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까 내가 쓴거 정주행하다가 이건 좀... 심한거 같아서... 좀 갈아엎어서 다시 올린당
* 제목도 붙여봣다!
* 몰살루트에 떨어진 펠샌 이야기
* 읽어주는 모든 언갤러들에게 고마웟
* 개념글에 1편이 있는데 비번이 안맞아서 안지워진다 멘붕..... 어쩌면 좋지
눈을 감고 있으면 네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아. frisk, my sweetheart. 기억나? 너는 내게 말했어. 언제나 말이야. 샌즈, 자비를 베풀어 줘. 해치지 말아 줘. 상냥한, 친절을, 내가 그랬던 것처럼. 그러면 나는 조용히 손을 내리지. 그리고 네게 손을 내밀어. 너는 날 바라보고 웃고, 그리고, 나도 웃고. 네 미소가 너무 좋아서.
이것도 기억해? 내가 너한테 물었었잖아. 아무리 나쁜 사람이라도 변할 수 있는지 말이야. sweetie, 나는 그때 네가 했던 말이 아직도 선명해. 너는 노란 꽃들이 피어난 얼굴로, 그 꽃들이 피어나는 것만큼이나 예쁘게 웃으면서 대답했어. 그럼, 네가 노력한다면, 충분히, 샌즈.
잊혀지지가 않아. 잊어버릴 수가 없지. 나는 언제나 널 생각하거든. 네가 했던 말들, 네가 지었던 미소, 그 전부를 매일매일 떠올리고 기억해. 그 눈부심을 매일매일 되새겨. 비록 내 옆에 네가 없어도, frisk, my sweetheart, 네가 언젠가 다시 피어날 날을 기다려. 제발, 다시 내 옆에서 웃어주기를 바라고, 또 기다려.
*
멍한 머릿속으로 두런두런 목소리가 흘러들어왔다. 샌즈는 가물가물한 눈을 떴다. 황금빛 천장이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골이 울리는 두통을 견디며 샌즈는 손을 뻗어 바닥을 짚었다. 머리와 온몸이 너무나도 무거웠지만 애써 일으켜 세웠다. 그의 잠을 깨운 목소리는 여전히 들려오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왜 여기에 있는지 파악하기도 전에 기둥 뒤의 짙은 그늘 사이로 숨어야 했다.
죽거나 죽이거나의 세상이다. 샌즈는 그곳에서 살아남는데 익숙해졌다. 비록 누군가의 의지로 인해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고 해도 여전히 지하의 곳곳에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샌즈는 분명 자신의 방 침대 위에서 잠에 들었다. 하지만 결과는 어떤가. 그는 제 방과는 전혀 다른 곳에서 눈을 떴다. 몸을 사려야 한다. 상황을 파악하기 전까지는 어떻게든...
“그래, 물어볼게 하나 있어.”
흐리던 대화소리 속에서도 뚜렷하게 들려오는 한마디 말에 샌즈는 숨을 죽였다.
“가장 나쁜 사람이라도 바뀔 수 있을까?”
“노력만 한다면, 모두가 착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그럼, 네가 노력한다면, 충분히, 샌즈. 마치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뒤를 잇는 것은 그녀의 웃음소리가 아니었다. 다른 의미로 너무나도 익숙해서, 오히려 믿기지 않는 웃음소리였다.
“...좋아. 뭐, 여기 더 괜찮은 질문이 있어.”
“끔찍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
“네가 한 발짝이라도 더 다가온다면...”
“그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정말’ 궁금하지 않을걸.”
들려오는 목소리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자신과 닮아 있었다. 샌즈는 숨조차 내뱉지 못하고 기둥 밖으로 몸을 내밀어 밖을 살펴보았다. 샌즈의 눈이 누군가의 뒷모습에 박혔다. 너무나도 익숙하지만 단 한번도 본적 없는 뒷모습이 서 있었다. 파란 점퍼를 입고서 주머니에는 손을 찔러 넣은, 그가, 샌즈가 서 있었다.
어째서? 내가 두 명일 리가... 스쳐지나가는 여러 가지 가설들을 뚫고, 또 다른 샌즈의 한숨소리가 들렸다. 또다른 샌즈는 주머니 속에서 손을 뽑고서 오른 팔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그는 느리게 말을 내뱉었다.
