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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많은 곳에서만 자라는 메아리꽃이, 파피루스의 호기심 가득한 눈에 띄였다. 물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차가운 눈이 가득한 스노우딘에서는 메아리꽃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파피루스는 그 꽃에 다가갔다. 그것은 아주 우연이었다. 바람이 싹을 틔우듯, 목마른 자에게 비가 내리듯이. 그렇게 아주 우연하게.

파피루스는 물의 고요함을 담은 투명한 푸른색 여린 꽃잎에게 손가락을 가져갔다. 아직 그렇게 크지 않은 꽃이니만큼, 무릎을 바닥에 대고, 조심스럽게. 아무도 모를 장소니 누군가가 말해놓은 것도 없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그는 내심 기대하며 손가락으로 살짝 꽃잎의 끝을 건드렸다. 

그리고 아무 소리도 없었다.

역시나. 하면서도 파피루스는 내심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누군가의 깊은 속 얘기를 듣는 기회는 좋은 것이었다. 모두들 메아리꽃에게 말을 하면 누군가가 들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는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기 때문에 고민을 털어놓고는 한다. ...아주 깊이 잠든 속마음을. 

막 몸을 일으키려던 그에게 희미하고 작은 지직거리는 소리가 잡혔다. 파피루스는 아래를 바라보았다. 이제 막 돋아난 메아리꽃이 바람을 따라 살짝 몸을 흔들었다. 소리가 한층 더 커졌다. 파피루스는 몸을 낮추어 메아리꽃의 바로 옆에 바싹 갖다대었다.


[어..음. 저기, 혹시 거기 누구 있어?]
어딘가 낯이 익은 목소리였다. 파피루스는 갸우뚱하면서도 그에 답을 했다. 당연하게도 아무도 대답할리 없는, 그런 짧고 고요한 녹음일 것임을 알면서도.  "당연히 누가 있지! 이 몸은 위대하신 파피루스님이시다. 너는 누구냐!"

희미한 소리가 잡혔다. [....팝?]
파피루스는 그 아주 짧고 고요한 그 정적은, 단 한명만이 낼 수 있다는 것을 알고있다. 무심코 되물었다. "샌즈? 뭐야! 메아리꽃으로도 대화할 수 있었던 거야?"

답은 한참동안 들려오지 않았다.
"어이. 파피. 뭐 하고 있어?"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파피루스는 고개를 돌린다. 파란 후드를 걸치고 어딘가 후줄근한 모습의 그다. 평소대로의 모습에 파피루스는 묘한 이질감을 느꼈다. "형, 방금 메아리꽃으로 얘기하지 않았어?" "메아리꽃으로 대화가 된다고? 오, 그건 그저 성능나쁜 녹음기일 뿐이야." "이상하네.."

파피루스는 그 속에서 샌즈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것을 말해야할지 고민하다 결국 입을 다물었다. 샌즈의 비밀스러운 목소리를 들었다는 것도 혼자의 비밀로 남겨두고 싶었고, 무엇보다, 샌즈는 지금 초소에서 경비를 서고 있어야 했다. 파피루스는 그에게 일을 하러가라 독촉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밟으며, 파피루스는 잡초에게마저 묻혀 보이지 않는 작은 꽃을 향해 시선을 잠시 던졌다. 그는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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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피루스가 그곳을 다시 찾은 것은 며칠이 지나서였다. 어디였더라. 너무도 작은 꽃이라 실눈을 뜨고 보아도 찾기 어려웠다. 파피루스는 한쪽 무릎을 바닥에 대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예의 그 지직거림이 들려왔다. 그것은 어떤 웅얼거림이거나, 혹은 그 무언가. 

저번보다 더욱 자란듯한 푸른 꽃잎은 고요하게 소리를 뱉어내고 있었다. 파피루스는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파피루스, 거기 있어?]
"역시, 샌즈였어. 샌즈, 대체 어떻게 메아리꽃으로 대화가 되게 한거야? 그리고, 왜 이거에 대해 물어봤을 때 모른척 한거야?"
[....어.음. 파피루스, 오늘은 무슨 요일이야?]
"헹, 그것도 몰라? 금요일이지!"

역시. 하는 희미한 중얼거림이 바람을 타고 파피루스의 골을 간지럽혔다.

