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인간이 죽었다.

 

둘의 인간이 죽었다.

 

여섯의 인간이 죽었다.

 

셀수없을정도로 많은 인간이 죽었다.

 

...

 

그리고, 하나의 인간이 죽었다.

 

 


-

 

 


스노우딘의 한파가 오늘은 조금 더 일찍 찾아왔다.
불어오는 입김을 맞으며 나는 일부러 슬리퍼를 질질 끌었다.


이렇게 찬바람을 맞지 않고도 금방 문에 다다를수 있었을 테지만, 난 그러지 않았다.
왜냐고? 그건, 너무나 귀찮은 일이니까.


"후우.... 닭살이 돋을정도로 춥군."

 

머지 않아 나는 숲속 깊은곳의 커다란 문에 다다를수 있었다.

문에 손을 가져가 똑똑, 두드리려던 찰나 나는 이내 손을 거두었다.

 

무슨 질문을 할까 궁금해진건 아니었다.

오늘은 최고의 노크 개그를 가져왔으니까.

 

내가 똑똑, 이라고 하면 여자는 누구세요? 라고 한다.

그러면 내가 오렌지라고 하겠지.

오렌지 누구? 라고 되묻는다면,

난 그녀의 오랜 지인이라고 말할것이다.

 

내 개그의 유일한 오점이라면, 문 앞에 발자국이 나있었다는 것이다.

작은, 보폭이 좁은 발자국.

 

난 자연스럽게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서, 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볼수 있었다.

 

타박타박, 하고 눈길을 겉고있는 그녀의 얼굴에 떠오른건 호기심, 그리고 두려움.

 

난 일부러 크게 발소리를 내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잠짓 목소리를 내리깔고, 그녀에게 말했다.

 

"인간."

 

그녀는 흠칫 놀라더니 천히 나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커져가는 동공에 나는 웃음을 감추며 손을 내밀었다.

 

바람빠지는 우스꽝스러움 소리가 크게 숲속을 울렸다.

 

그게 나와 그녀의 첫 만남이었다.

 

 

 

 

 

*  *

 

 

 

 

"녜헤헤!"

 

파피루스는 눈사람을 세우며 즐거운듯 웃었다.

뭐가 그리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파피루스가 즐거워하니 상관은 없으려나.

 

"보라고 샌즈!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인간을 사로잡을수 있게 될꺼야!

그렇게 된다면 난 위-대한 파피루스가 될수 있겠지!"

 

"흐음? 이미 위대한 파피루스인게 아니였나?"

 

".... 물론 맞지!!! 내말은 더 위대해진다는 얘기였다!!!

아마도... 이렇게 커다란 알통들도 쏙쏙 생겨날지도!!"

 

보란듯이 파피루스는 눈들붙혀 눈 파피루스에게 각진 근육을 만들어주었다.

그 모습에 나는 실소를 겨우 감추며 내 '눈사람'을 작게 쌓았다.

 

".... 헤.

그래. 나도 인간이 어서 잡혀버리면 좋겠네."

 

나는 파피루스에게 동조하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하지만, 하고. 파피루스는 다시한번 운을 떼어냈다.

 

"... 하지만....

인간은 그다지 즐기고있는듯한 눈빛이 아니었어.

내가 퍼즐을 내줘도, 수수께끼를 내도... 놀란것같긴 했지만, 결국엔 다 무시해버렸잖아."

 

파피루스는 슬픈듯 고개를 떨궜다.

 

"글쎄. 하지만..."

 

"하지만!!!!!!!

난 슬퍼하지 않아!

나, 위대한 파피루스는 포기하지도 않을꺼야!!!

난 인간이 기쁘고 행복해하며 수도로 이송될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어!!!!"

 

난 끊어진 말을 잇지 않고 그저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 피식, 웃으며 조용히 수긍했다.

 

"그래... 그렇게 될꺼야, 팦.


내가 보증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