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올린 프리가 펠샌 따먹는 썰에서 이어보았다.

* 수위는... 미안해... 없어...

* 피자와서 먹으러 간당 재밌게 읽어주면 조케썻









  프리스크는 아침 늦게야 일어났다. 어젯밤에 그토록 격렬하게 한 발을 빼고도 샌즈가 한참동안이나 프리스크를 놔주지 않은 탓이었다. 얼얼한 아픔에 하체가 마비되는 것 같았지만 그녀 안의 의지로 참아냈었다. 그래도 피곤하기는 했지만. 프리스크는 흐린 눈을 비비며 상체를 일으켰다. 그녀를 껴안고 잠들었던 샌즈는 여전히 깰 기미가 안보였다. 샌즈. 프리스크는 가만히 그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샌즈는 조용히 숨소리만 내뱉을 뿐이었다. 하긴, 그는 ‘샌즈’가, 프리스크가 부른 사람이 아니었다. 


  ‘샌즈’는 말을 더듬지 않는다. 얼굴을 붉히는 일도 없다. 어젯밤처럼 자제심을 잃고 달려드는 일같은건, 결코 일어나지 않겠지. 무엇보다 그는 프리스크를 ‘사랑’하지 않는다. 그에게 프리스크는 꼬맹이, 그래, 꼬맹이에 불과하니까. 


  어젯밤 샌즈는 쉴새 없이 프리스크를 불렀다. honey, sweetie, sweet heart... 샌즈는 그녀의 이름보다도 그 달콤한 호칭들을 좋아했다. 쉴새없이 그녀를 부르고, 또 덧붙였다.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그 말이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말인양, 끊임없이.


  기뻤다. 누군가에게서는 결코 들을 수 없는 말을 넘치도록 들을 수 있다는 것이 기뻤다. 이기적인 생각이지만 솔직한 마음이 그러했다. 샌즈는 그걸 알고 있었을까? 그가 어젯밤에 보여주었던 절박함이 왜인지 불안하게 느껴졌다. 프리스크는 조용히 침대에서 빠져나왔다. 죄책감과 민망함이 등골을 타고 흐른 탓이었다. 그녀는 인사조차 남기지 못하고 샌즈의 방에서 떠났다.





*




  며칠째 샌즈는 제 방에 틀어박혀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인사없이 방을 떠난 그 아침부터였다. 파피루스는 샌즈를 두고 게으른 새끼라며 온갖 욕을 아끼지 않았지만 내심 걱정하는 모양이었다. 프리스크는 파피루스가 샌즈의 방 앞에 간단한 식사거리를 챙겨 놓는 것을 종종 보았다. 하지만 그 식사가 샌즈의 방에 들어가는 일은 없었다. 파피루스는 그때마다 식어버린 접시를 치워야만 했다.


  결국 참다 못한 파피루스가 문을 따려고 공구를 들고 찾아간 아침, 프리스크 역시 그의 뒤를 좇았다. 하지만 안에서는 어떠한 반응도 없었다. 파피루스는 문을 뻥뻥 차고 그걸로도 분이 안풀려 씩씩대며 돌아와야만 했다. 파피루스는 벌써 몇 번째인지 세지도 못할 질문을, 그때도 프리스크에게 던졌다. 샌즈와 무슨 일이라도 있었느냐고. 프리스크는 몇 번째인지도 모를 반응을, 우물거리다가 끝내 고개를 젓고 말았다. 으응, 아무런 일도 없었어. 파피루스. 


  파피루스는 그게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그저 돌아설 뿐이었다. 프리스크 역시 그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진실을 털어놓는 것이 아니라, 샌즈의 방문 앞을 서성이는 것 뿐이었다. 어떻게 말해야, 어떻게 변명할 수 있단 말인가. 샌즈와 파피루스에게,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지만 모든 것이 꿈과 같은 신기루였다는 것을. 그녀가 그들을 기만했다는 것을.


  그 날의 용기가 꿈만 같았다.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떠오르지도 않는다. 왜 모두에게 상처가 될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을까. 그저 샌즈에게, ‘샌즈’에게 닿고 싶었던 것 뿐인데.





*




  그날 저녁 프리스크는 다시 또 문 앞에 섰다. 노크를 하기 위해 손을 내밀었지만 막상 두드리자니 다시금 망설여 졌다. 샌즈. 그녀는 노크를 대신해 작게 그를 불러보았다. 안에서 대답은 없었다. 샌즈. 다시 한번 불러보아도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프리스크는 입술을 살짝 깨물고서 돌아서려고 했다. 그 순간, 그녀의 뒤로 기묘한 소리가 들렸다. 낮고 거친, 짐승의 울음소리같기도 했다. 프리스크는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불렀다.



  “샌즈!”



  대답은 없었지만 그게 더 불안했다. 아주 불길한 예감이 그녀를 덮쳤다. 무엇인가 잘못되었어. ...파피, 파피를 불러야 해. 파피라면 이 방을 열 수 있을거야. 프리스크는 문에 대고 외쳤다.



  “기다려, 샌즈! 내가, 내가 가서 파피를...!”



