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 출처 : http://orbatid.deviantart.com/art/winter-tea-time-109755523
아스고어와 같이 차를 마시고 싶다.
정원에 들어서면, 언제나 그렇듯 아스고어가 정원을 다듬으며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겠지.
난 그런 아스고어에게 인사를 할 거고, 아스고어는 날 반갑게 맞이해 줄 것이다.
나에게 곧 손질이 끝나니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그가 말하면, 난 정원에 놓인 탁자에 앉아 녹음기를 꺼내놓고 기다릴 것이다.
조금 있다가 아스고어가 손질이 끝나고 난 뒤 땅에 떨어진 나뭇가지와 나뭇잎들을 정리하고 도구들까지 정리하고 나에게 오겠지.
그럼 난 아스고어에게 "뒷정리 정도는 도와드려도 될까요?"라고 물어 볼거고, 아스고어는 언제나 그렇듯 기분 좋게 웃으며 "마음은 고맙네만, 내 할 일이라서 말일세."라고 말할 것이다.
그 말에 난 고개를 끄덕이면서, 미리 준비한 티백세트를 꺼내 아스고어에게 건넬 것이다.
아스고어는 처음 보는 티백들에 이게 뭐냐고 물어볼 거고, 난 웃으며 "향을 한 번 맡아보시죠."라고 할 것이다.
아스고어가 상자에서 녹차를 꺼내 포장을 뜯으면, 순식간에 퍼져나가는 향기로운 벚꽃 냄새에 감탄을 하며, "인간들의 차는 정말 좋군!"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 모습을 본 나는 웃으며 한 세트를 더 꺼내 "나중에 다른 분에게 선물하시라고, 하나 더 가져왔습니다."라고 하겠지.
아스고어는 그 선물을 기쁘게 받으며 나에게 고맙다고 할 것이다.
선물을 받은 아스고어가 물을 끓여오면, 우린 티백을 하나씩 찻잔에 담아 향기를 맡으며 차를 마시는 여유를 가질 것이다.
그러면서 녹음기를 켜고 이런저런 잡담을 하던 난, 어느새 아스고어의 과거 얘기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한없이 순박해 보이는 눈앞의 괴물의 이야기를 들으며 난 그가 어째서 괴물들의 왕인지를 절로 수긍하고 감탄할 것이다.
그러다 아스고어의 이야기가 그의 삶에서 가장 힘겨웠던 시기로 접어들면, 그는 잠시 주저하겠지.
그 모습에 난 힘들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지만, 아스고어는 배려는 고맙지만, 자신의 업이라며 얘기를 시작하겠지.
그는 자기 자녀들이 어떻게 죽었는지와, 그로 인해 순간적인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어리석은 결정을 한 자신의 이야기를 덤덤하게 말할 것이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 드리워진 그림자에서, 나는 그가 자신의 죄를 아직도 지고 살아간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아스고어는 이야기를 하며 자신이 죽인 인간들의 얘기를 할 때 마다, 그들을 인간이 아니라 각자의 이름으로 불러줄 것이다.
마침내 이야기가 다 끝나고 프리스크의 도움으로 괴물들이 결계를 벗어날 수 있었다는 대목에 오면, 그는 후련한 얼굴로 나에게 고맙다고 하겠지.
그럼 나는 오히려 내가 고맙다며 아스고어에게 말할 것이고, 아스고어는 "아닐세, 지금 정말로 기분이 좋군. 자네 덕일세."라고 말하며 차를 한 모금 마시겠지.
나 역시 차를 마시고 나면, 아스고어가 웃으며 "분위기가 조금 가라앉아버렸군. 하하하." 하며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낼 것이다.
그 모습에 나도 미소를 지을 것이고, 아스고어에게 혹시 마지막으로 부탁할 게 있냐고 물어볼 것이다.
집에 돌아오고 난 뒤, 나는 아스고어가 말해준 걸 들으며, 책의 첫머리에 차라와 아스리엘, 그리고 여섯 영혼의 이름을 적고 그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고 할 것이다.
차 마시면서 든 생각이다.
려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