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184362&page=1&search_pos=&s_type=search_all&s_keyword=더스트테일이거 썼던 갤러임 오해없길바래..오...

 

 

벌써 누굴 몇 번이나 죽였는지 가물가물해졌다샌즈는 기억 저편의 옛일을 떠올리려 애썼으나 아무런 것도 생각나지 않았다죽여 버리는 것에만 집착했기 때문인가그래인간을 죽이려면 LOVE를 모아야지샌즈가 속으로 주억거리며 걸음을 옮겼다처음엔 죽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모두를 살리는 게 목적이었단 걸 샌즈는 과연 기억할까낡은 목적에 먼지가 쌓여 보이지 않는 건지도 몰랐다하기야 벌써 몇 번째로 인간을 죽이고 괴물을 죽인건지 모를 지경인데 당연한 일이었다.

 

 

저 앞에서 어떤 괴물이 숨을 할딱이며 뛰었다도망가는 꼴 좀 보라지꼬리뼈가 빠지겠어샌즈가 속으로 중얼거리며 힐끔 그 뒤통수를 바라보았다그 눈동자가 향한 곳에 가스터 블래스터가 빔을 토했다기세 좋게 토해진 빔은 괴물이 채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먼지로 바꾸어버렸다. ''때를 보여주기도 전에 죽어버린 괴물을 지루하게 바라보던 샌즈의 옆에서 파피루스가 정신 사납게 지껄이기 시작했다.

 

 

'대단한데물론 이 위대한 파피루스님보단 못하겠지만이제 폐허 앞에서 인간이나 기다려보자고녜헤헤!'

"좋아그 인간의 덜 자란 뼈를 박살내주지."

 

 

앞장서서 가는 파피루스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샌즈가 느릿하게 걸음을 옮겼다바람이 불었지만 파피루스의 스카프는 흔들리지 않았다스카프 밑으로 몸통도 없었다어라뭔가 이상함을 느낀 샌즈가 눈을 비비다 알아챘다맞아 내가 죽였지. ''때리네어느새 도착해 폐허의 문에 기댄 샌즈는 문을 타고 천천히 주저앉았다드디어 한숨을 돌릴 때가 된 것이다아무도 돌아다니지 않고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아서 그런지 세상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이 보였다나른한 오후였다어쩌면 아침일지도아니 밤이던가사실 알게 뭔가지하에 밤낮이 어디 있냔 말이다해도 없는데.

 

 

슬슬 문 너머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아마 곧 문이 열릴 것 같았다그러면 그 인간이 나오겠지나오자마자 죽여 버릴 거야샌즈는 공격을 준비하며 문에서 한 발짝 물러섰다샌즈의 기대대로 문이 열리고 인간이 나왔다.

 

 

"인간반가웠고 이제 그만 꺼질 시간이야."

 

 

인간의 발밑에서 뼈가 올라왔고 블래스터가 빔을 뿜었다인간은 처음엔 간신히 피하나 싶더니 몇 번 스친 것만으로 쉽게 죽어버렸다샌즈는 바닥에 아무렇게나 엎어진 인간의 머리를 걷어찼다그것만으론 모자란 듯 시체가 다 그슬리게 블래스터를 쏘질 않나 뼈를 마구잡이로 박아대기까지 했다.

 

 

"이렇게 약한 어린애한테 괴물 모두가 몰살당하다니 정말 골머리 빠지게 말도 안되는 일이야."

 

 

샌즈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오른손 손목을 들어 시계 보는 시늉을 했다.

 

 

"지금이 몇 시일까?"

'몇 시인데?'

 

 

환각이 되어서도 여전히 멍청한 파피루스가 샌즈의 손목에 시계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물었다샌즈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되돌아가는 시간."

 

 

그러나 세계는 고요했다.

 

 

'아닌가본데?'

"아님 말고좀 더 있다가 리셋할건가보지."

 

 

파피루스의 말에 샌즈가 무심하게 답하곤 뒤돌아 스노우딘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몇 발자국 가다말고 되돌아온 샌즈는 인간의 훼손된 시체에 서너 번 더 발길질을 하고 뼈를 박은 뒤에야 정말로 그 자리를 벗어났다.

 

 

-

 

 

리셋이 되지 않은 채 시간이 많이 흘렀다시계는 없지만 그것 하나는 알았다그동안 째깍거리는 소리가 마치 인간이 온다고 재촉하는 소리 같아 보이는 족족 부쉈던 일이 후회되는 찰나였다샌즈는 이제 지루해지기 시작했다누워있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더 이상은 게으름을 부릴 만한 건덕지조차 남아있지 않았다파피루스와 시답잖은 대화도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죽일게 없어진 샌즈는 발에 채이는 풀이나 버섯을 밟아 뭉개버렸다그 일에 재미라도 들린 건지 뭐든 발에 채였다 하면 밟아 으깨고 죽여 버렸다미약한 생명을 움틔우던 식물들이 애꿎게 죽음을 맞았다.

 

식물 다음으로 걸린 것은 달팽이였다달팽이를 발로 밟거나 소금을 뿌리거나 물에 담가버리는 기행을 저지르기 시작했다샌즈는 굳이 수고스럽게 살아있는 달팽이를 잡아서 핫랜드에 던져버리는 짓도 서슴지 않았다샌즈는 신발 밑창이 진액으로 흥건할 때까지 달팽이를 학살했다아마도 LOVE가 올랐을 것이다.

