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mQT6A
※ : 남캐는 걍 전형적인 똑똑한 척 / 냉정한 척 하는 착한 열혈 바보다. 라고 생각하고 읽으면 됨.
휘이익~ 휘이익~ 휘이익~
핸드폰이 연속적으로 휘파람을 불며 메시지의 도착을 알린다.
『어..지금 어디야?』
문자에도 그녀의 내성적이고 수줍은 성격이 그대로 드러났다.
얼굴을 붉히고는 문자를 썼다 지웠다 하는 모습이 그대로 머릿속에 상상된 난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짜증나는 성격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성격이 취향인 사람도 있는 법.
나는 가볍게 답장 메시지를 또닥거렸다.
『카페임. 메뉴 시켜놓고 음악 들으면서 기다리는 중. 몸만 오시면 됩니당.』
『그렇구나.. 금방 갈게!』
『오-케이』
오늘은 그녀와 카페에서 데이트를 하기로 한 날이었다.
내성적이고 자신감 없는 성격의 그녀였기에 일부러 한적한 분위기의 조용한 카페에, 바람이 잘 드는 창가의 자리로 골랐다.
사람들과 북적이고 있는 것보단 조용한 분위기에서 단둘이 마음 편하게 있는 것이 서로 좋으니까.
사실 가장 안 북적이고 조용하며 단둘이 있을만한 곳을 알고 있기는 하지만.. 대놓고 말하기는 부끄러운 그런 곳이니.
.....
먼저 시켜놓은 메뉴 중 내 몫인 아메리카노를 가볍게 빨아마시며 잡생각을 털어냈다.
그녀 몫의, 김이 오르는 메이플 넛 브레드와 카페라떼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 이런 카페는 처음이라고 했던가.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는데..
다행히 메뉴가 식기 전에 '그녀'가 수줍은 표정으로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보통 인간'이 들어올 줄 알았던 사람들의 시선이 가볍게 꽂혔다.
나는 재빨리 손을 흔들어 그녀가 그 시선을 의식하기 전에 내가 어디에 앉았는지를 알렸다.
"아아- 여기야 여기.'
"어.. 아, 안녕! 거기 있었구나.."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재빨리 내 앞의 빈 자리로 향했다.
인간과는 다른 생김새, 살짝 공룡과 닮은 그녀의 모습은 확실히 조금 눈에 띄는 모습이었다.
귀여운 땡땡이 드레스를 걸치고, 안경을 쓰고, 뒤에는 살짝 두껍고 짧은 꼬리가 튀어나와 있다.
톡 튀어나온 코와 드러난 앞니와 분주하게 주변을 살피는 눈동자는 소심해 보이는 인상을 준다.
그녀의 이런 모습은 분명히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보호욕구를 크게 자극하는 매력이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포크를 건넸다.
"식기 전에 맛좀 봐. 이거 되게 맛있어."
"오, 이, 이런 건 애니에서나 본 건데.. 실제로 보니까 뭐랄까.. 예쁘고 달콤해 보이는데.. 정말 먹어도 돼?"
"응, 여기 선불제라서 먼저 계산 다 했는걸."
"고, 고마워. 그러면.."
그녀느 메이플 넛 브레드의 귀퉁이를 포크로 눌러서 떼어낸 후, 조각을 떠서 입에 넣었다.
입가에 미소가 퍼지는 걸 보니 다행히도 입에 맞는 모양이다.
"커피도 좀 마셔."
"응, 응."
알피스는 커피를 살짝 빨아마시고는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굉장히 평범한 주말의 일상이지만 인간들과는 다른 종족인 '괴물'들이 이런 일상을 즐길 수 있게 된 건 정말 얼마 되지 않았다.
우리의 선조가 둘러놓은 결계가 부서지고 괴물들이 산의 지하에서 풀려나오고 난 후, 괴물의 왕과 인간의 대통령은 협정을 맺었다.
'인간과 괴물은 서로 동등하며 상호에 침해할 수 없는 천부인권적 권리를 가지고 서로의 행복 추구를 위해 노력한다.'
정도로 요약되는 협정이었다.
지금 생각해봐도 정말 개념 넘치는 협정이었다고 생각한다. ..
봉인놀이 하던 시절의 인간들과 지금 인간들은 확연히 다른 지성과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것을 보여줬다고나 할까..
물론 어디에나 그렇듯 서로를 차별하고 증오하며 틈만 나면 괴롭히려고 하는 것들은 인간에게나 괴물에게나 있지만..
꾸준한 사회적 운동과 시간의 흐름을 통해 간극을 좁힐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진다.
나처럼 이렇게, 이종족 이성 친구를 사귄 사람도 굉장히 늘어났고 말이다.
그녀와의 첫만남을 생각하며, 난 아메리카노를 들이켰다.
딱 봐도 연약해보이는 그녀를 핍박하던 인간들을 신나게 걷어차고는, 그 상황에서 구해다가 집에 데려다 준 게 시작이었지.
지금 생각해보면 무슨 활극도 아니고 원.
"어.. 여기 뭐랄까, 분,분위기가 굉장히 차분하네.. 조용하고.."
