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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들이 지상으로 올라올 때 그들의 정치 체계를 그대로 유지한 상태로 올라왔다.

 

그렇기 때문에 에봇 시티에서 왕과 여왕이 모두 있는 학교는 꽤나 특이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실질적인 행정 업무야 인간 공무원들이 시청에서 처리하지만, 괴물들과의 대외업무를 위해서는 이 학교를 찾아와야하는 경우가 잦은 편이다


내가 지금 여기 온 이유도 그렇다. 대외업무.


기자증을 주머니에 쑤셔 넣고는 가져온 공무원증을 목에 걸었다.

 

다 아는 사람끼리 굳이 대외적인 신분으로 다닐 이유가 없으니.

 

교장실 문 앞에 서서 노크를 하려던 손을 잠깐 멈추고 심호흡을 했다


오늘 이후로 괴물과 인간의 관계는 한 발짝 나아갈 것이다. 바깥의 사람들이야 모르겠지만. 노크를 했다.





며칠 전에 먹었던 거미가 우글거리던 커피와는 다르게 노란색 꽃이 띄워진 차가 내 앞에 놓여있었지만 입을 댈 생각은 들지 않았다.

 

염소 머리를 한 풍채 좋은 거한이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푹푹 쉬고 있다면 누구나 나같이 행동할 것이다. 결국 지친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부탁하신 서류들 가져왔습니다. 사안이 사안인지라 원래 오던 분 대신 제가 오게 됐네요.”


평소에 짓던 영업용 미소 대신 무표정하게 서류를 건넸다. 괴물들의 왕 아스고어는 서류를 펴보는 대신 서글픈 웃음을 지었다.


무슨 내용인지 보았는가?”


뭐라 대답해야할까. 서류의 내용들은 보긴 했다. 아마 대중에게 공개된다면 이제야 가라앉기 시작한 여론이 다시 들끓을 내용들.


봤습니다. 대왕님과 각하 사이에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도 알고요.”


잠시 말을 끊고 차로 목을 축였다. 향긋한 냄새로 정신을 다시 가다듬었다.


이 내용들이 바깥으로 새나가는 일은 없을 겁니다. 적어도 인간들의 입을 통해서는요.”


괴물들의 입에서도……. 새나가는 일은 없을 걸세.”


아스고어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창 밖을 보았다. 넓은 운동장에는 괴물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뛰어놀고 있었다.


누군가를 책임져야하는 상황에 놓여본 적 있나?”


순간 일거리란 일거리는 죄다 자신에게 떠넘기는 과장의 얼굴이 떠올랐지만 이내 지워버렸다. 적어도 그 인간을 책임지긴 싫었다.


누구나 그런 상황에 처하면 같은 선택을 했을 겁니다.”


프리스크. 그 아이였어도 그랬을까?”


대왕님. 대사는 대사입니다. 대왕님은 대왕님이고요.”


아이들을 쫓던 눈이 다시 나에게로 돌아왔다. 가라앉은 눈이 나를 바라보았다.


저만한 아이들이었네. 내가 죽인 아이들은.”


인간들은 당신의 아들을 죽였습니다. 아스고어. 당신에겐 백성들이 있었지요.”


나는 그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자식을 잃은 왕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 하고 아스고어는 고통스러운 한숨을 쉬었다.


나는 죗값을 치를 것이라 생각했네. 하지만.”


이 길이 모두를 위한 길입니다.”


당신 빼고요 아스고어. 눈을 감고 침음성을 삼키는 아스고어에게 사무적으로 말했다.


여섯 아이의 장례식이 치러질 예정입니다.”


외진 곳에 이름 없는 묘비만이 생길 것이다. 세대가 지나면 찾아가는 사람조차 없어질 그런 곳에.

 

부모들은 그들의 아이들을 계속 찾을 것이다. 어디에서 누구에게 죽었는지. 그들의 묘비가 어딘지 모른 체로.


인간들이 아드님을 죽인 사실은 인간 세상에선 없는 사실입니다.”


촌구석에서 일어난 일답게 모두가 그 사실에 대해 묻어버리고 살고 있다.

 

삼류 타블로이드 지에서조차 화젯거리가 되지 않았기에 없는 사실로 만드는 것은 쉬웠다.

 

모두가 입을 닫고 있다면 아무도 그 사실을 꺼내지 않고 무덤까지 가져갈 것이다.


이건 인간이 베푸는 자비가 아닙니다. 아스고어 대왕님. 거래지요.”


쌍방의 불편함을 피하기 위해 맺은 거래. 잊고 싶은 과거를 잊는 것으로 모두가 행복해진다.


자식을 잃은 살인자와 진실을 아는 자들이 눈을 감는 것으로.


일곱 아이가 세상에서 잊혀졌다.



마지막 문장이 쓰고 싶어서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