“정말 아름다운 날이야.”
“새들은 지저귀고, 꽃들은 피어나고...”
푸른빛을 내뿜는 뼈들이 또 다른 샌즈의 등 뒤에서 하나씩 모습을 드러냈다. 샌즈는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 같은데. 샌즈는 몸을 웅크렸다.
“이런 날엔, 너 같은 꼬마들은...”
“...지옥에서 불타야 해.”
꼬마라고? 의아한 호칭에 샌즈가 고민할 새도 없이 뼈가 지면에 꽂히는 날카로운 소리들이 날아들었다. 흩날리는 먼지 사이로 빠른 발걸음소리가 들렸다. 또 다른 샌즈에게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상대가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작은, 아주 작은 몸이었다. 짧은 단발이 나부끼면서 머리칼에 가려졌던 얼굴이 드러났다.
비록 언제나 함께하던 노랗고 작은 꽃 플라위가 없었어도, 그녀의 뺨과 눈가에 피어나던 작은 꽃들이 없었어도 샌즈는 그녀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었다. 프리스크ㅡ 네가 어째서, 왜 여기에...? 샌즈는 뒤이어 떠오르는 생각들을 자르고 무작정 앞으로 뛰쳐나갔다.
프리스크, 제발, 프리스크ㅡ! 아이의 머리 위로 수없이 많은 뼈들이 비처럼 쏟아졌다. 샌즈는 손을 뻗어 그녀를 끌어안으려고 했지만 뼈들이 내리꽂히는 속도가 더 빨랐다. 잔인한 파열음과 함께 뼈들은 그녀의 작은 가슴을 부수고, 또한 그의 오른손 역시 관통했다. 아이의 가슴에서, 창백한 입술 사이로 붉은 피가 울컥이며 쏟아졌다. 제발, 안 돼! 샌즈는 제대로 된 말조차 내뱉지 못하고 절규했지만 공격은 무자비했다.
샌즈는 바닥으로 처박혔다. 그는 박살난 오른 손을 대신해 왼손으로 몸을 지탱하며, 필사적으로 기었다. 그리고 피가 쏟아지는 그 작은 아이를, 프리스크, 그의 sweetheart를 끌어안았다. 하지만 프리스크의 눈은 이미 감겨 있었고, 그 심장을 가득 채웠던 의지는 사그라들고 있었다. 샌즈는 필사적으로 프리스크의 뺨에 제 뺨을 부볐다. 입맞췄다. 만질 수 있을 만큼, 입 맞출 수 있을만큼 그토록 가까이에 있었지만 샌즈가 프리스크에게 닿는 일은 없었다. 이전에도, 그리고 지금에도.
“이상한 일이네.”
“...”
등 뒤로 또 다른 자신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또 한명 보여. 꿈은 아닐 텐데.”
“...”
“‘골’때리는 일이지, 친구? 게다가...”
“...”
“그 빌어먹을 살인자를 껴안고 있다니 말이야.”
“...그렇군. 정말 ‘골’때리는 일이야.”
샌즈는 이제 완전히 온기를 잃어버린 프리스크의 손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점퍼를 벗어 그녀의 몸을 덮어주었다. 이제는 아픔도 느끼지 못할 몸이 혹시라도 부서질까 조심스러운 손길이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주면서 샌즈는 그녀에게 속삭였다. honey, 이제 춥지 않을 거야. 내가 있으니까.
그리고 일어섰다. 파란 점퍼를 걸친 샌즈와, 붉은 스웨터를 입은 샌즈가 서로를 마주보았다. 샌즈가 손가락을 맞부딪히자 붉은 뼈들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또 다른 샌즈는 머리칼도 없는 머리를 쓸어올렸다. 귀찮은 일이 되어버렸다고 생각하면서.
“진정해, 친구. 난 너와 싸울 생각이 전혀 없거든.”