"북적북적한 곳은 부담스러워 할 것 같아서. 인간 세계의 카페는 처음이라고 한 것도 있고."
"맞, 맞아.. 씨끄러운 곳은 좀.. 그래.. 말하기도 힘들고..배려해줘서 고마워."
"뭘, 이 정도는 챙겨야 멋진 남자라고 할 수 있지."
반농담처럼 툭 던진 말에 그녀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난 무심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모양은 다르지만 온기는 똑같은 머리의 느낌이 손에 와닿는다.
"와, 와와, 와와와.."
당황하던 그녀였지만 단순한 스킨십이라는 것을 깨달았는지 곧 얌전해졌다.
그녀가 워낙 부끄러움이 많아서 난 대담한 것 같은 건 선택지에서 살짝 밀어두고,
손잡기라던가 쓰다듬기 같은 가벼운 스킨십만 하고 있었다.
무리해서 더 진도 나가고 싶은 생각은 딱히 없었으니 상관없었다.
그렇게 잠시 머리를 쓰다듬던 손을 떼자 그녀의 얼굴에 가볍게 홍조가 돌았다.
내 몫의 빵을 한 조각 떼어 먹은 후 나는 말을 꺼냈다.
"그래서, 요번 주는 어떻게 보냈어?"
"으...으음.. 뭐 늘 똑같지.. 뭐..헤헤.."
그녀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돌리며 얼굴을 붉혔다.
"또 폐인 생활했구나? 정말이지.. 몸은 괜찮아?"
"으,응, 걱정해준 덕분에.."
"조금 걱정된다니까. 물론 내가 운동을 과하게 좋아하는 면도 있다는 건 인정하지만.. 가끔은 움직여줘야하지 않겠어?"
괴물과 인간의 신체구조가 선천적으로 매우 다르다는 것은 상식이었고 인간들의 건강개념이 괴물들과 다르다고는 해도,
생명체로써 폐인 생활은 몸에 좋을래야 좋을 수가 없었기에 나는 늘 걱정이 들었다.
나처럼 아예 취미를 운동으로 바꾸는 것을 바라지는 않았지만.. 가벼운 뛰기 정도는 주기적으로 해줘야 하지 않을까.
"으..응..그렇지.. 미안.."
그녀는 가볍게 풀이 죽은 것 같았다.
난 황급히 분위기를 수습했다.
"아, 아니 미안할 건 없어. 강요하는건 아니니까. 에쿠쿠, 괜히 말해서 미안하다. 니가 알아서 잘 할 텐데."
"어,어,아니야, 나도 네가 날 걱정해주는건 잘 알아.. 그저 알면서도..그..내가..실천을..안 해서..미안.."
잠시 말이 끊기고 어색한 공기가 서로의 사이에 가볍게 맴돌았다.
쪽쪽-하고 커피를 빨아마시는 소리와 접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난 분위기 타파용 필살기를 꺼내들었다.
"그래서, 요번 시즌에는 어떤 애니메이션이 볼만했어?"
"으, 응? 으음.. 역시.. 그게 제일이었지."
그녀와 가장 잘 통하는 주제인 애니메이션이었다.
사실 별 관심은 없었는데, 그녀와 통하기 위해서 몇 편 보다보니 이게 또 남심을 자극하는 작품도 있어서..
심도 있게 빠지지는 않았지만 거부감도 없는 편이었다.
가끔 그녀에게 내 취향의 만화를 추천받아서 보기도 하는데, 대부분은 내 취향과 꼭 맞춘듯 잘 맞았다.
그녀는 언제 소심했냐는 듯 즐겁게 웃으며 대화의 캐치볼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역시 남자의 로망은 드릴.."
"빨갛고..크고..빠르고.."
"오버 리미트 장면은 늘 피가 끓고.."
우리는 한창 화제가 된 로봇 애니메이션의 이야기에 열을 올렸다.
남심을 자극하는 디자인과 크고 아름다운 드릴 등의 요소가 서로에게 준 느낌을 이야기한다던가.
장난감이니 싸겠지? 라고 생각해서 피규어 같은 것의 가격을 보았는데 예상 외로 뜨악하게 비싸서 놀랐다던가..
온갖 이야기의 화살이 애정을 품고 서로의 과녁에 꽂혔다.
그녀는 역시 이 분야에는 전문가라서 장난감이 비싼 이유라던가 얽힌 이야기 등을 나도 이해하기 쉽게 풀어주고 있었다.
가끔 바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인 나에게는 이런 상세하고 청자를 배려한 설명이 딱 맞았다.
"그렇구나. 비쌀 만 하네."
"그, 그렇지. 아무래도.."
"그런 비싼 걸 잔뜩 가지고 있다니.. 너, 대단해.."
"에헤헤, 냥냥 말이구나.. 그, 그거 사려고 여러모르 노력을 많이 했지.."
"그래도 밥은 굶으면 안 돼. 혹시 꼭 사야 하는데 정 안 될 것 같으면 나 불러. 도와줄게. 알았지?"
"알, 알았어.. 에헤헷.."
난 가볍게 웃는 그녀를 한번 더 쓰다듬어 주었다.
