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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언다인은 자살하기 위해 하와이로 떠난다고 했다. 이왕이면 서핑이라도 해야지. 12미터짜리라도 만날 수만 있다면.
언다인다운 생각이었다. 언제인가 냉장고와 사귀고 있다고 했던 말도 떠올랐다. 냉장고? 시원한 맥주라도 주잖아.
그러다 전기가 떨어지면? 그 물음에 언다인은 뭘 그런 걸 묻냐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중고로 팔아야지.
알피스는 같은 말만 반복했다. 그럴 생각이 아니었어.
레즈도 떳떳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 알피스는 그런 이야기도 했다. 두 번째 메타톤을 만든 직후였다.
언다인을 닮은 여성형이었다. 알피스는 몇 번인가 스위치를 조작했지만 메타톤은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그런 나쁜 녀석들이 아니야. 프리스크.
알아.
프리스크가 대답했다.
여기에는 냥냥 고양이 소녀도 없어. 아무것도 없어.
알피스.
알피스가 겨우 고개를 들었다. 프리스크는 알피스를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그 때도 이런 시선이었다.
차마 눈을 마주하지 못해 인중 언저리를 쳐다보는 낮은 시선. 프리스크가 말했다.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아?
1.
이곳도 괜찮은 것 같은데, 하고 샌즈가 말했다. 뼈다귀가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적어도 시간을 되돌리는 건 불가능하지만 말이야.
샌즈가 커피를 마시면서 말했다. 뼈다귀도 뜨거움을 느끼는지 간간히 표정을 찡그렸다. 그 모습에서 잠깐
파피루스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프리스크는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커피를 응시했다.
그보다 꼬맹이.
샌즈가 말했다. 훅, 하고 더운 입김이 뿜어져나왔다.
일은 할만해?
나쁘진 않아.
프리스크는 팬터마임을 했다. 주로 벽을 만드는 일이었다. 그런 다음 벽이 정말 있기라도 한 듯이 더듬거리면 된다.
그 대가로 시급 7천원을 받았다. 여기에선 적어도 할 일이 있네, 하고 연극을 보러왔던 샌즈가 했던 말을 프리스크는
아직 기억하고 있다. 혹시 오늘 약속 없지, 하고 프리스크가 물었다.
파피루스 보러 가지 않을래?
...꼬맹이.
샌즈가 중얼거렸다. 또 끔찍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
프리스크의 미동도 없자, 샌즈는 손을 내저었다. 잘못 말했다는 듯이. 충분히 예상했던 반응이다. 프리스크는 몇 번쯤
헛기침을 한 다음 말했다.
파피루스를 볼 수 있어.
샌즈의 낯빛이 흐려졌다. 금방이라도 뼈를 휘두를 것 같은 표정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아늑해보이기도 했다. 프리스크가
동생을 죽였던 것과는 이야기가 다르다. 바깥에서 프리스크를 죽인다면 살인죄가 적용된다. 그 점을 이해하고 있는 건
샌즈도 마찬가지다. 샌즈가 프리스크를 저의를 재듯 시선을 맞춰왔다. 파피루스가 말했다.
적어도 시간을 되돌리는 건 불가능하지만 말이야.
2.
메타톤에게 설거지의 재능이 있다는 사실은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플라위의 지적이 아니었다면 아마 앞으로도 알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부러운 시선으로 쳐다보는 플라위 덕에 메타톤이 어깨를 쭉 폈다. 연극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슬프지만, 프리스크가 표를 가져다 주었기에 관람은 가능했다. 막 이천 개째 그릇을 닦아낸 참에 프리스크가 가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오, 그래요, 자기. 오기로 했었죠.
알피스의 핸드폰을 확인한 건 십 분 전이다. 프리스크에게 온 문자는 짤막한 내용이었다. 지금 갈게. 그러고 보니
새 연극이 있다고 했던 것 같았다. 이제는 벽이 아니라 문이라고 했나, 메타톤은 설거지용 장갑을 벗었다. 주의한다고
했는데도 제법 녹이 슬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알피스를 찾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괜히 바쁜데 왔나 모르겠네.
그렇게 말하면서 프리스크가 캔 커피를 건넸다. 메타톤은 쓴 웃음을 지었다. 자기, 로봇은 커피를 마실 수 없어.
프리스크는 그제야 알았다는 듯 한 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괜찮아요, 어차피 문 닫을 시간이라서요.
그럴 것 같았어.
음, 그것 참 간략하군요.
그보다, 하고 프리스크가 말했다. 표정을 읽기 힘든 눈동자가 조금 번뜩였다.
공연하러 가지 않을래?
오, 뭐라고요, 자기, 지금 공연이라고 했어요?
프리스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오, 하고 메타톤이 앓는 목소리를 냈다.
말이 안 나오는군요. 제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완벽하게 포착해냈군요.
근데 문제가 조금 있어.
문제라니요, 공연을 할 수만 있다면야 뭐든 해드리죠.
재조정을 해야 해.
재조정?
뜻밖이라는 듯 메타톤이 팔목을 돌렸다. 작은 마찰음이 들려왔다. 메타톤이 대답했다.
뭐, 그러죠. 설거지도 질린 참이었거든요.
좋아, 하고 프리스크가 대답했다. 이건 어차피 전부 하나의 커다란 쇼일 뿐이니까.
3.
일주일 뒤 새벽 세시, 언다인에게 전화가 왔다. 족히 이십 미터는 되는 파도를 만났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하와이에 죽 눌러앉아 버릴까, 하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듣기만 하던 프리스크가 말했다.
언다인, 잠깐 한국으로 돌아오는 게 어때.
한국에? 왜?
프리스크가 웃었다. 알피스가 널 보고 싶어해. 많이 후회하고 있는 것 같아서.
언다인은 한참이나 망설이다가 뭐, 같이 놀아주는 것도 괜찮겠지, 하고 대답했다. 이틀 후로 귀국 약속을
잡고 통화를 종료했다. 핸드폰을 내려놓은 프리스크가 창밖을 응시했다. 밖은 여전히 어둡다. 완전히
붉어질 날이 머지 않았다. 프리스크가 중얼거렸다.
이제 하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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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잘 쓰고 싶었는데 처음 써봐서 잘 못썼당. 그리고 브금 넣어도 되는지 모르겠는데 안 되면 말해줘 음악 빼고 올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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