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image.php?id=38b3d423f7c639aa6b&no=29bcc427b38777a16fb3dab004c86b6f05711d878ee373b042a2848a4e5b862b19bca5c8c246a5d2467d92e437526bacdead1538258f51a1dc89d3

원문: http://archiveofourown.org/works/6164770

1편: http://gall.dcinside.com/undertale/196948

2편: http://gall.dcinside.com/undertale/205860


  이게 그냥 닥터페퍼 웰치스 퍽퍽헉헉 야설이었으면 굳이 시간과 품을 들여서 번역하지 않았을 거다. 야설과 입체적인 감정 전개의 결합에서 오는 절묘한 꼴릿함을 소개하고 싶었고, 나아가 중심 인물들의 내적 변화를 그리는 성격 비극이란 점에서 나름 ‘문학’이라고 생각한다.


  인물의 성격이 세계와 충돌하여 비극으로 이어지는 패턴을 ‘성격 비극’이라고 하는데, 캐릭터성이 유지되면서 그 자체가 갈등의 핵심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평면적일지언정 지속적인 동기부여가 된다. 작중 뼈형제 성격은 기본적으로 언더테일이고 [죽거나 죽이거나]인 언더펠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적응한 정도로만 거칠어져 있다. 그래서 샌즈가 파피를 애끼는 이유도 어릴 때부터 키워서 자식 같이 아끼는 브라콤뿐만 아니라 세계관에 맞는 동기로 강화되어 있다. [사랑이 아닌 살해량만이 관건인 세상에서] 애정을 주고받을 수 있는 유일한 상대인 거지. [이런 세상을 견디고 살아 내는 게 동생 덕분]이란 것처럼, 자신의 안위보다 동생이 우선일 정도로.


  작중 샌즈의 심리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동생을 살리기 위해선, 행복하게 하기 위해선 뭐든지 할 수 있다.] 그게 개새끼한테 따먹히는 거라고 해도. 그렇지만 그 대전제를 중심으로 상당한 내적 변화를 겪는다. 초반에는 [몸 팔러 온 게 아닙니다], [죽일 거면 죽이십쇼] 하고 배짱을 부리거나, 잠시나마 가스터를 무력으로 제압하는 등 도도한 맛이 있다. 그런 녀석에게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으니 긁어 주지 않을 수 없지. 그로 인해 [굴욕감, 패배감에 질려 그대로 엎어져] 있다가, [당장에라도 도망칠 작정으로 신경이 곤두섰을 때]처럼 직접 제시되지 않는 내적 갈등을 겪다가, 무미건조하게 [예, 주인님] 한다든지 [모든 것을 내려놓은 눈]이 되어 체념하다가, 결국 흐느끼고 가스터가스터가스터를 부르는 식으로 내면이 무너지는 과정이 내용 전개와 엮이면서 단계적으로 펼쳐지는 게 좋다. 샌즈를 성욕의 대상으로 전제하는 무정한 관찰자에게는 도도한 놈을 똑 꺾어 누르는 정복감을 주기도 하고.


  파피루스의 다정하고 순진한 성격도 언더테일에서와 일관성이 있는데, 이 점이 무자비한 언더펠 세계관에서는 결국 형과 자신 모두를 파멸시킨다. 일편단심인 샌즈는 감정적으로만 추락하는 것과 달리, 파피루스는 자신의 정체성 자체가 흔들린다. 언더펠 자체가 삭막하긴 하지만, 애초에 파피루스가 그렇게 순진하지 않았다면 (저 스스로 살 길을 찾을 수 있었다면) 샌즈가 그 정도로 감싸고 돌지도 않았을 테고, 둘이 다 불행해지지도 않았을 테니 참 모순적이야. 결국 2편 결말에선 현자타임이 와서 [절대로 자기가 바랐던 것처럼 착한 사람은 못 되겠단 생각]을 하게 되고, 어쩌면 그 바람 역시 자신이 아닌 [형이 바랐던……] 것 아닌지 고뇌하게 된다.


