부끄러운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토리엘은 읽던 책을 내려두고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었다. 아이의 눈을 똑바로 보며 토리엘이 말했다.
“무슨 일이 있었니? 어디 아픈 데는 없니?”
아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떨어진 이후 처음으로, 말을 했다.
“물어볼 게 있어요.”
“뭐든지 물어보렴. 아가....... 그런데.......”
토리엘이 말끝을 흐렸다. 아이는 순수한 눈으로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토리엘은 뭔가 떠올리기 싫은 기억을 생각하는 것 같았다. 눈빛에 슬픔이 깃들었다. 토리엘은 슬프면서도 결연한 미소를 지으며, 아이에게 말했다.
“너도....... 여기서 나가는 법을 알고 싶은거니?”
아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토리엘은 순간적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자기도 모르게 아이를 끌어안았다. 작고 연약한 아이의 몸속에서, 심장이 뛰는 것이 느껴졌다. 토리엘에게 안긴 채로, 아이가 속삭이듯 말했다.
“달에 가는 법을 알고 싶어요.”
재업했군. 일단 개추
문학개추
날아가는 메타톤 타고 가면 되긋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