또 다른 샌즈가 팔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며 항복의 모션을 취했다. 하지만 샌즈는 제 붉은 뼈들과 그를 겨눈 가스터 블래스터의 총구를 거두지 않았다. 그럴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물론 항복을 표시한 샌즈 역시 단번에 일이 풀릴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어떤 설득도 통하지 않겠지. 싸늘한 꼬맹이의 시체를 끌어안으며 절규하던 모습은 애절함을 지나쳐 흉흉하기까지 했으니.
싸우고 싶지 않지만, 아니, 싸우게 되더라도 분명 허무하게 끝나버리고 말겠지만... 또 다른 샌즈는 어깨를 으쓱이며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었다. 곧 시간이 된다. 모든 것이 허무로 돌아가는 지옥 같은 되풀이가 시작되겠지.
“대충 상상은 가. 왜 내가 여기에 둘이나 있는지.”
“...그래, 또 다른 시간선.”
“...이 곳은 끔찍해. 모든 게 망가졌어. 네가 있던 곳의 꼬맹이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
“적어도 거기 엎어져 있는 건 살인자야. 더러운, 그래, 더러운 살인자라고.”
“그 입 닥쳐!”
붉은 스웨터로 감싸진 팔이 바닥으로 내려꽃히는 것과 동시에 그가 만들어낸 무수한 붉은 뼈들 역시 샌즈에게로 맹렬하게 쏟아졌다. 그 얼굴을, 일말의 죄악감조차 없이 프리스크를 죽인 그 얼굴을 박살내고 싶다는 일념뿐이었다. 그녀가 받았을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다. 죽여버릴거야. 뼛가루도 남기지 못하게, 아주 부숴버릴거라고. 이 빌어먹을 개자식!
하지만 또 다른 샌즈는 다시 한 번 어깨를 으쓱였을 뿐, 피하려는 미동조차 없이ㅡ 그대로 깜빡이듯 시간이 멈췄다. 그리고 시계는 되돌려져 과거로 돌아갔다.
*
이걸로 몇 번째일까. 프리스크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한 게. 처음의 수십, 아니 수백번은 샌즈가 고의적으로 방치한 죽음들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녀의 뺨과 이마에서, 눈가, 이윽고 목덜미에까지 그 빌어먹을 꽃들이 피어났을 때에는 그녀의 죽음을 막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달렸다.
물론 그녀가 죽더라도 시간은 다시 되돌려졌다. 샌즈가 눈을 떴을 때 언제나 손닿는 곳에 프리스크가 있었다. 어쩌면 안심했는지도 모른다. 그녀가 깜빡이듯 내보내던 신호를 놓쳤는지도 모른다. 그녀는 늘 말했다. 시간이... 없어. 샌즈.
그건 정말이었다. 프리스크에게 남은 시간은 모래 한 줌 정도도 되지 않았다. 꽃이 자라나 그녀의 눈을 가렸고 프리스크는 점점 앞을 볼 수 없게 되었다. 이윽고 완전한 어둠이 그녀를 덮쳤다. 끝내 그녀는 혼자서는 가까운 거리도 걸을 수 없게 되었다. 샌즈는 그녀가 넘어지거나 길을 헤매지 않도록 손을 잡고 걸었다. 이따금씩 업어주기도 했다. 목마를 태우고 걸을 때면 프리스크는 불안한 듯 샌즈의 후드를 꼬옥 잡았다.
끝은 머지않아 찾아왔다. 샌즈의 손을 맞잡은 프리스크의 손에서 친절과 의지, 그녀를 이루던 모든 것들이 빠져나가던 순간, 그때 프리스크는 안녕히, 샌즈, 그렇게 작별을 고했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사람처럼, 돌아오지 못할 사람처럼. 그녀가 없는 시간 속에 샌즈를 두고 떠날 것만 같았다. 샌즈는 몇 번이고 시린 뺨을 부비고 입을 맞췄다. 작은 몸이 부서질까 세게 안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녀가 있던 시간으로 돌아가는 일은 결코,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게 샌즈는 프리스크와 헤어졌다. 기다림만 남은 채로. 영원과도 같은.
*
샌즈는 눈을 떴다. 여전히 머리와 몸이 무거웠다. 황금빛 천장은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고 두런거리는 자신의 목소리도 계속 들려오고 있었다. 흐린 머릿속에서 선명하게도 그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샌즈. 프리스크가 그를 부르고 있었다.