[오늘, 그릴비에 가면 샌즈가 있을거야. 또 케찹만 마시고 있을 테니까, 꼭 다른 먹을만한 것도 가져가.]
"응? 오늘 거기 있을 거라고 말하는거야?"
[..그냥 내 말대로 가봐. 불빛이 어른거릴때쯤, 아이들이 잠에 겨워 끔뻑거릴때 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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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릴비, 혹시 '대화가 되는 말하는 꽃'에 대해서 알아?
흠. 모른다고? 그럼 어쩔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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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즈! 또 여기서 눌러앉아 있는거야? 제에에발좀, 뭔가 도움되는 일을 좀 해봐!"
"헤헤이. 파피, 내가 여기있는 건 또 어떻게 알았어?"
"어. 음, 새..샌즈가 말해줬잖아!"
"그랬었나,"

"뭐 상관없지, 헤이, 파피. 팔 좀 빌리자." 취한듯이 늘어진 샌즈가 파피루스의 팔을 잡고 일어섰다. 휘청인 다리를 애써 뻗으며, 샌즈는 어서 나가자는 듯이 파피루스를 툭툭 쳤다. 언제 오던지 눌러앉아 있는 것 같은 손님들이 샌즈에게 비척비척 손을 흔들었다. "잘가라고!"
"내일도 올거지?" "에에, 뭐야. 샌즈 농담 듣고싶었는데!" "아쉽지만 이만 가야지. 잘들 있으라고." 그릴비는 묵묵하게 컵을 닦던 손을 멈추지 않고, 살짝 고개를 숙였다. 샌즈는 휙휙 손을 마주 흔들어 인사해주곤 그릴비의 문을 열었다. 차갑게 쏟아지는 바람이 뼛속까지 시리다. 아, 이것도 좋은 농담인 것 같다. 샌즈는 그렇게 생각하며 어딘가 미미한 고민이 어린 듯한 파피루스를 보았다. "파피루스, 무슨 고민있어?"
"어?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평소라면 솔직하다못해 구구절절하게 있었던 얘기들을 풀어놓을 파피루스가 말을 피했다. 어딘가 이상한 반응에, 샌즈는 살짝 걸음을 멈췄다. "..파피, 오늘따라 왜그래?" "아니, 그냥. 형은 친구가 참 많구나, 싶어서.."  샌즈는 파피루스의 말에 픽. 웃었다. "술친구지 뭐, 모두들 조금만 너를 알게된다면 네가 누구보다 끝내주는 녀석이라는 걸 알게될거야. 걱정하지 말라구, 파피." "...그래. 내가 왕실근위대의 일원이 된다면, 모두가 날 좋아해주겠지?" "그래, 그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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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피루스는 심호흡을 했다. 후우. 그리고 나직하게 속삭였다. 샌즈. 
거짓말처럼 곧바로 응답이 들려왔다. [오, 팝.. 무슨일 있어? 목소리가 나빠보이는데.]
"네가 내가 아는 샌즈가 아니라는걸 알겠어. 둘은 달라. 그런 것 같아."
[....무슨 일 있었구나. 얘기해볼래?]
"..그래. 어차피 메아리꽃은 그러라고 있는거니까.
샌즈, 아, 음. 그러니까, 내가 아는 샌즈. 그는 너무 게을러...그리고, 아니, 그런데도 친구가 많아. ,,가끔은 질투까지 나. 그런데도 그는 내가 언제나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지. 정말로 그가 맞다면, 왜 나는 친구가 없는걸까? 뭔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정말로 내가 왕실근위대의 일원이 된다면 모두가 날 좋아해줄거라 믿어?"
[....내가 무슨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난 아니라고 생각해. 어차피 그 왕실근위대라는 놈들은 하는 것도 없는걸. 너보다 약한 주제에 말야.]
"하..하지만, 언다인은-약한 사람들을 도와주고,-"
[그녀가 정말 해야 할 일-그러니까, 인간을 잡는다던지. 그런 일들을 해야만 할때, 그때도 정말 네가 말한대로일까?]
"그..그래도."
[잘들어, 팝. 왕실 근위대가 뭘 하는곳인지 알아?]
"아니...잘 모르겠어."
[그들이 보통의-왕실에서 근무한다면, 아마 그들은 왕족을 보호하겠지. 그래, 팝. 네가 말하는 드리무어씨 같은 사람들. 하지만 왕자체가 강력하기에 그들을 보호할 필요는 없어. 그럼 정말로 근위대가 하는 일이 뭘까?]
"어. 꽃 가꾸기 같은거?"
[일곱명, 단 일곱명의 영혼이면 괴물들은 풀려나지. 아마, 그 시간이라면, 여섯명의 인간이 모였을 거야.]
"세에상에, 여섯명? 그 커다란 궁에 여섯명이나 되는 애들이 모여있는거야? 모두 같이 놀고있는 거겠지? 나도 끼워 주-"
[그들은 아스고..그래, 아니면 네가 그렇게도 되고싶어하는 왕실 근위대의 손에 죽었지.]
"...그건 내가 기대했던 게 아닌데.."
[그래서 네게 인간을 잡아오라고 한거야. ..널 그들의 대리자로 쓰기 위해.]
"..샌즈의 얘기를 듣고보니 왕실 근위대가 썩 좋은 곳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아. 하지만! 그래도 내가 바꿀 수 있지 않을ㄲ.."
[오, 팝. 다시 말하지만, 넌 그곳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무조건 누군가를 죽여야 하는거야. 그래도?]
"....잘 모르겠어."