어느새 빈 커피통과 접시는 잔향만을 남기고 있었다.
다행히도 입맛에 꼭 맞은 모양이다. 다음에 또 와야지.
"슬슬 일어날까? 산책도 할 겸.. 걸으면서 또 이야기하자."
"아아, 응. 가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손을 가볍게 잡았다.
그녀 또한 내 손을 꼭 쥐었다.
비록 종족은 다르지만 따뜻한 건 같았다.
"하아~ 날씨 좋다. 햇살도 안 따갑고.."
"그, 그러게. 태양은 참, 언제 봐도 예쁜 것 같아.."
난 그녀가 아파하지 않도록 손을 살짝 쥐고 느린 발걸음에 맞추어 걷고 있었다.
산들산들 봄 바람이 우리를 스치고 지나가고,
따스한 햇살과 피어오르는 풀빛 새싹들이 눈에 들어온다.
길가에 심어진 벚꽃나무에 매달린 꽃망울들이 곧 피어나려는 듯 한껏 힘을 모으고 있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벚꽃도 피고.. 한껏 봄 기분 나겠네.."
"벚,벚꽃?"
"왜, 그.. 그러니까.. 만화에서 보면 분홍색으로 막 날리는 꽃 있잖아. 그거."
"오, 그게 여기에도 있어? 굉, 굉장하다..."
"피면 더 굉장해. 나중에 필 때 또 오자."
"그, 그래.."
사소하지만 행복감이 조금씩 차오르는 잡담이 오간다.
이런 사소한 순간을 얻기 위해서 그녀와 그녀의 동족들은 얼마나 노력을 했을까.
와닿는 따스한 햇살조차 꿈에서나 볼 수 있었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 이 작고 매력적인 괴물 아가씨를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그녀가 끝없이 일에 매달리며 자신을 태우고도 원하는 결과는 커녕 실패와 죄책감만 끌어안았다는 걸 알기에.
발목에 매달린 죄책감을 조금을 줄여주고 싶지만, 역시 쉽지는 않다.
난, 바보니까.
나는 쥔 손을 가볍게 놓고 그녀의 어깨에 가볍게 손을 올리고 살짝 내 쪽으로 끌어안았다.
그녀가 당황하는 것이 느껴진다.
"으와, 와와으와?!"
왠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것 같다.
몸을 밀착하고 있으니 작은 몸이 더욱 부각되어 느껴진다.
"갑, 갑자기 이러면.. 놀라서.. 으와.."
"아니, 왠지 조금 더 붙고 싶어서."
"싫..싫지는 않지만."
다행히 그렇게 거부감을 느끼는 것 같지는 않았다.
적응을 하고 나니 몸의 떨림이 조금 멈추고, 오히려 그 쪽에서 파고드는 것이 느껴진다.
여름이였다면 더웠겠지만, 아직 봄이라서 체온이 따듯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살짝 말랑말랑한 살의 촉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운동 좀 해야겠는걸."
"으,응?"
"아, 아니야."
살짝, 다리를 꼬집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아야.
그녀를 바라보니 딴청을 피우고 있다.
조금은 날 닮아가는 걸까 라고 생각하니 왠지 웃음이 나왔다.
아, 그래도 닮으려고 꺾기라던가 유술 같은 건 안 배웠으면 좋겠다.
호신술이라면 몰라도,
"음, 시간 나면 호신술이라도 가르쳐줄까?"
"호, 호신술?"
"왜.. 그 맨손으로 괴한의 팔을 뒤로 꺾는다던지.."
"에,에엑.. 그런건.. 나, 난 그런거 못 해.."
"그래? 하긴 못해도 상관없지. 네가 그런거 하기 전에 내가 지켜주면 되니까."
"지..지켜.."
그녀의 얼굴이 다시 붉어졌다.
정말이지 이렇게 일일히 반응하는 것을 보면 일부러 여러가지 액션을 취해보고 싶어진다.
어떤 것에는 어떤 반응 하고, 하나하나 적어보고 싶달까.
난 일부러 가벼운 허세가 섞인 유쾌한 오버액션을 보여주며 말했다.
"그래, 우리 공주님은 내가 지켜야지. 누가 지키나.. 안 그래? 어느 놈이 달려들거든 뽀각 꺾어버려야지."
"공..공주.. 에헷.. 내,내가..공주.."
"부끄러워하는것좀 봐, 아주 귀여워서 미치겠다니까."
"..에헤헤헤..."
그녀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어 주었다.
받는 사람도 주는 사람도 기분 좋은 애정이 졸졸 소리를 내며 흐르는 것 같았다.
맑은 시냇물처럼, 모래시계의 고운 모래처럼.. 부드럽게.
.......
"..행복하다."
"..으..응."
"앞으로도, 쭉 이렇게 지내자."
"그, 그래.. 앞으로도.. 쭉..쭉!"
쪽.
난 그녀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행복을 약속하는 맹세의 뽀뽀였다.
알피스의 얼굴이 터질 듯이 붉게 물들었다.
님아 공룡박이 하쉴???
ㄴ 전 이미 언다인한테 영혼계약까지 맺어서요
눈시울이 뜨거워지는건 기분탓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