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은 눈을 비비며 천천히 일어섰다. 당신이 이곳에 오며 봤던 검은 하늘이 그림의 배경처럼 당신이 선 땅을 둘러싸고 있다. 내딛은 당신의 발 아래로 노란 꽃들이 피어있다. 당신은 꽃을 최대한 밟지 않으려고 조심조심 걸었다.
문득, 당신은 산을 쉬지 않고 오를 때처럼 숨이 찬 것을 느꼈다. 아마 먼 길을 오느라 피곤해서일 것이다. 당신은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며 호흡을 고르고 앞으로 걸어나갔다. 검은 하늘에 뜬 수많은 별빛이 물결처럼 당신을 따라 흘러오는 것 같다.
당신은 길을 따라 걸어갔다.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숨이 차는 것 같아 당신은 천천히 걸었다. 저멀리 반짝이는 빛이 깜빡거리고 있었다. 당신은 더 가까이 다가갔다. 마치 둥근 공이 빛을 내는 것처럼 보였다. 둥그런 빛 안쪽으로 눈과 입이 보였다. 당신이 눈을 비비고 다시 봐도 정말 눈과 입이 있다.
\"반가워! 내 이름은 트윙키. 노란 별 트윙키야!\"
* 심지어 말까지 한다는 사실에 당신은 놀랐다. 자신을 트윙키라고 소개한 별은 당신을 훑어보았다.
\"흐음...... 너 이 우주는 처음인가 보구나, 그렇지?\"
* 당신은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이런, 정말 정신 없겠네. 이곳이 어떤 곳인지 작고 힘없는 나라도 알려줘야겠네. 준비됐니? 간다!\"
* 당신은 빠른 트윙키의 말에 더 정신이 없어졌다. 그때, 당신의 가슴 위로 붉은 빛이 두둥실 떠올랐다. 이내 그 빛은 선명한 하트 모양으로 변했다.
\"하트 모양이 보이지? 저게 네 영혼이야. 네 존재의 정수지!\"
* 당신은 \'정수\'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궁금했지만, 쉴 새 없이 이어지는 트윙키의 말에 끼어들 수가 없었다.
\"네 영혼은 약하지만, LV를 많이 올리면 강해질 수 있어. LV가 뭐냐고? 바로 LOVE지, 물론! LOVE가 좀 필요한 것 같은데, 그렇지?\"
* 당신이 미처 대답하지도 않았지만, 트윙키는 설명을 이어가며 말할 틈을 주지 않았다.
\"걱정하지 마, 내가 좀 나눠줄게! 여기 세계에선, LOVE를 작고 하얀 \'친절 알갱이\'로 서로 나누지.\"
* 트윙키의 뒤로 작고 하얀 알갱이들이 나타났다. 당신은 언젠가 동네 아이들을 따라 들어갔던 오락실을 떠올렸다. 당신이 구경했던 게임에서 적 비행선이 뿅뿅 소리를 내며 쏘던 것이 생각났다. 거기에 맞으면.......
\"준비됐어? 움직여! 친절을 최대한 많이 받는 거야!\"
* 당신은 날아오는 알갱이를 피했다. 그냥 그래야 할 것만 같았다. 알갱이는 당신을 지나쳐 날아갔다.
\"이봐 친구, 놓쳤잖아. 다시 해보자구. 알았지?\"
* 또 알갱이가 날아왔다. 당신은 또 피했다.
\"장난 치는 거야? 너 무뇌아니? 달려, 가라고, 저, 총알로!\"
* 총알? 당신의 눈이 번쩍 뜨였다.
\"아, 아니 저, 친절로!\"
* 이상한 느낌이 당신을 휘감았다. 그 순간, 또 다시 날아온 알갱이가 당신의 하트를 맞추고 말았다. 당신은 세게 밀쳐진 것처럼 뒤로 넘어져버렸다. 넘어지면서 찧은 부분만이 아니라 온몸이 아파왔다.......
\"후우, 성가신 녀석 같으니라고.\"
* 트윙키의 표정은 첫인상과 딴판으로 무섭게 변해 있었다. 트윙키는 입꼬리를 찢을 듯이 웃으며 당신을 바라보았다.
\"이 세상에선 죽이지 않으면 죽는 거야. 누가 이런 기회를 내다 버리겠어?!\"
* 흰 알갱이가 당신의 주위를 빈틈없이 에워쌌다. 당신이 피할 곳은 없어 보인다.......
\"죽어.\"
* 흰 알갱이가 당신에게 다가오자 당신은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 이상하게 아무 느낌이 들지 않아서 당신은 눈을 떴다. 당신을 포위했던 알갱이들이 보이지 않는다.
\"어, 이, 이게 어떻게..!\"
* 갑자기 어디선가 불덩이가 날아왔다!
\"으악!\"
* 트윙키는 불덩이에 맞아 멀리 날아가버렸다. 당신은 어리둥절한 채 여전히 움츠려 있었다.
\"괜찮니?\"
* 당신의 앞으로 하얀 두 발이 다가왔다. 무언가 푹신한 손길이 당신의 머리에 닿았다. 당신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어머, 미안해 아가야. 많이 놀랐겠구나.\"
* 다정한 목소리와 따뜻한 미소가 당신을 반겼다. 그 바람에 흰 털과 머리에 난 뿔이 무섭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런 가여운 어린 아이를 괴롭히다니.......\"
* 희고 부드러운 손길이 당신의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주었다. 당신의 긴장이 서서히 풀어졌다.
\"난 토리엘이란다. 여기 폐허를 관리하고 있어. 떨어진 아이는 없나 매일 이곳을 둘러보고 있어. 음, 여기까지 오는데 힘들지 않았니? 숨이 찬다던지.......\"
* 당신은 갑작스러운 상황과 두려움 탓에 잊고 있었다. 급하게 심호흡을 하는 당신을 보며, 토리엘은 무언가를 내밀었다.
\"이걸 쓰면 괜찮을 거야.\"
* 유리알 전구처럼 매끈한 헬멧이었다. 동그란 어항을 엎어 놓은 것 같기도 했다. 당신의 머리가 쏙 들어갈 정도로 넉넉한 크기다. 당신은 우주비행사들의 복장을 떠올렸다. 헬멧을 쓰자 숨쉬기가 편해졌다.
\"네가 오랜만에 여기에 떨어진 첫 인간이로구나. 이리 오렴, 폐허를 구경시켜줄게.\"
* 토리엘은 당신을 데리고 안쪽으로 향했다. 그녀의 친절 덕분에 조금 전의 충격이 서서히 가시는 듯했다. 당신은 그녀를 따라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퍄퍄 글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