가야 해, 너를 지켜야만 하는데, sweetie, 프리스크, 너를! 그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샌즈는 벌떡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기둥 밖으로 뛰쳐나갔다. 가슴이 아플정도로 익숙한 제 뒷모습을 지나쳐 그녀에게로, 프리스크에게로 달려 나갔다.
프리스크는 무표정한 얼굴로 제 앞을 가로막은 두명째의 샌즈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제 앞에 나타난 사람이 또 다른 샌즈라는 것은 그녀에게 일말의 호기심돠 의혹조차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심지어 그녀는 심드렁해 보였다. 이 모든 상황이 그녀에게는 별다른 감흥조차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것처럼.
하지만 그녀는 프리스크였다. 분명히, 그의 sweet heart, 프리스크였다. 그 외에는 샌즈에게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샌즈는 팔을 뻗어 프리스크를 끌어안았다. 그녀가 마주한 모든 위험에서 보호하듯이.
하지만 샌즈를 맞이한 것은 그 어떤 상냥함도, 친절도, 하다못해 미소도 아닌 뼈를 타고 흐르는 극렬한 고통이었다. 고통을 따라 시선을 내렸다. 가슴팍에 꽂힌 칼날이 빛나고 있었다. 손잡이를 꼭 쥔 그녀의 흔들림 없는 손이 보였다. 헤헤. 샌즈는 실없이 웃었다.
뼈밖에 남지 않았을 텐데 말이야. 왜 이렇게, 그래, 피가 쏟아지는 것처럼 아플까? 네가 푸른 뼈들에 관통 당했을 때의 그 아픔이 이랬을까. 너도 이렇게 아팠을까. 미안해. 지켜주지 못해서, 그게 너무 미안해.
샌즈는 고개를 들었다. 프리스크는 여전히 심드렁해 보였다. 소름끼치도록 붉은 눈이 샌즈와 마주쳤다.
등 뒤에서 자신과 같은, 하지만 전혀 같지 않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또 다른 샌즈가 말했다. 내가 뭐라고 했어, 친구.
“그건 더러운 살인마라고 했잖아.”
*
“정말 웃기지도 않아.”
샌즈의 빨간 스웨터 속으로 칼을 박아 넣으면서, 이 오랜 되풀이 속에서 처음으로 프리스크가 말했다. 샌즈는 제대로 뻗어지지 않는 팔을 억지로 벌려 프리스크를 껴안으려고 했다. 하지만 프리스크는 냉정하게도 그 손을 쳐냈다. 붉은 눈동자에 경멸감이 어렸다.
“재미없어. 이 무의미한 농담을 언제까지 할 셈이지, 코미디언?”
“...네가 변할 때까지.”
“죽어. 그냥 죽어버리라고.”
프리스크는 일부러 칼날으로 후벼파듯이 비틀어 뽑아냈다. 샌즈의 웃는 얼굴이 점점 쓰러져 바닥으로 엎어졌다. 흥. 그녀는 콧방귀를 뀌며 칼을 털어냈다. 몇 번을 계속해도 변하지 않는다는걸, 저 머저리는 언제쯤 알게될까. 프리스크는 쓰러진 샌즈를 넘어서 제 앞을 가로막은 해골 앞으로 발걸음을 떼었다.
불쑥, 손이 뻗어와 프리스크의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프리스크는 무시하고서 제 발걸음을 재촉했다. 죽어가는 샌즈에게 그녀를 막을 힘은 남아있지 않았다. 샌즈는 거친 숨과 함께 속삭였다. 그녀에게 전해질 때까지, 제 숨이 끊어질때까지.
“널 믿어, sweet heart..."
넌 상냥하고, 친절한, 그런 아이니까. 언젠가 내 말이 너에게 닿을 거야.
*
샌즈는 계속되는 모든 되풀이 속에서 팔을 뻗었다. 오로지 프리스크를 껴안기 위해서. 몇 번이라도, 그녀를 지키고 그녀를 바꾸기 위해서 손을 뻗었다. 끝없이 되풀이 되는 허무한 시간 속에서 변하지 않은 것은 샌즈 혼자였다. 그는 변할줄을 몰랐다.