  프리스크는 뒤를 돌아 달려나가려 했다. 그때 그녀의 등 뒤로 끼이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프리스크가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문앞에 샌즈가 서 있었다. 평소보다 훨씬 땀흘리고, 또 떨리는 다리로 몸을 지탱하고 있었다.



  “샌즈, 괜찮아? 무슨 일 있는거 아니야?

  “헤...”



  샌즈는 대답대신 옆으로 비껴섰다. 들어오라는 뜻이었다. 프리스크는 지금이라도 파피루스를 불러와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샌즈와 눈이 마주쳤다. 그 낮게 가라앉은 눈과. 프리스크는 주저하면서 발을 내딛었다. 샌즈를 지나쳐 그의 방으로 들어섰다. 그의 방안은 불길함과 불안, 그리고... 이상한 냄새로 가득 차 있었다. 프리스크는 그 냄새가 무엇인지, 느리지만 곧 알 수 있었다. 그건 피냄새였다. 


  문이 닫혔다. 삽시간에 방안은 어둠으로 휩싸였다. 작은 램프만이 방을 비추는 유일한 빛이었다. 프리스크는 샌즈를 마주보았다. 그는 양손을 뒤로 감추고, 문을 가로막듯 서 있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마치 프리스크의 눈치를 살피는 것처럼 연신 움찔거렸다. 프리스크는 등 뒤로 숨긴 그의 손이 신경쓰였다.



  “샌즈, 그 손...”



  어떻게 된거냐고, 차마 묻지 못했다. 이건 판도라의 상자다. 여는 순간 모든게 틀어지는. 샌즈가 고개를 들었다. 한 걸음, 두 걸음, 그리고 세 걸음. 그녀에게 점점 다가왔다. 프리스크는 뒷걸음질쳤지만 샌즈는 결국 그녀의 앞에 섰다. 



  “honey, 하나만... 하나만 물어봐도 돼?”

  “...샌즈?”

  “네가 아는 샌즈, 말이야...”

  “...”

  “닮았겠지, 나, 나랑...?”

  “샌즈, 잠깐만...”

  “그렇지? 똑같이... 생겼겠지? 목소리도... 말이야.”



  샌즈가 손을 뻗었다. 특이하게도 왼손을. 어둠속에서 뻗어나온 그의 손은 어슴프레한 형상 뿐이지만 확실하게 보였다. 그의 손이, 뼈마디 곳곳이 부서져 있었다. 손끝에서 배어나온 피가 바닥을 적시고, 프리스크의 옆얼굴을 적셨다. 피부에 닿는 그 손은 섬짓했다. 또한 날카로웠다. 프리스크는 그의 손을 잡았다. 처참한 몰골이었다.



  “샌즈, 손이... 손이 왜 이래?”

  “헤 헤...”



  그건 차라리 기형적이라고 칭해야 했다. 제대로된 궤도를 벗어나 제멋대로 뻗어나간 손가락 사이에서, 심지어 네번째 손가락은 한마디가 날아가 있었다. 그 자리에 남은 날카로운 뼛조각이 프리스크를 찌를 것처럼 뻗어 있었다. 프리스크는 손을 놓았다. 덜덜 떨리는 고개를 들어 샌즈를 마주보았다. 그는 웃고 있었다. 그의 손처럼 기형적으로. 프리스크는 뒷걸음질 쳤지만 곧 딱딱한 벽에 가로막혔다. 그녀는 도망칠 곳조차 없었다. 힘이 풀렸다. 프리스크는 주저앉았다. 샌즈는 무릎을 굽히고, 그녀와 눈을 맞추듯 앉았다.



  “헤, honey...”

  “샌즈, 나 너무...”

  “괜찮아. 응? 그냥... 나를 좀, 안, 안아 줄래...?” 



  프리스크는 고개조차 젓지 못했다. 



  “그래... 그렇구나...”



  그녀의 얼굴에서, 눈가에는 두려움이, 떨리는 뺨에는 공포가, 입술에 묻은 혐오감을, 그 모든 것을 샌즈는 읽을 수 있었다. 샌즈는 여즉 감춰두었던 오른 손을 꺼냈다. 그의 손에 무엇인가가 들려있었다. 망치였다. 새빨간 핏자국과 새하얀 뼛가루가 덕지덕지 묻은 망치.


  프리스크가 무어라고 말하기도 전에 샌즈는 오른손을 높게 쳐들었다. 그리고 더 이상 부서질 것도 없는 제 왼손을 겨누었다. 안돼! 프리스크가 새된 비명을 질렀지만 샌즈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격렬한 타격음과 함께, 빠각, 그의 오른 손이, 그의 왼손을, 부숴버렸다. 프리스크는 차마 볼 수 없어 눈을 감았다. 그녀의 눈꺼풀 위로 섬뜩한 딱딱함이 닿았다. 눈을 떠. 샌즈가 말했다. 프리스크는 떨리는 눈꺼풀을 애써 들어 올렸다. 샌즈는 여전히, 그 기형적인 웃음을 띠고 있었다.



  “안아 줄래...? 응, sweet heart...”



  잘못될거라는 불길한 감각은 틀렸다. 이미 모든 것이 뒤틀려 있었다. 너무나도 나쁜 방향으로. 프리스크는 발밑이 아득한 어둠으로 변하는 것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