마지막 한마디가 공기중으로 얽혀들어가자, 파피루스의 뒤에서 작은 부스럭임이 느껴졌다. 그는 서둘러 뒤를 돌았다. 약간 졸음기가 눈가에 남아있는 나른한 표정의 샌즈가 점퍼 주머니에 손을 찔러놓고 가만히 파피루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분명 발소리 같은 것은 듣지 못했는데. 파피루스는 말을 꺼내려 입을 열었다.

"오늘은 스파게티 안 만들어?"
"어?아, 그러게.. 오늘은 정말 아무것도 안먹었네..."
"내가 팔던 핫도그 가져왔어. 가서 나눠먹자고."
"응. 그럼 난 먼저 집에 가있을께!"

파피루스가 그자리를 도망치듯 떠나갔다. 역시 이상해. 남겨진 샌즈가 순식간에 표정을 바꾸며 파피루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는 천천히 앞으로 돌았다. 파피루스가 향하고 있던 그 자리에는 얼핏 보면 눈치채기 힘들 만큼 자그마한 메아리꽃이 피어있었다. 스노우딘에 메아리꽃이? 샌즈는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손가락을 가져다 대었다. 파피루스가 한 말이라도 들려오지 않을까, 했지만 아무 소리도 없었다. 어린 메아리꽃이라 그런 걸까?

파피루스에게 꽃이 하는 말을 모두 믿지 말라고 주의해줘야겠군. 샌즈는 몸을 돌려 걸어가려다, 문득 며칠 전 파피루스를 이곳에서 보았을 때 했던 말을 떠올렸다.
'샌즈? 뭐야! 메아리꽃으로도 대화할 수 있었던 거야?' 


"메아리꽃으로 대화를 한다.라..."
샌즈는 가만히 그 작은 꽃을 바라보았다. 그는 푸른 힘으로 꽃을 감싸쥐어 들어올렸다. 연구를 해볼 필요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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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도그는 모두 식어있었다. 익숙한 일이었다. 샌즈는 언제나 제게 제대로 된 것을 해주는 법이 없었다. 그 흔한 식사마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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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피루스가 날로 말이 없어지는 것에 샌즈는 불안해했다. 원하던 왕실 근위대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어서인가? 이제는 다소 우울해보이기까지 하는 파피루스가 걱정되어, 샌즈는 파피루스가 다니는 길을 몰래 곁에서 바라보곤 했다. 그는 반복적으로 행동했다. 언다인의 집에서 수련을 하던 것도 뜸해지긴 했지만, 여전했고, 집에 돌아오면 스파게티를 만들거나 잤다. 파피루스는 애초에 잠을 잘 자지 않았던 것 같지만, 요즘은 동화책을 읽어주지 않아도 곧장 잠든 소리를 냈다. 그것이 진짜인지는 잘 모르겠다.

연구실에서 병안에 넣어둔 꽃을 보며, 샌즈는 가만히 턱을 괴고 손가락을 딱딱 턱에 두드렸다. 경쾌한 소리가 났지만, 샌즈의 기분은 전혀 유쾌하지 않았다. 꽃은 시들어갔다. 연구를 해보려고 했지만, 썩 잘 되지도 않았고. 그렇다면 다시 원래 자리에 심어야 하는가? 혹시 파피루스가 요즘 우울한 이유가 이것 때문일지도 몰라, 샌즈는 고민스러운 신음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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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즈! 저 문 앞에 있는거, 혹시-"
"그래. 애완꽃이라고 하자. 네가 자주 보던 메아리꽃, 가져왔어."
"세에상에, 고마워, 형!"

저 소리를 얼마만에 듣는 것인가. 어딘가 서먹해져서 저렇게 기뻐하는것도 잘 보지 못했다. 파피루스는 조금 활기차보였다. 그날 저녁은 스파게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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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몸조심하렴, 내 아가야.
폐허를 딛고 막대기를 든 아이가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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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짧다고 해서.. 조금 더 길게 써서 합쳐봤어.. 마음에 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