 

 

더 이상 밟을 달팽이가 없자 샌즈는 먼지가 쌓인 곳을 걷어찼다먼지가 안개처럼 피어올라 샌즈의 눈구멍과 콧구멍에 파고들었다생전 못 다한 복수라도 하려는 듯 두개골 속을 맴도는 먼지가 집요했다콜록대며 기침을 한 샌즈가 먼지에 침을 뱉으며 먼지가 된 괴물을 두 번 죽일 기세로 발길질을 했다.

 

 

어쨌거나 시간은 너무나 잘 갔다얼마나 흘렀는지도 모를 정도였다지겨울 정도로 자고지겨울 정도로 산책하고지겹게 모든 것을 죽였다마침내 남은 생명이라곤 자신 뿐일 지경까지 왔다.

 

 

바빴던 시간은 어느새 예전이고 넘치는 시간 속에 파묻힌 기분이 들 지경이 되자 샌즈는 생각에 빠지기 시작했다워터폴의 물소리가 어지럽던 머릿속을 차분하게 만들었다드디어 내면을 바라볼 시간이 생긴 것이다샌즈는 가만히 앉아 텅 빈 두개골속의 소리에만 집중했다내가 왜 이러고 있지난 왜 모든 괴물을 죽였지몇 번이나 죽인 걸까착했을지도 모르는... 한때는 유쾌한 친구였을 지도 모르는 자신의 모습도 보였다사소한 것들이 먼저 떠오르고 묵직한 생각이 속을 아프게 긁으며 떠올랐다.

 

 

만약 인간이 시간을 되돌리지 않는다면?

 

 

어쩌면 샌즈가 가장 회피해오던 생각일지도 몰랐다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이 느껴졌다땀구멍은 없지만 식은땀이 흐르는 기분이 든 샌즈는 불쾌함을 지우기 위해 물에 발을 휘저었다차분한 수면이 흔들리며 거기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일그러졌다일그러진 저의 모습이 끔찍하게 보였다샌즈는 발을 굴러 수면을 어지럽게 만들었다그럴수록 자신의 모습은 더더욱 일그러졌다하지만 먼지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비쳤다그것이 분했다.

 

 

샌즈는 재빨리 물에서 빠져나왔다물 묻은 손뼈로 옷을 털었지만 털면 털수록 먼지가 더 많이 나왔다점퍼 안에 든 것이 솜이 아니라 먼지인 것 같았다분노가 광기로 바뀌어 눈동자가 벌겋게 타올랐다후드를 꾹 눌러쓴 샌즈가 잰걸음으로 워터폴을 빠져나왔다.

 

 

스노우딘으로 돌아온 샌즈는 아무데나 뼈를 박고 블래스터를 쏘았다먼지만 보면 발길질을 해서 흩뜨려놓았고보이는 초소를 전부 분질러놓았다그래도 풀리지 않는 속에 남의 집에 불을 지르는 짓까지 마다하지 않았다그리곤 폐허 입구에서 썩어가는 인간을 걷어차며 되돌리라고 비명을 질렀다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샌즈의 광기는 점점 더 타올랐다.

 

 

안 그래도 자신이 망가뜨린 지하는 이제 흔적조차 사라지고 있었다.

 

 

샌즈는 마침내 그릴비의 간판을 떼어다 부수고 건물에 불을 질렀다은연중 꽤 아끼던 곳이었으나 이젠 아무래도 좋았다샌즈는 친구가 없다메마른 바람이 불길을 부채질해 불꽃을 키웠다주황빛의 따듯한 불이 활활 타오르다 더는 태울 것이 없자 꺼졌다마치 그릴비의 최후처럼그가 마지막에 어떤 표정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마지막엔 억소리도 못 내고 죽었으니까.

 

 

다 타버린 건물 터에 주저앉은 샌즈가 허탈하게 웃었다결국 이게 자신의 현실이었다먼지를 뒤집어쓴 별것 없는 뼈다귀모두를 죽인 살인자죄악마저 무뎌질 정도였다눈앞에 자신이 죽인 모든 이들의 마지막 표정이 스쳤다잡몹들친구들심지어는 파피루스까지죄악이 척추를 타고 오르는 느낌은 이미 무뎌진지 오래였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죄악이 척추를 파이도록 긁으며 척추를 기어 올라왔다.

 

 

샌즈는 즉시 발을 옮겨 집에 갔다대들보에 줄을 튼튼하게 맸다파피루스가 뭐라고 말하는 게 귓구멍에서 윙윙댔으나 아득하게 들렸다샌즈는 처음으로 눈앞의 파피루스가 제발 사라져줬으면 하고 바랬다.

 

 

샌즈는 의자를 밟고 올라가 목을 매달았다.

 

 

목뼈가 밧줄에 걸렸다체중과 중력이 그를 아래로 당겼으나 줄은 튼튼하게 걸려있었다샌즈는 괴로움에 몸부림쳤다.

 

 

그러나 아무도 오지 않았다.

 

아니다. 파피루스가 있었다.

 

 

환각에 불과할 파피루스는 평소 본적 없는 표정으로 샌즈의 눈앞에서 그를 들여다보았다켁 하고 목 졸린 소리를 내는 모습부터 팔을 휘저으며 침을 질질 흘리는 모습끝내 죽어가는 모습까지 지켜본 파피루스가 마침내 사라졌다.

 

 

 

그리고 아무도 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