질리는 눈으로 프리스크가 그를 바라보았다. 프리스크는 이제 포기한 사람처럼 팔을 늘어뜨리고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있었다. 프리스크에게, 그리고 그녀를 끌어안은 샌즈에게 쏟아지는 공격은 없었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이지만 변하고 있어. 샌즈는 웃었다. 하지만 프리스크에게는 그 웃음소리가 거슬렸다. 그녀가 말했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honey."
“변하는 건 없어. 넌 죽을 거야.”
“아니야.”
“내가 널 죽일 거라고.”
“넌 그러지 않을 거야.”
“...소름 돋는 새끼.”
“널 믿어.”
널 믿어. 샌즈가 다시 한 번 속삭였다. 친절과 상냥함, 그리고 의지로 가득했던 너를 믿어. 프리스크는 감흥 없는 표정으로, 흔들리는 손을 들어 샌즈의 가슴에 또한번 칼을 박아넣었다. 고통, 고통, 그리고 고통. 하지만 샌즈가 얼굴을 찌푸리는 일은 없었다. 샌즈는 손을 뻗었다. 그녀의 뺨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녀의 붉은 눈이 세차게 흔들리고 있었다. 샌즈는 눈을 깜빡였다. 그녀의 얼굴이 점점 흐려졌다.
“헤...”
“...”
“또... 만나, honey..."
그때에는 부디 웃어줘. 꽃이 피어나는 것처럼 예쁘게.
*
샌즈는 분명 프리스크, 그 빌어먹을 살인자를 막기 위해 이 자리에 서 있었다. 분명 그럴 터였다. 하지만 일이 왜이렇게까지 틀어져 버린걸까. 처음 이 복도에서 프리스크를 기다릴 때까지만 해도, 두려움조차 보이지 않는 그녀에게 공격을 가할 때까지만 해도 모든 것이 샌즈의 예상대로였다. 그래, 등 뒤에서 뛰쳐나온 어떤 미친 녀석이 아니었더라면. 그리고 그 녀석의 등장과 함께 모든 것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또 다른 시간 선에서 온 자신, 검은 점퍼에 붉은 스웨터를 걸친 ‘그’ 샌즈는 몇 번이고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그때마다 뛰쳐나와 프리스크를 껴안았다. 프리스크가 질린다는 표정으로 자비 없이 칼을 박아 넣었어도, 혹은 자신이 가스터 뼈와 가스터 블래스터로 프리스크와 함께 그 몸을 조각조각 찢어 놓았어도 그는 망설임조차 없었다.
대체 무엇 때문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프리스크는 죽지 않는다. 그녀에게 죽음은, 적어도 지금은 다가오지 않을 미래였다. 그녀는 몇 번을 죽든 시간을 되돌려 샌즈의 앞에 섰다. 그녀에게 되풀이 되는 이 싸움은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자신을 죽이고 넘어가기 위한 행동일 뿐. 하지만 또 다른 샌즈는 몇 번이고 그녀를 끌어안았다. 마치 보호하는 것처럼. 전혀 보호할 필요도, 보호받을 가치도 없는 그 살인자를 말이다. 프리스크가 얼마든지 비웃고 경멸해도 개의치 않았다.
샌즈는 저벅저벅 걸어 또 다른 샌즈의 앞에 섰다. 그는 부서진 갈비뼈로 프리스크를 단단히 껴안은 채 힘없이 고개를 들었다. 그 얼굴에 절망감은 한점 찾아볼 수 없었다. 샌즈는 입매를 비틀며 웃었다.
“그 표정...”
“...”
“너, 진짜로 미친놈인가 보구나, 그렇지?”
“헤 헤 헤 헤...”
또 다른 샌즈가 눈을 감았다. 미동 없는 몸은 이미 죽은 것 같기도 했다.