  가스터는 강력하고 잔인한 세계의 대변자다. 겉보기에 그들을 세계에서 지키는 것 같지만 오히려 그런 그가 불특정 다수의 습격보다 더욱 직접적으로 잔인하다는 점도 흥미롭다. 주요 인물로서의 성격도 잘 잡혀 있는데, 외모부터 [훤칠한 키와 검은 가운, 위엄이 있다]. [추파를 던지면서도 차분하고 진지한 음성], [교양 있는 억양 아래 깔린 노여움], [주인님이라고 불러] 등, 야동에 나오는 못생긴 아재들과는 달리 만화에 나올 법한 매력적인 카리스마가 있는 악역이다. 게다가 독자와 마찬가지로 샌즈의 성격, 파피루스의 성격, 그 둘의 약점을 모두 파악하고, 단순한 무력/권력으로가 아니라 그들의 성격적 약점을 이용해서 교활하게 조종할 줄 안다. 샌즈가 [약하다 / 너무 작고, 너무 여리다], 파피루스는 [너무 어리고 순진하다]고 언급되는 것과는 선명히 대비가 되어서, 샌즈와 파피루스 둘 다 서로를 위해 가스터를 죽이고 싶다고 거듭 다짐하는 게 복선처럼 보이지만 과연 실현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게 하기도 해.


  2편 서술 시점이 파피루스의 ‘엿보기’인 건 신의 한 수다. 형을 순수하게 걱정해서 시작했던 것인데 배신으로 끝이 났지, 그걸 또 가스터한테 들켜서 가스터의 승리감을 더욱 고취시키지, 샌즈를 성적 대상으로 관음하는 독자들이 몰입하기도 쉽지. 게다가 파피루스의 내면이 변화하는 원인인 정보의 비대칭을 독자 역시 경험하면서, 파피루스가 아는 정보와 알지 못하는 정보를 구분해 가며 파피루스의 서술을 끊임없이 의심할 수 있어. 독자와 가스터는 파피루스가 모르는 사실들을 같이 놓고 볼 수 있기에 파피루스 역시 샌즈를 소유하고 지배하고 싶어하는 욕망은 가스터와 다름없단 걸, 사실은 파피루스가 샌즈를 배신했단 걸 안다. [형이 난데없이 꼭 껴안아 준다. 그러고는 조심스레 일어나더니 부스럭거리다 방에서 나가 문을 잠근다.]에서 샌즈에겐 모든 게 순진한 동생을 위한 희생인데도 그 희생을 동생이 알지 못하며 알아서도 안 된다는 애틋한 마음을 추측해 볼 수 있는 반면, 정작 파피루스는 알아선 안 될 행위만 알아 버린 다음 그걸 가지고 형에게 품어서는 안 될 감정을 품는 게 배덕감을 더한다.


  핵심적인 주제를 다루면서도, 행간의 의미를 생각할 여지를 주고, 셋의 심리적 동기들이 가장 절묘하게 교차하는, 다음 장면을 직접 인용하며 궤변의 끝을 맺는다.


[ 가스터의 혀가 샌즈의 입 안과 목구멍을 헤집는 내내 샌즈는 죽은 듯이 누워 있다. 휘둥그레진 눈에는 초점이 없다. (중략)

  “하기 싫으면 하지 마.”

  ‘그래. 제발 하지 마.’

  가스터가 몸을 숙인다. 파피루스는 그의 교활한 웃음을 보지 못한다. 은근한 목소리가 중얼거린다.

  “내가 귀여워해 줄 수 있는 아이는 너 말고도 또 있으니까 말이야…….

  ‘그럼 그만 해. 샌즈를 돌려 줘.’

  샌즈는 부리나케 일어나 가스터의 얼굴을 붙잡고 입을 부딪친다. 아까와 딴판으로 눈을 꾹 감고 농염하게 혀를 놀리며 제 기세에 숨이 막혀 읍읍거린다.

  파피루스는, 마치, 마치,

  배신당한 기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