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스크는 지하세계에서 생겨났다. 떨어진 인간 아이가 아니다. 프리스크는 진엔딩 마지막에, 아스리엘이 이름을 물어볼 때 생겨났다. 그 전까지 프리스크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른 루트로 게임을 끝내도 프리스크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프리스크는 당신-플레이어-의 분신이 아니다.
1. 당신이 만든 캐릭터
잘 알려진 이야기. 오프닝에 나오는 아이와, 당신이 이름 붙여준 아이는 동일인물이다. 그리고 그 아이는 당신이 컨트롤하지 않는다. 게임이 시작될 때 이미 죽은 상태다.
게임 속에서 당신은 어떤 몸을 움직인다. 그리고 그 몸은 게임 플레이 내내 당신이 영혼을 불어넣은-이름을 붙여준-캐릭터와 동일한 취급을 받는다. 게임 속 메뉴를 불러와도 그 이름이 적혀있다.
모든 결말을 안 플레이어는 의아해 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움직인건 ‘프리스크’인데, 왜 지금까지 모든 요소들은 ‘프리스크’를 당신이 만든 캐릭터와 똑같이 취급했을까?
배틀필드라는 1인칭 슈팅게임에서, 플레이어는 병사 하나를 움직인다. 그 병사는 여러 차량에 탑승할 수 있다. 탑승하는 순간 병사의 존재는 희미해고 우리는 차량을 직접 움직인다. 차량에 씌인 귀신처럼.
언더테일에서, 당신은 게임 최고의 흑막에 이름을 붙여준다. 그리고 그 흑막의 영혼은 어떤 몸속으로 들어간다. 흑막의 존재는 희미해지고, 우리는 그 몸을 직접 움직인다.
당신이 괴물들에게 친절한 루트로 갈 때, 시스템은 캐릭터를 의식하지 않는다. 시스템은 ‘당신’에게 직접 말을 건다. 시스템은 캐릭터가 회복되었음을 알린 뒤, 당신의 의지가 충만해졌음을 따로 알려준다. 이 외에도 게임 속 수많은 ‘당신’의 호칭은 캐릭터가 아니라 모니터 너머의 당신을 향한다.
당신이 차라의 의지대로 행동할 때, 캐릭터가 직접 말하기 시작한다. ‘몇마리 남았다.’, ‘의지’, ‘식칼은 어디에 있지?’, ‘당신 건 없다.’등등...... 대사에 입혀진 빨간색은 플레이어의 공포심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그 말을 한 화자가 누구인지 암시하기도 한다. 캐릭터의 대표색은 빨강이다.
2. 프리스크
게임을 건드리면 나오는, 가스터에 대한 npc의 말이 있다.
\"나는 왜 아스고어가 새 왕실 과학자를 뽑는 데 그렇게 뜸을 들였는지 이해해.\"
\"그러니까 그 예전에 있던 녀석 있잖아...닥터 가스터 말야.\"
\"그의 똑똑함은 아무도 대신할 수 없을 정도였지.\"
\"어느 날, 그의 실험들이 잘못 돼서...\"
\"글쎄, 더는 말하지 말아야겠어.\"
\"뭐, 지금 듣고 있는 사람에 대해 입을 함부로 놀리는 건 짓궂은 짓이니까.\"
듣고 있는 사람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지만, 문장 구성상 저 ‘듣고 있는 사람’은 가스터가 아니라 ‘잘못된 실험’과 연결된다. 당신 혹은 당신이 움직이는 인간.
프리스크와 캐릭터의 영혼은 같은 색깔로 취급되고, 이는 프리스크의 몸속으로 캐릭터의 영혼이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그렇다면 프리스크의 영혼은 어디에 있는 걸까. 있기는 한 걸까?
의지는 괴물의 몸을 녹인다. 인간의 영혼에 의지가 대량 주입된다면?
3. 결말들
노멀 엔딩은 프리스크와 당신의 캐릭터 모두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프리스크는 호명되지 못하고, 캐릭터는 의지를 얻지 못한다. 인간은 사라지고, 휴대전화에 메시지만 남겨진다. 그리고 플라위가 나타나 당신에게 말을 건다.
이 루트에서 프리스크는 없다. 캐릭터도 없다.
불살 엔딩에서, 아스리엘은 캐릭터는 오래전에 죽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프리스크의 이름이 처음 밝혀진다. 캐릭터는 오래전 죽은 인물이 된다.
토리엘이 프리스크에게 같이 살자고 말할 때, 프리스크는 토리엘과 같이 살게 되거나 가야할 곳이 있다고 말하며 거절한다. 가야할 곳이 집인지는 알 수 없다.
몰살 엔딩에서, 캐릭터는 힘을 얻는다. 샌즈는 프리스크도, 캐릭터도 아닌 당신에게 말을 건다. 그리고 샌즈에게 향하는 마지막 공격에서 캐릭터는 게임의 주도권을 빼앗고 전면에 나선다. 게임을 다시 플레이하기 위해선 당신의 영혼을 캐릭터에게 주어야 한다. 프리스크의 영혼이 아닌.
불살 후 게임에서. 당신은 게임을 완전히 자신의 ‘의지’대로 잠식한 캐릭터를 볼 수 있다.
4. 결
언더테일은 ‘당신의 분신’과 ‘당신’이 새로 생긴 몸의 주도권을 얻는 게임이다. 당신의 의지가 당신이 만든 캐릭터에 반한다면, 당신이 만든 캐릭터는 사라지고 건강한 새 캐릭터-프리스크-가 생겨난다.
당신과 당신이 만든 캐릭터의 의지가 같다면, 캐릭터는 그 의지를 바탕으로 게임을 잠식한다. 좋은 이야기를 바랐다면 껄끄러운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당신이 좋은 이야기를 펼치려 할수록, 당신이 만든 당신의 분신은 패배하게 된다.
논문엔 개추
뭔가 잘 이해되는 듯 안 되는 듯 기묘하지만 길게 썼으니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