샌즈는 그의 옆에 주저앉았다. 지쳐 쓰러진 또 다른 샌즈의 얼굴은 거울을 보는 것처럼 자신과 닮아있었지만 성격까지 똑같지는 않았다. 어째서 포기하지 않지? 샌즈는 프리스크를 이길 수 없었다. 죽어도 다시 시간을 되돌려 모든 것을 허무로 만드는 상대에게, 샌즈가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란 말인가? 그에게 허락된 선택지는 하나뿐이었다. 그저, 그저 싸우는 것. 그녀가 지루함을 느끼고 포기할 때까지.
“...이봐.”
샌즈는, 또 다른 자신을, 자신과는 달리 절망감도 패배감도 찾아 볼 수 없는 그 얼굴을 불렀다.
“아무것도 변하는 건 없어. 멍청이 씨.”
“...”
“어차피... 이 지긋지긋한 싸움은 끝나게 될 거야.”
“...”
“물론... 내가 죽음으로서 말이야. 그 외에 무엇이 있겠어?”
“...”
“그러니까 도망가, 친구. 여기서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고.”
“...멍청이 씨는 너야.”
또 다른 샌즈가 꺼져가는 눈을 떴다. 그는 품에 안긴, 차게 식어버린 프리스크의 몸을 더욱 힘주어 끌어안았다. 박살난 손으로 그녀의 뺨에 묻은 피를 닦아주었을 때, 눈을 감은 그녀의 옆얼굴은 마치 자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sweetie, 그래, 프리스크가... 가르쳐 줬어.”
나는 지금 몇 번이나 너를 껴안았을까. 얼만큼 괜찮다고 속삭여 주었을까. 아무리 더해도 내가 너를 죽음으로부터 방치한 만큼은 아니었을 거야. 너는 네게 닥쳐오는 죽음들을 기꺼이 받아들였지. 언젠가는 내가 변할거라고 믿으면서. 네가 손을 내밀 때, 그 손을 기꺼이 잡을 날을 기다리면서. 그리고 나는...
“나는, 변했어.”
“...뭐?”
“나는 좀더... 나은 사람이 됐어.”
네가 있었으니까, 프리스크. 나는 너로 인해 더, 좀 더 나은 사람이 됐어. 그러니까...
“...포기하지 않아.”
“...”
“...”
“정말... 그렇게 생각해, 친구?”
“...”
샌즈는 웃어보였다. 그리고 다시 시간은 되돌려졌다. 다시, 처음으로. 끔찍하게도 지루한 싸움을 이어가기 위해서. 그리고 그 끝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
복도에 들어서면서부터 프리스크는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위화감, 맞아, 위화감이야. 그것은 푸른 점퍼에 손을 꽂아넣은채 서있는 샌즈를 보았을 때 더더욱 강해졌다. 그의 옆에는 붉은 스웨터를 걸친 두 번째의 샌즈가, 지긋지긋한 얼굴로 서 있었다. 프리스크는 우뚝 멈춰 섰다. 달라, 지금까지와는... 프리스크가 꽈악, 두 손으로 칼을 쥐었다.
“이제 끝이야.”
프리스크는 떨고 있었다. 그녀의 다리가, 칼을 든 손이, 경멸하고 비웃어야 할 입가가, 그리고 그녀의 붉은 눈이 한없이 떨리고 있었다. 그녀의 칼이 샌즈를,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두 번째의 샌즈를 향했다. 되풀이되는 그 모든 시간 속에서 자신을 끌어안기 위해 발버둥치고, 믿는다고 속삭여주던 그에게.
제기랄. 프리스크는 입술을 꽈악 깨물었다.
“다가오지 마. 비열한 개자식,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 바뀌지 않는다고!”
히스테릭한 외침이 복도를 울렸다. 프리스크는 칼을 겨눈 채로 저에게로 걸어오는 샌즈를 피해 뒷걸음질쳤다. 하지만 등 뒤로 푸른 뼈가 지면에 박혔다. 그녀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프리스크가 이를 꽉 깨물고 소리쳤다.
“다가오지 마!”
“honey, 그만해.”
“다가오지, 말라고, 했잖아ㅡ!”
손을 뻗는 샌즈의 명치를 노리고 프리스크는 날렵하게 칼을 찔러 넣었다. 하지만 칼을 형편없이 빗나갔다. 누구도 막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건 그녀의 의지가 아니었다. 프리스크의, 아니, 차라의 칼은 샌즈의 옆구리를 스쳐 지나가 바닥 저 멀리로 떨어져 버렸다. 그만해, 프리스크가 차라에게 속삭였다.
