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롱이와 주혜와 어른들 몰래 버려진 뒷산의 폐가로 가보자 한게 바로 몇시간 전 일인데, 지금 그녀는 폐가의 무서운 유령은 커녕 가도 가도 을씨년스런 분위기만 내뿜는 겨울철날의 헐벗은 나무들밖에 보질 못했다.


시작은 간단했다, 언제나처럼 초롱이가 시작한 일이었다. 주혜의 겁많은 성격을 놀리다 발끈한 주혜의 한 마디, \'난 용감하다\' 가 시발점이 되어 사건을 터뜨렸다. 옛적에 그들의 양부모 두리에와 아순고가 들려준 통칭 무서운 이야기, -랄까 진상은 그저 4차원적인 아저씨가 살 뿐이지만- 를 어린 그와 그녀들은 아무래도 너무 진지하게 이를 들어버렸던 것이다.

열 두시경 즈음 모두 뒷 산 문턱에 모여 함께 산을 오르자 했던가, 아무렴, 그럴것이다. 하지만 숙구는 시간을 썩 잘 지키는 편은 아니었던 모양인지, 그녀가 눈을 떴을때 옆자리는 텅 비어있었다. 초롱과 주혜는 자리를 뜨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던 것 이다. 쓸쓸한 적막감이 방안을 맴돌았다.

숙구는 그들을 좇자 생각하며 의지를 다졌다. 근처의 떨어진 나뭇가지를 지팡이 삼고 데일벤드인가 하던 고것을 주머니에 꾹꾹 넣었으니 이것이 그녀의 준비의 전부였다. 쌀쌀한 날씨에 몸이 절로 부르르 떨려올 때에야 외투를 챙겨올것을 하며 후회하였지만 이미 때는 지나갔다.

들짐승은 커녕 개미새끼 한마리 보이지도 않는 아붓산을 헤메길 얼마나 지났는가, 어둑어둑한 날이 밝아왔고 숙구의 의지는 바닥났다. 지쳐 나뭇기둥에 기대어 꾸벅꾸벅 졸다가 이내 잠들어 버렸던가.

해질녘 느지막하게 깨어보니, 심마니 기린비가 그녀를 찾아내어 부모에게 대려다주고 있었다. 듣자 하니, 초롱과 주혜는 산은 커녕 가다가 쓰리지를 쓰며 길을 걷는 재리를 보고 무서워서 도망쳤단다. 기묘한 얼굴에 오색 빛까지 비추니 겁에 질리지 않겠는가.

뭐, 숙구에게 중요한건 그저 그런 시시껄렁한 작은 모험 따위는 아니었다. 진정한 것은, 그랬던 그날 한바탕 소동이 있던 뒤 먹었던 스까치 떡은 정말로 맛있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