“젠장, 빌어먹을, 프리스크, 이 도움 안되는 년!”
차라는 감기려는 눈을 부릅떴다. 칼조차 잃어버린 그녀를 지켜줄 무기는 이제 없었지만 그렇다고 몸을 빼앗길 수는 없었다. 어떻게 얻은 주도권인데. 그 멍청한 년을 꾀려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저 빌어먹을 해골바가지 자식만 없어지면 완전히 내걸로 만들 수 있었는데! 수없이 욕지거리는 내뱉으며 차라는 제 팔을, 제 몸을 끌어안았다. 샌즈가 한 걸음씩, 또다시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차라는 움찔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honey. 이제... 괜찮아.”
“닥쳐.”
“널 믿어.”
“...개자식...”
그러지 말라고, 프리스크가 속삭였다. 분명히 물에 처박듯이 의식 저편에 가둬버렸던 프리스크는 어느새 차라의 옆에 있었다. 프리스크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난 항상 여기에 있었어, 라고 말했다. 차라, 네 옆에 말이야, 라고 덧붙였다.
“꺼져...”
차라. 프리스크가 말했다. 이제 그만해. 프리스크의 손이 차라의 손에 닿았다. 희미했던 환영은 이제 선명하게 차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완벽한 패배. 차라는 그 순간 자신의 패배를 깨달았다. 무조건 그녀가 이길 수밖에 없는 게임을 뒤집은 것은 저 붉은 스웨터를 입은 두 번째의 샌즈였다. 그가 이 게임을 바꿨다. 몇 번이고 차라를, 프리스크를 껴안고 속삭여 주는 것으로 그녀를 깨웠다. 고작 그것뿐인 행동으로,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깊은 잠에 빠졌던 프리스크를 불렀다.
내가 졌어. 비틀거리던 걸음은 차라의, 그리고 프리스크의 몸을 지탱하지 못하고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그녀가 쓰러지자 샌즈가 한달음에 달려와 그녀를 받쳐 안았다. 프리스크의 눈은 잠든 것처럼 감겨 있었다. 샌즈는 그녀의 이마에, 그리고 뺨에 어린 땀방울 들을 손으로 닦아 냈다. 다정한 손길에 프리스크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드디어, 드디어 웃어주는구나. 샌즈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겨우 닦아낸 프리스크의 얼굴에 제 눈물이 떨어질까 울 수도 없었다. 샌즈. 프리스크가 그를 불렀다.
“응, 여기 있어. 여기에 있어, sweetie...”
“고마워... 너무나도.”
“sweet heart, my frisk...”
프리스크는 힘없이 늘어진 그녀의 손등에 몇 번이고 입 맞췄다. 분명 그녀를 구했을텐데, 이제 프리스크는 누구와도 싸울 필요가 없는데... 한없이 약해져가는 그 모습은 마치, 꽃들에 뒤덮여 죽어가던 그의 프리스크와 닮아 있었다.
프리스크를 끌어안은 샌즈의 머리위로 그림자가 어렸다. 그리고 너무나도 빠르게, 너무나도 허무하게, 프리스크의 작은 가슴을 붉은 뼈가 관통했다. 울컥이며, 프리스크가 피를 토했다. 샌즈의 뺨에 그녀의 피가 점점이 튀었다. 프리스크가 손을 뻗었다. 샌즈의 뺨에 묻은 핏방울이 선을 그으며 떨어졌다. 샌즈는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 안 돼, 안돼, 프리스크...
“네가 있어서...”
“말하지 마, 아무 말도...”
“나는 좀더...”
“프리스크!”
“나, 은... 사람이...”
됐어. 하지만 그 뒷말은 끊어질 듯이, 너무나도 작아서 이미 멀어가는 샌즈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프리스크, 넌 언제나... 샌즈는 아직 희미하게 온기가 남은 프리스크의 몸을 끌어안았다. 뺨을 부비고, 입을 맞추고... 부서질까 조심스레 그녀를 안았지만 여전히 부질없는 짓이었다.
“네가 구했어.”
그 모습을 지켜보던 샌즈가, 주머니에 손을 꽂아 넣으며 말했다.
“그 꼬맹이를 네가 구한거야.”
“...지키지 못한 거야.”
“아니.”
샌즈는 떨고 있는 검은 점퍼의 어깨위에 손을 올렸다. 잔 떨림이 손을 타고 흘러 들어왔다. 처음으로 보는 그의 슬픔이, 그의 절망도 함께.
“노력한다면 변할 수 있다고, 네가 가르쳐줬잖아.”
“...”
“우리는 더 나아질 거야.”
고맙다. 뼈다귀 샌즈, 멍청이 씨. 그 말을 끝으로 깜빡이며 머릿속에 정전이 일어났다. 샌즈와, 또 다른 샌즈 두 사람 모두에게 일어난 정전이었다. 세상에, 시간이 크게 흔들렸다. 시간이 되돌아가고 있었다. 이번에는 지루하고 지긋지긋한 되풀이가 아니라, 완벽한 리셋이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야. 샌즈.
샌즈는 마지막으로 목소리를 들었다. 그를 부르는 목소리였다.
*
발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뽀드득, 눈 밟히는 소리와 함께 발자국이 찍혔다. 숨을 내쉴때마다 뿌연 입김이 허공으로 흩어졌다. 언제나 그랬듯이 스노우 딘의 숲속에서 눈이 내리고 있었다. 한참을 걸어가던 샌즈는 고개를 들었다. 뿌연 입김사이로 멀리서 문이 보였다. 폐허와 이 곳을 이어주는 유일한 문이. 샌즈는 그 앞에 서서 잠깐 동안 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그대로 문에 등을 기대고 주저앉았다.
이따금씩 샌즈는 이 문을 찾아오곤 했다. 그리고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비록 대답하는 사람은 없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노크 농담을 연습하기 적당한 곳이었다. 샌즈는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 Knock Knock.
“...누구세요?”
누군가가 대답했다. 어린 아가씨의 목소리가 문 틈새로 들려왔다. 분명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일 텐데도 샌즈는 그 목소리가 익숙했다. 아니, 익숙할 수밖에 없는 목소리였다. 하루에도 몇 번씩 그를 부르는 목소리였다. 샌즈는 목끝까지 차오르는 울음을 삼키며 대답했다.
“...국수요.”
“국수? 누구요?”
“그대 머리위로... 사랑이 내리‘면’.”
희미하게 웃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빼꼼히 열린 문 사이로 한 여자아이가 나왔다. 갈색 머리카락에, 꽃이 피어나는 것처럼 예쁘게 미소 짓는 아이가. 샌즈는 그녀를 끌어안았다. 아이는 놀라지 않고, 가만히, 샌즈의 등을 끌어 안았다.
어서와, sweet heart, my frisk.
길어서안봣고 제목이 영어라 안봤지만
문학이기때문에... 개추!!
* 감동
코링이 쟤는 길어서 안읽음 ㅅㄱ 그런데 문학이니 개추는줌 ㅎ 하는 태도가 글쓰는놈한테 얼마나 죶같이 들릴수도 있는지 알면서 저러는걸까 모르는걸까
ㄴ냅둬 취존한다 난 대인배니깟
개추넣는다
글 잘썼다 진짜
이런 글 진짜 좋아..
해피엔딩 너무젛다
념글 보냈다 개추! 잘썼네
오 좋다
처음 올렸던 앞부분에서 대체 얼마가 더 늘어난거야? 매우매우 재미있게 봤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겠으므로 개추
다시봐도 좋네
후... 플라워테일결말의 좆같음을 너가 씻겨준다 개추
진짜 미친듯;; 가둬놓고 글만 쓰게하고싶다
ㅠㅠㅠ개추 - DCW
광광 우럭따
미친놈아ㅠㅠㅠㅠ념글 정독하다가 광광 우럭따.. 글 너무 잘쓰네 칭구 앞으로도 많이 올려줘! 좋은 글 너무 고마워. 플라워펠 존나 재밌게 읽고 여운 때문에 종일 허무했는데 그걸 네 글이 씻어줬어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